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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란육영이 Jul 13. 2021

영화 <내 사랑>을 보고나서

<Maudie> 2020.8.6.

내 방구석에서,


담담하게 그렸는데 전혀 담담하지 않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삶

이런 삶과는 전혀 관계 없어보이는 모드와 에버렛이 만난다. 헐어버린 양말짝같은 두 사람이 조금씩 서로에게 빠지는데, 감독이 차츰 변화하는 둘의 감정들을 장면마다 섬세하게 풀어준 덕에 나도 모르는새 이들의 사랑에 스며들었다. 특히, 에버렛을 만나 자신의 삶을 찾고 행복해하는 모드의 표정들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사랑을 하면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구나 싶었다. 둘은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함으로써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영화 끝무렵, 모드와 에버렛은 어느새 다 늙어버린 노인이 된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개를 더 키우는 건 어떠냐고 묻는 모드와 처음으로 두려운 얼굴을 하고서는 개는 더 필요 없다고 답하는 에버렛.

그때부터 눈물이 맺혔고 모드의 “난 사랑받았어에는 오열.

배우들은 연기를 어찌나 이리 잘하시는지.

혼자 남게 된 에버렛이 모드의 흔적들로 가득차버린 자신의 공간을 훑고 문을 닫는 장면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먼길 보내고 홀로 살아가는 내 주변의 어른들이 떠올라 더 울었다.

잔잔한 음악과 두 사람의 숨소리가 조화된 청각적 연출, 와이드샷과 창문을 활용한 연출, 그리고 이 둘의 세상을 표현한 색감이 인상 깊게 남았다.

어느 하나 강렬한 연출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잔잔하게 아름다운 요소들의 조화만으로도 흡입력이 충분했다.


간만에 사랑에 대한 멋드러진 영화를 보았다.

사랑은 이렇게 따뜻하면서도 시큰새큰한 거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아프지 않고 행복하길

매일 좋은 잠을 잘 수 있길 바라게 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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