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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숙 Oct 27. 2015

혼자 하는 여행

 혼자여도 괜찮아

Cristo Rei. Lisbon 


18.December.2012

겨울을 만나고 싶어 떠났다.

생각보다 날씨는 따뜻하지만 비가 내린다.

감사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없다.

온전히 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겨울이다.

그래서...... 지금 느끼는 건 여행 후인 지금 몸이 이렇게 아픈 건 

여행일 수가 20일이 지나도록 하루도 쉬지 않았던 이유였다.

이때까지는 힘들지 않았으니까.

체력 안배, 휴식은 늘 생각하면서 떠나지만, 막상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알파마 지구에 매일매일 오를 수 있는 호스텔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알파마 지구로 올랐다.

오를수록 새로운 곳이 알파마 지구였다.

어제와 같은 장소이지만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제 내가 알파마지구의 빨간 지붕에 반했다면 오늘은 그 속에 있는 야자수 나무에 반했으니까

뭐... 이건 아무도 나를 찍어줄 수 없어 너를 나 대신 생각하고 찍었는지도 모른다.

어떤 각도로 찍어도 너는 뺄 수 없었으니 말이야.


알파마지구를 본 후 15E 트렘을 타고 벨렝지구로 갔다.

벨렝지구는 테주강을 가까이에서 보고도 싶었지만 

그곳에서 유명한 에그타르트를 홍콩의 타이 청 베이커리의 에그타르트와 비교해 보고 싶었다.

몇 해 전 홍콩에서 먹은 에그타르트는.. 내 입맛에 맞지 않았기에 별 기대 없이 말이다.

뭐... 맛은 비교할 필요도 없이 벨렝지구 에그타르트 승이었다.

반드시 에스프레소를 곁들여서 말이다.

그 바삭한 식감이 입속에서 맴돈다.또 먹고 싶어진다.

계획대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벨렝지구를 둘러보기로 했다.

4월 25일 다리와 Cristo Rei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
트렘을 타고 오면서 머리 위로 보이는 철제로 된 빨간 다리와 다리의 시선을 계속 따라가다 보니 크리스투 헤이가 보였다.

여행하면서 못 갈 것 같다 싶으면 생각도 하지 않는 나인데 왜 그렇게 저 저 다리가 건너고 싶었던 것일까?

이때의 나는 다리를 건너서 Cristo Rei를 보러 가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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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4월 25일 현수교를 건너고 싶다...

Cristo Rei에 페리를 타고 갈 수 있다고는 들었지만 난 반드시 4월 25일 현수교를 건너 Cristo Rei를 봐야 했다.

Cristo Rei가 있는 저곳은 리스본이 아닌 '알마다'라는 위성도시이기 때문에 리스본 교통카드로 어떻게 가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일단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버스 노선표를 살폈다.

그렇게 한참을 들여다본 버스노선표에서 내가 있는 곳에서 amoreiras쇼핑센터를 가면 유일하게 4월 25일 현수교를 건널 수 있는 버스를 발견했다. 

753번 :D

리스본 버스정류장은 친절하게도 노선표에 현 위치가 모두 표시되어 있었고 나에게는 24시간 리스본의 모든 교통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가 

있었기에 난 별다른 고민은 하지 않았다.

3번을 갈아타면서 엉뚱한 곳에 내려 생각지도 않던 모습의 리스본도 만날 수 있었다. 

리스본의 언덕이란 언덕은 모조리 순환하며 다행히도 3번의 환승 끝에 753번 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그리고 늘 감탄하는 버스에서 바라본 창밖의 풍경 또한 나를 미소 짓게 해준다.

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알마다로 가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계속 혼자 다녀 많이 심심했던 걸까? 

다리를 건넌다고 누가 칭찬을 해주거나 상을 주는 것도 아니었는데...

관광객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던 버스는 퇴근 시간이라 리스본에서 일을 끝내고 알마다로 넘어가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연신 셔터를 눌러대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나는 그들의 눈에는 이런 다리를 몇 번 건너보지 못한 

중국인 여자로  비춰졌을 것이다.

뭐 어쨌든 난 건너고 있으니까...

멀리 Cristo Rei가 보인다.

버스에서 내려 Cristo Rei를 보러 올라가는 길은 참 한적하다.

리스본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건 대리석 돌 바닥이 없어서 일까?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 되지만 거대한 Cristo Rei......

브라질에 있는 Cristo Rei는 몇 배나 거대하다고 하는데 

빠른 시일 안에 남미에 가고 싶다. 

몇 배나 더 큰지 확인하러..ㅡㅡ


알마다에서 Cristo Rei에서 한참을 바라본 4월 25일 현수교와 리스본이다.

난 높은 곳이 아닌 멀리서 리스본과 테주강을 바라보고 싶었나 보다.

리스본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왜 그렇게 마음이 허해지던지...

스스로 내준 미션을 풀어서일까?

버스로 다리 건너기 미션을 나에게 내줬으니 말이다.

리스본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만난 표지판은 

혼자서는 사람, 바이크, 수레, 소는  다리를 걸 널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둘이 건너면 가능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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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생각을 살짝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그날의 내 모습은...

Cristo Rei에서 만난 어느 할아버지는 사진을 찍어주시겠다며 나를 따라 다녔다.

예수상처럼 포즈도 취하라고 하시며...  덕분에 사진을 찍었지만

고맙다는 말이 끝나기 도전에 할아버지 얼굴을 들이밀며 

헐..... 뽀뽀해 달라는...ㅡㅡ;

그 할아버지 때문에 저녁 노을을 볼 수 없었다는...

급하게 리스본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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