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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해나 작가 May 17. 2023

김은숙 작가님이 쏘아 올린 공.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작가 입문기




드라마 장인을 만나다.




우리나라 최고의 스타 작가 하면, 떠오르는 분들이 몇몇 계시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김은숙 작가님을 선망했다. "길라임 씨는 몇 살 때부터 그렇게 예뻤나?" 레전드 명대사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와! 진짜 지친 육아를 한 방에 날려주는 대사에, 나는 육성으로 티브이 앞에서 흥분돼 꼬물이들을 끌어안고 소리를 높였다. 그 어떤 카타르시스가 단전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거 아닌가! 너무 행복했고, 설렜다. 그리고 이어 생각했다. 나처럼 지친 누군가에게 드라마가 신묘한 약이 되기도 하는구나. 나도 그런 약 좀 만들어보고 싶은데! 그런 고민을 하던 나는 남편과 상의를 시작했다. 


다행히 남편은 열린 사람이었다. 연애 때부터 결혼생활까지 내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이 재밌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토리에 재능이 있어 보인다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거라면 기쁘게 지원하겠다고 응원해 주었다. (이때, 남편이 말렸으면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았을까? 여보, 미안해.) 그렇게 난 김은숙 작가님의 시크릿 가든을 시작으로  '드라마 작가'의 꿈을 키우기로 결심했다. 30 중반의 나이에 무모하게도.  


그다음이 문제였다. 그렇다면 어차피 마음을 먹은 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그 발자취를 따라가리.



난 진심으로 김은숙 작가님을 선망했음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나는 보는 것에서 끝내지 않았기 때문인데. 작가님이 나오신 그 학교와 전공과를 서치 하고, 실기를 보고, 교수님들 면접까지 봤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꼬물이들을 육아하면서 아이들이 잠들면 바로 실기 준비를 하고, 나름 최선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꼬물이들을 안기며 안산 실기 고사장으로 들어갔다.


"여보, 나 시험 잘 보고 나올게."

"엄마, 파이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그날은 추운 겨울이었다.

덜덜덜. 펜대가 후들거렸다. 나 왜 이렇게 떠니? 주제어만 제시된 실기 시험지는 여백으로 허여 멀 건 했고, 덩달아 내 머릿속도 허여 멀 건 해졌다. 단편 소설을 써내야 했다. 몇 분 간의 내 자아와 실랑이하다 나는 써 내려갔다. 잘하려고 되지도 않는 꾸밈 같은 거 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내 첫 번째 단편 소설을 쓴다는 마음으로 담담히 써내려 갔다. 그렇게 기나긴 시간이 흐르고, 시원섭섭한 실기시험지를 제출했다. 그리고 나는 바로 끌려들어 갔다. 교수님들 면접이 기다렸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한강 교수님!




소설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부문 맨부커상을 수상하신 한강 작가님을 아는가! 맞다 그 한강 교수님이 면접관으로 계셨다! 그 외에도 네 분의 교수님들이 더 계셨고, 다섯 분들을 독대하듯 질의응답을 시작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뭐랄까, 니모의 마음이랄까? 육아에 지친 나에게 실기 고사장은 니모의 바다 밖 세상이었다. 내가 교수님들을 독대하고 있다니 감개무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아마도, 실기 제한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교수님들을 붙들고, 늦은 시간까지 수다라도 할 기세였을지도 모른다.



꼬물이들의 엄마. 합격이냐, 불합격이냐.




그렇게 얼마동안의 시간이 흘렀다. 꼬물이들을 육아하며, 나의 온 신경은 합격자 발표일이었다. 신경 쓰지 말아야지. 그냥 경험치로도 훌륭하고, 좋았지. 스스로 위안했지만 사실은 자꾸만 욕심이 났다. 그래도 또 모르지 않나. 혹시나, 혹시나.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니까 나에게도 뭔가 드라마틱한 순간이 오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리고 대망의 합격자 발표일이 되었다.




왜 이렇게 손은 떨리고, 입술은 앙다물게 되는지. 전화를 붙든 손이 축축해져 갔을 무렵, 나는 알게 되었다. 꼬물이들의 엄마인 내가 당당히 합격했다는 사실을!! 그렇게 나는 문예 창작과 합격을 하게 되었다! 나는 주변인들의 축하, 특히 남편의 축하를 받으며 한동안 기쁨을 만끽했다.



그런데 말이다. 인생은 정말 생각처럼 내 바람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좋은 일이 일어나면, 꼭 안 좋은 일을 세상은 옛다 던져준다. 세상은 본디 내 편이 아닌 것처럼 그렇게 얄궂게 굴더라. 이후, 나의 파란만장 후덜덜한 드라마 입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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