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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해나 작가 Jun 08. 2023

공모전 실패가 안겨준 선물

우리 같이 실패할래요?


분노는

나의 힘



5년간의 공모전 낙방의 시간들은 참 썼다.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의 돌부리에 매번 걸려 넘어지며 늘 같은 자리에 상처가 터지는 걸 직관했다. 쓰라렸다. 아니, 화가 났다. 마음이 아프다기 보단 화가 일었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 현실이 미웠고, 이루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그래도 가끔은 나 자신을 다독이기도 했다. 괜찮다고. 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거지 않냐고.


그런데 돌이켜보면, 나를 다독인 긍정적인 위로보다 도움이 됐던 건 나에 대한 분노였다. 분노를 하고, 고민을 하고 난 후에야 내 문제점들을 낱낱이 직관하게 됐고, 대본의 실체가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 다시 테이블에 앉았다. 낙선된 대본을 다시 마주하는 시간은 용기가 필요했다. 어떨 땐 내 대본이 꼴도 보기 싫었다. 그래도 수십 번 읽어 내려가면서 보완해 나가기 시작했다. (말이 보완이지 스토리는 연결돼 있어서 부분만 보완이 어렵고, 통으로 갈아엎어야 하기 때문에 지루한 작업이다.) 그런데, 더 미치겠는 건 매번 이렇게 낙선하고, 수정하길 반복하면서도 그래도 대본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사그라들지 않는 드라마에 대한 나의 애정이었다. 아이러니도 이런 아러니가 있을 수 있을까?



목표를 준비 중인

당신에게



매번 낙선을 하면서도 뭐가 좋다고 그렇게 버티고 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난 그래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이의 간절함을 피부로 공감할 수 있게 되었고, 오랜 시간 작가를 꿈꾸며 노력하면서 무수히 실패했던 실패들은 결핍이 되는 동시에 꿈을 꾸는 이들에 대한 연민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그리고 이런 경험들과 감정들은 글을 쓰고자 하는 나에게 정말로 좋은 선물이 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준비할 예정인 당신에게 전하고 싶다. 실패의 경이 때론 부끄럽고, 아픈 건 사실이지만, 의외의 선물들이 꽤 쏠쏠하다고. 그러니 나아가는 길에서 너무 겁먹지 말고, 우리 같이 끝까지 가보는 거 어떠냐고. 모를 일이지 않나. 언젠가 정말 언젠가 당신과 내가 함께 웃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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