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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시 Nov 04. 2023

장례식에 다녀오며

 장례식장에서 나와 버스를 타러 걸어가던 길에 눈물이 났다. 다른 이의 이별을 위로하기 위한 길이었지만 결국 그 생각의 끝은 내가 보냈던 가족들과 내가 보내게 될 가족들이다.


 말은 현실감이 없다.

사진도 현실감이 없다.

영안실에서 마주한 냉기 어린 피부 붕대에 싸이는 시신만이

현실감을 준다.

그마저도 아주 잠깐일 뿐이다.

한 생명이 그리고 오랜 관계가

증발하듯 자취를 감춰도

머리와 마음은 따로 논다.

기다림이 반복된다.


 그리고 보낼 이.

내가 보내게 될 이.

삶을 의지하고 있는 나의 어머니.

모든 것이 하나지만 그 무엇도 연결되지 않는

이 세상에서의 완전한 고립을 나는 무슨 수로

견뎌낼 수 있을까.

끈 떨어진 풍선처럼 부유하다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죽음 목전의 그 숨.

딱 한 줌의 그 숨은 모든 생명이 같다. 

행복도 고통도 모두 그 숨에서야 자유를 얻는다.


 바닥에 놓인 소쿠리 위로 지폐가 쥐어졌다.

외숙부를 닮은 할아버지는 오천원을 건네셨, 눈 한쪽이 성치 않은 할머니는 돈을 받았다.

별다른 말 없이 눈빛만이 오갔다.

헛된 슬픔은 비웃음을 당했다.

덕지덕지 붙은 껍데기가 전부일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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