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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시 Nov 12. 2023

날이 많이 추워졌지

 가을이 오면 마음이 너무 허해져서 싫다고 했다. 가을을 탄다는 게 뭔지 올해 처음으로 느끼고 있다. 오래된 구축 아파트 맨 꼭대기층은 유난히 춥고 한기가 든다. 이마에 열이 나는 지 알 길이 없다. 비교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혼자라는 건 위험하다. 날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대개 조금 더 안좋은 쪽으로 바라보게 한다. 해피엔딩은 웹툰 속 먼치킨 캐릭터에게나 주어지는 것이지 나같은 인물은 이름조차 주어지지 않을 엑스트라다. 비극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한번 땅굴을 파고 들어갔더니 햇빛을 쬐고 바람을 쐬는 바깥세상의 삶이 부담스럽다. 스스로를 갉아먹는 짓이라며 비난하고 우습게 여겼던 행위들이 지금 내 시간의 전부다. 둘이었다면 똑같은 짓을 해도 서로를 위안 삼을텐데, 혼자는 자기위로도 못한다. 땅 속의 굼벵이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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