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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시 Nov 19. 2023

치환하지 않기

 모든 생각을 읽히고, 부정당하고 위로받았다.

 사춘기 이후로 죽음(죽임)을 가장 많이 생각한 올해의 생일날 이 책을 만난 게 운명같다면 이마저도 기적을 바라는 인간 본성의 증명일까.

 살아간다는 것. 그 의미도 가치도 효용도 따지지 않은 채 그저 생존 그 자체를 위한 간절한 투쟁만이 생명의 조건. 권리이자 자격인 그 조건을 나는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가. 얼마나 스스로를 하찮게 여겼으면 타인의 말 한마디, 관심 한 줌에 존재 지속의 여부를 내맡기고 있던 걸까.

 드디어 아파트 단톡방을 나왔다. 마지막, 마지막의 마지막 미련까지 놓은 증명의 행위. 불안을 놓겠다는 다짐이다. 물론 이마저도 아파트에 한해서다.

 너무 달아서 울렁거리는 속은 불규칙한 가슴의 고동을 가려준다. 이리도 쉬운 길이 있었는데, 이미 알고 있던 것이었는데, 왜 어렵게 돌아가려고만 했는지.

 비우고 단순해지자 제발.



* 읽은 책은 <종의 기원담(김보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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