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이윤호 Jan 05. 2023

[더 패뷸러스] 추억과 숨겨진 노력을 말하다.

4.


참 영리한 친구에요. 5년전 디아나의 수석디자이너가 직접 선물한 옷으로 자리를 빛내줬죠.
- [더 패뷸러스] 6화 中 안남희 편집장 대사 -


지우민: 거기에 있던 사진들...
표지은: 모두 나를 사랑한 시간들이더라.
- [더 패뷸러스] 6화 中


6화에서는 남겨진 것들의 의미를 그렸다. 백스테이지 사건으로 모델의 입지를 점점 잃어가던 예선호는 본인을 세상에 알려준 디아나가 죽은 뒤 열린 히스토리전에서 5년 전에 선물받은 옷으로 작은 불꽃을 다시 키웠으며, 지우민은 표지은과 사귈 때 계속해서 찍었던 사진을 표지은에게 보여줌으로써 본인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표지은도 본인의 진심을 알게 되는 모습은 오래된 물건과 사진의 가치를 생각하게 했다.


내가 쓴 글 중 '요즘 유독 사진을 찍는 이유'와 정확히 매칭되는 글이었기에 더 인상깊었던 장면이었다.


사람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면 매개체가 필요하다. 그 매개체는 그 순간의 감정과 기억을 까먹고 잊더라도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디아나의 히스토리전에서는 5년전 디아나의 수석디자이너가 직접선물해 준 옷이, 지우민과 표지은의 러브라인에서는 사귀었을 때의 사진들이 그 매개체가 되었다. 6화 제목 역시, '포토존과 전시회'로 작가는 위의 두 장면을 통해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5.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빛을 발하는 이들이 있어
오늘도 새로운 패션이 탄생합니다.
- [더 패뷸러스] 8화 中 안남희 편집장의 대사 -


마지막 8화는 마지막화인 만큼 디자이너 조세프의 전시회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오프닝과 피날레를 각각 지우민과 예선호에게 하도록 함으로써 본인이 전시회에서 하고 싶었다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 오프닝에서는 하고 싶은 일이 뭐야?'라는 말에 절친 4인이 모두 하고싶은 일을 말하고 돌아보니 모두 하고싶은 일을 이루었다는 것은 감동을 주며 피날레는 우아한 유명 모델인 예선호의 완벽한 부활을 알리며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무대가 아닌 백스테이지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1화와 오버랩되는 장면으로 결국 작가는 이런 숨은 노력까지 담고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화려한 무대의 사람에만 눈이 갈수도 있다. 그러나, 무대 뒤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그 한 무대를 위해 누군가는 잠을 못자며 준비하고 누군가는 피와 땀을 흘려가며 일한다. 디자이너, 브랜드, 제조와 유통을 담당해주는 MD, 매장을 꾸며주는 VMD, 스타일리스트와 홍보대행사 사람들까지 모두 열정을 가지고 일한다. 그렇지만, 무대를 보는 우리는 화려한 무대의 사람에게만 박수를 치고 그들만 기억한다. 뒤에서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한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칭찬하면서 '이번에 진짜 수고했다.'는 말로 위로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서로를 축하했겠지. 이것을 보고 나는 cgv의 광고가 떠올랐다. 영화가 끝난 후에 크레딧을 보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노력해서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봐달라는 공익? 광고. 그것과 겹쳐서 이 장면을 보았기 때문에 더 여운에 남는 것 같다. 그래서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롱패딩을 입고 걸어가는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옷도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겠지? 물론, 공장에서 대량 제작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옷이 오는 동안의 유통사들의 노력, 유통하는 사람들의 노력, 그리고 이 옷을 판매하는 사람들의 노력도 생각해봤다. 또한, 최근에 작가로서 첫 출판을 했었는데, 그때도 내 메일을 봐주는 서비스팀, 원고를 검수해주는 검수팀, 내 책을 제작해주는 제작팀, 유통과정을 책임져주는 유통사, 그리고 내 책을 배달해주는 택배원들의 노력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빛을 발하는 이들이 있어.

오늘도 새로운 패션뿐만 아니라, 새로운 작품들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 덕분에 우리는 그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더 패뷸러스- 뻔한 말로 감동을 줘서 패뷸러스 했다)로 이어집니다.




표지출처: 스즈키하라의 네이버 블로그

작가의 이전글 [더 패뷸러스]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이 대사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