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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이윤호 Jan 12. 2023

행복보다 불행

밤이었습니다. 원래 그런 친구가 아닌데 저한테 심야에 문득 한 가지 심상이 떠올랐다고 말하는 겁니다.

저는 속으로 '새벽감성에 빠져서 그러네.'라고 생각했죠.

그래도 친한 친구이기에 어떤 것이냐고 물어봤습니다.


그 친구의 말은 이랬어요.


"불교가 가장 인생관에 대해 잘 파악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어떤 면에서?


"결국 삶 자체는 고통의 연속이다.

애초에 태어나는 것은 수동적이지만, 그 뒤의 삶은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만 이 뒤의 삶의 반 이상이 행복하기 힘들다. 사회적 환경이 우리가 행복할 수 없는 구조인 것 같다.

결국, 우리의 삶은 고통 70, 행복 30으로 이뤄지는 듯하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이러한 부정적인 구조를 업설로 규정하면서 내가 겪는 고통이든 행복이든 전생에 대한 죄나 보상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이 맞는 것 같다."


요점은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행복한 일보다는 고통받아 불행한 일이 더 많고 이것이 다 전생의 업보가 아닐까 싶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실 불교 이야기는 명분이고 본인의 삶이 너무 힘들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이 친구처럼 행복한 일보다는 힘들었던 일이 더 기억에 남고 그 감정이 더 오래갔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만약에 불교에서 주장하는 업설이 있다면 평균회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현재 행복하고 불행한 만큼 언젠가는 그 정도로 불행과 행복이 돌아오고 그렇게 행복과 불행은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영원한 행복도, 영원한 불행도 없다.' 그렇기에 내 단편의 행복과 불행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행복한 일보다 불행한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행복과 불행은 상대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라고 했죠. 


스마트한 시대가 되면서 유튜브, SNS로 우리는 유명한 연예인, 인플루언서의 삶을 간접적으로 보고 주변 사람들의 삶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고. 본인의 피드에 불행한 일을 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자기가 좋았고 즐거웠던 일, 자기가 본 멋있는 풍경, 좋은 사람과 있는 사진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그곳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압도적으로 행복한 사람들뿐이죠. 내가 지금 사는 삶보다 더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그 모습에 우리는 행복한 일을 겪더라도 그 감정이 반감될 것이고 불행한 일을 겪는다면 그 감정은 배가 되겠죠. 그래서 원래는 고통 50, 행복 50으로 반반인 인생이지만 저의 친구처럼 고통 70, 행복 30이라고 느끼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삶에 비하면 나의 삶은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이고 이것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저는 SNS를 그만뒀을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피하려고 할수록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해지고 그리워졌으며 사람들과 소통이 없으니 오히려 더 힘들었습니다. 불행한 것은 또 다른 불행을 낳았고 어느 순간 '행복한 것은 뭐지? 난 왜 이렇게 불행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았죠. 그렇게 사람들을 피하기 시작했고 친구라는 존재에 회의감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용기를 내서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만나는 동안에 저는 계속해서 웃고 있었고 그 계기로 생각보다 행복은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물론, 불행하다는 생각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많은 위기가 있었습니다. 이미 떨어질 때로 떨어진 자존감 때문에 조금만 흔들려도 다 포기하고 싶어지고 실제로 포기했었습니다. 그때마다 다행히 제 옆에는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 덕분에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도 생기고 SNS도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제가 다른 사람과 같이 보고 싶은 사진을 먼저 올리고 제 삶을 먼저 공유하고 있죠. 저에게 자신이 생긴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올리는 삶만큼 내 삶에서 가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죠. 타인과 비교하는 삶이 아닌 내 삶 자체로 행복한 부분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있는 그대로 공감해 주는 삶이 가능해졌습니다. 


말이 길었는데, 하고 싶었던 말은 불행하다고 생각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행복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죠. 그저 주어진다면 그것은 운일뿐입니다. 행복은 열심히 찾아서 쟁취하는 것에 가깝죠. 제가 행복에 대한 글을 쓸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행복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지만, 행복할 수 있는지는 너의 몫이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재밌는 일이 정말 많습니다. 왜 이 행복을 지금 알았지? 하는 것이 분명 있을 겁니다.

삶은 고통의 연속입니다. 그렇지만 그 고통 속에서 희망을 찾고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해야 하는 존재가 우리들입니다. 계속 아프고 계속 깨닫고 그렇게 성장해서 꼭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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