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롤리 딜레마를 잘 담고 있는 드라마
오늘 소개할 작품은 '트롤리'라는 SBS 월화드라마이다.
보게 된 계기는 트롤리라는 제목이었다.
트롤리의 사전적 정의는 가공선으로부터 트롤리폴을 통하여 전력을 공급받아 달리는 전차이다.
광물을 실어나르기도 하기에 광차라고도 부르는 이 트롤리는 우리가 도덕책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딜레마에 등장한다. 바로 트롤리 딜레마다.
드라마 <트롤리>는 바로 이 트롤리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기에 꼭 집고 넘어가야한다.
'제동장치가 망가진 기차가 선로 위를 달리고 있다.
선로 위에는 5명의 사람이 있어 선로를 바꾸지 않으면 5명이 죽게 되고
선로를 바꾸면 5명은 살지만 바꾼 선로에 있는 사람 1명은 죽게 된다.
선로를 바꿀 수 있는 스위치는 당신 앞에 있다.'
이때 당신은 스위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실험이다.
이것이 딜레마, 즉 어떤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전자를 선택하게 되면 5명이 죽기에 끔찍하고 후자를 선택하더라도 1명이 죽기 때문이다.
그래도 5명보다 1명이 죽는 것이 낫다는 사람에게는 1명의 생명이 5명의 생명보다 덜 소중하냐는 가불기의 말과 그 1명이 너의 소중한 사람이라면 똑같은 선택을 할 수 있냐고 말하는 것이 가능한 것도 이 실험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지 딜레마에 빠지는 이유이다.
결국, 누군가는 생명을 잃는다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네가 생각하는 그나마 괜찮은 결과를 만드는 선택이 무엇인지 묻는 이 실험은 드라마에 기본 전제로 깔려있다.
작 중 주인공인 김혜주(김현주)의 포스터부터 그녀가 남중도(박희순)의 트롤리 실험에 있는 1명이라고 생각하면서 봐도 재밌을 것 같다. 실제로 남중도(박희순)의 수석 보좌관인 장우재(김무열)는 "의원님이 꿈꾸는 세상과 아내 중 어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그 누구도 일어날 것이라 상상조차 하지 않는 일이 있다.'라고 써 있는 이 포스터에서 김혜주(김현주)는 선로 위에 서 있다. 트롤리에서 김혜주는 생명 하나하나를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스위치를 바꿔야 하는지 고민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본인이 진승호에게 추행을 당했기에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그 신고에 자살한 진승호의 목숨도 신고를 한 것에 미안해하지는 않지만, 본인 때문에 진승호가 목숨을 끊었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갖고 있다. '세상에 잘 죽은 사람은 없다'는 가치관으로 사는 인물로 너무 반전이 많은 작품이라 결말이 나올 때까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극 중 가장 솔직하고 착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가장 답답하고 마음이 아픈 등장인물이다.
남중도(박희순)은 대한당의 특등사수로 불리며 다가오는 총선을 준비하는 국회의원이다. 김혜수(김현주)의 남편으로 나오는 이 인물은 초반에는 정의를 위해 일하며 아내에게 비밀이 없는 인물로 최고의 남편으로 보였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그의 소름끼치는 설계와 거짓말은 그가 과연 정말로 정의롭고 아내를 생각하는 인물인지에 대해 의문부호를 찍게 만든다. 그는 김혜수(김현주)와 마찬가지로 '세상에 잘 죽은 사람'은 없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만, 본인의 지위를 위해 언제든지 그 상황을 이용하는 사람으로 5명을 살리든 1명을 살리든 여러 명분을 붙여 본인의 행동을 정당화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1명이 본인의 소중한 아내라면 무조건 5명을 칠 인물이며, 그는 스위치를 바꾼다는 선택보다는 전차를 멈추는 선택지를 고를 인물일 것이다. 그 정도로 욕심이 많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김혜수(김현주)를 절대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아들을 낳기위해 암으로 돌아간 전 아내에 대한 미안함으로 일어난 집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김혜수(김현주)의 착한 심성을 이용해 점점 본인의 지위에 이용하려는 모습에 작품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포스터에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김혜수와 남중도 사이의 딸인 남윤서와 김혜수 사이의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대화는 김혜수가 트롤리 딜레마가 어렵다는 말에서 시작된다.
"그거 어려운 질문이네."
"아니, 별로 안 어려워. 당연히 스위치를 바꿔야지. 근데, 내 친구가 그러더라. 만약에 1명이 부모님 중 한명이면 어떻게 할 거냐고."
"그러면 어떻게 할 거야?"
"어려워!!!, 내가 안 정하면 되지."
이 대화는 왜 트롤리 실험이 어떤 선택이든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는 딜레마인지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숫자가 적은 1명이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도 그 1명이 소중한 사람이라고 가정했을때조차 과연 똑같은 선택을 할 수 있는가 묻는다면 트롤리의 남윤서처럼 다른 선택을 고르거나 다시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가정이 늘어날수록 더 복잡해지는 흥미로운 문제이기에 현재까지 트롤리 딜레마를 연구하고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작품에서도 트롤리 딜레마는 계속해서 일어난다. 딜레마 속에서 등장인물의 가치관들이 충돌하고 재정립되면서 딜레마에 대한 답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선택마다 또다른 딜레마가 반복된다. 예를 들어, 성착취물 불법유포로 협박한 의대생과 그 협박에 못 이겨 여성 피해자이었을 때는 자살한 피해자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자살한 의대생은 명확하게 비난하고 잘 죽었다고 말한 사람들이 자살한 여성 피해자가 사실은 성매매 여성이었다는 것이 밝혀졌을 때는 의대생의 죽음에 더 안타까워하는 여론이 커져가는 분위기 속에서 남중도(박희순)은 계속해서 선택의 기로에 선다. 고민 끝에 어떻게든 최선의 선택을 했지만, 뒤이어 아내의 과거 일, 죽은 남지훈(정택현)의 일과 임신한 김수빈(정수빈)일로 계속해서 딜레마에 빠지는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런 작품 전개를 통해 우리에게도 계속해서 선택을 강요하고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고민하도록 하여 작품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나타나는 결과와 드러나는 비밀들을 통해 그 선택은 과연 최고의 결과였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트롤리>는 인물들이 상당히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트롤리'라는 제목에 정말 충실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10화까지 진행된 트롤리는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는 진실과 속내로 더욱 재미를 더해가고 있으며 해당 작품은 16부작으로 넷플릭스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