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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새해 Sep 05. 2020

 빈센트 반 고흐

씨 뿌리는 사람


요즘 휴대폰 문자 알림이 바쁘다. 중대본과 시청에서 수시로 코로나 관련  안전 수칙과 확진자 동선을 알려오기 때문이다. 그제는  '마이삭' 태풍 소식까지 겹쳐  중대본, 시청, 산림청, 한국철도, 행정안전부에서 번갈아 문자가 날아왔다. 고생하는 사람이 많겠구나..... 태평하기 어려운 저녁, 바쁜 알림 사이로 누군가 제주에서 문자를 보냈다. 제주 성산 빛의 벙커에서 반 고흐 미디어아트를 보고 왔다고. 고흐와 스메타나가 찰떡이었다고.  


나도 고 싶은데,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말만 그럴뿐 요즘은  코로나19  아니라도  어딜 고 오는 게 단히 번거롭게 느껴진다. 


 Sower with setting sun by Vincent Van Gogh, 1888,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오래전,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서 이 드로잉을 처음 봤을 때 '이게 고흐라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리고 알게 되었다. 고흐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한 1881년부터 189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씨 뿌리는 사람'을 줄기차게 그려왔다는 사실을.  그는 같은 주제로 30개 이상의  드로잉과 페인팅을 남겼다. 친구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도 '씨 뿌리는 사람'에 대한 언급이 여러 번 나온다. 고흐는 밀레를 존경했고 (만종)(이삭 줍기) (씨 뿌리는 사람)등 밀레의  그림을 열심히 모사했다. 그중에도 '씨 뿌리는 사람'은 색과  구도, 재료를 바꿔가며 연구하듯 반복적으로 그렸다. 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은 밀레를 모사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지만 밀레의 화풍을 닮기보다  들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 소재에 깊이 공감했던 것 같다. 그가 전도사였던 이력도 이유가 되었을지 모르 어쩌면 고흐는 자신을 농부, 진짜 씨 뿌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모른다.  살아생전 그에겐 가난과 고독과 불행과 고통 말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는 끝끝내  씨 뿌리는 사람이었다.


그는 세상 사람들 눈으로 볼 때 자신은 아무런 쓸모도 없는 괴상하고 못마땅한 인간이며 아무런 사회적 지위도 갖지 못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토록 괴상한 사람 그토록 하잘것없는 사람의 가슴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를 자신의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어빙 스톤/최승자 옮김 -


The sower by Vincent Van Gogh ,1988, 크뢸러 뮐러 박물관, 네덜란드


당신은 대단한 신경과민이에요. 당신은 정상이었던 적이 없어요. 하지만 예술가치고 정상은 없으니까. 정상적이라면 예술가가 되지 못했을 겁니다. 당신은 삶과 자연에 대해 너무 과민해요. 바로 그 덕분에 당신은 삶과 자연을 우리들에게 해석해 줄 수 있는 거지요. 하지만 조심치 않는다면 과민함이 당신 자신의 파멸로 이어질 겁니다. (레 의사가 고흐에게)

-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어빙 스톤/최승자 옮김 -

 고흐를 생각하면 아프다. 예술가들에게 가난과 고독과 질병과 고통은 어쩌면 흔하고 흔한 숙명이지만  그림이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동안 고흐가  원하고 바란 것은 단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The Sower by Vincent Van Gogh,1888,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세상은  변하고 예술도 변했다. 예술가도 예술가의 생태도 변했다. 예술도 먹고사니즘을 벗어나지 못한다. 당연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흐는 있다. 예술이라는 위대한  꿈을 먹고사는, 그러나 자고 나면 절망과 비참 밖에 건질 게 없는, 이상하게 지치지도 않는 사람들. 코로나로 태풍으로  모두에게 힘든 이 시간이 그들에게 더 가혹하지 않기를, 어디에선가 모두  강건하기를 부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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