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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자 Feb 21. 2022

리뷰: Beach House – Once Twice..

#10. 안전함으로 혹은 아쉬움으로

  아마 비치 하우스의 신보 “Once Twice Melody” 올해 가장 많은 리스너들이 기대하고 기다리던 신보일 것이다. 이미 21세기 드림 팝의 거장이  듀오 비치 하우스는 지난 앨범 “7”(2018, Sub Pop)에서 특유의 탁월함에 일렉트로닉과 슈게이징의 옅은 감각을 덧입히며 환상적인 사이키델릭 음악을 선보였었고, “Teen Dream”(2010, Sub Pop)이나 “Bloom”(2012, Sub Pop)에서 이미 창작적 역량에 다다른  알았던 자신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줬었다. 이는 그들의 디스코그라피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를 기대하기에도 충분했다.


  새 앨범의 발매가 예고되고 그것의 정체가 드러나는 과정도 화려했다. 비치 하우스는 그들의 신보가 18곡을 담은 CD 2장 분량의 더블 앨범이며,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하나씩 순차적으로 공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작년 11월 첫 번째 챕터의 수록곡 4개가 베일을 벗었고, 한 달에 한 번씩 나머지 챕터들이 릴리즈되었다. 124분에 달하는 비치 하우스의 대서사시에, 평단은 미리부터 찬사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금 뜬금 없지만, 비틀즈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비틀즈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그들의 셀프 타이틀 앨범 “The Beatles”(1968, Apple), 속칭 ‘화이트 앨범’을 꼽는다. 왜냐? 어차피 비틀즈의 음악은 다 좋고, 화이트 앨범은 더블 앨범이라 비틀즈 앨범들 중에서 수록곡과 분량이 제일 많기 때문이다. 모든 메뉴가 맛있는 식당이라면 똑같은 돈을 주고 2인분을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시키는 편이 합리적이겠지. 하지만 비치 하우스의 신보에도 같은 잣대를 단순하게 들이밀 수 있을까? 일단 비치 하우스의 드림 팝이 별로일 수는 없고, “Once Twice Melody”는 지금껏 비치 하우스가 만들었던 음반들 중 가장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기는 한데.


  “Once Twice Melody”에 위와 같은 도식으로 섣부르게 환원되는 평가를 내리기 앞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가령 예시로 든 비틀즈의 화이트 앨범은 정신 없는 백화점 식 구성을 하고 있다. 이것은 당시 막장을 향해 달려가는 관계성 속에서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사실상 따로 작곡을 하며, 일관성은 크게 고려하지 않은 채 각자가 하고 싶은 중구난방한 실험들을 앨범에 뒤죽박죽 집어 넣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덕분에 앨범은 난잡할지언정 지루하지는 않다. 더블 앨범을 듣는 것은 체력과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다. 그런데 화이트 앨범은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각자의 개성에 끌려 다니며 동적으로 요동치고 시시각각 반전하는 트랙들 속에서 피곤함을 느낄 새가 없다. 하지만 비치 하우스가 그런 종류의 창작을 하는 밴드는 아니다. 그들의 신보도, 역시나 그러한 기상천외함과는 거리가 있다.


  “Once Twice Melody”는 더블 앨범의 방대한 분량 속에서 탄탄한 일관성을 놓지 않고 끌고 가는 앨범이다. 하지만 “Once Twice Melody”의 124분은 대체로 지루하다. 비치 하우스를 앨범 단위로 뜯어 볼 때, 혹은 비치 하우스의 디스코그라피를 쭉 따라가볼 때 들어오는 특징이 하나 있다. 이는 비치 하우스의 음악이 탄탄한 감정과 텍스처의 정적인 토대 위에서 들썩이거나 요동치지 않고, 청자가 눈치채지도 못하는 사이 자연스럽고 소소하게 변주한다는 것이다. “Once Twice Melody”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서 비치 하우스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Teen Dream”이나 “Bloom” 혹은 “Depression Cherry”(2015, Sub Pop) 같은 비치 하우스 표 드림 팝의 전형성을 완성했던 앨범들을 회상하는 것 같은 접근 방식을 취한다. 전작 “7”처럼 특징을 부각시키고자 힘을 준 부분도 드러나지 않는다.


  조악한 앨범은 분명 아니다. 앨범은 챕터 2의 ‘Runaway’나 챕터 3의 ‘Masquerade’ 처럼 전자 드럼의 텍스처와 앰비언스를 인상적으로 활용하거나, 더 나아가 글리치 장르의 색을 입힌 ‘Finale’ 등 군데군데 흥미를 끄는 트랙들을 담고 있다. 한편 ‘Superstar’나 ‘Hurts to Love’ 같은 트랙들은 비치 하우스의 문법을 정석적으로 재현한다. 서정을 드러내는 아르페지오, 풍부한 질감의 신스와 현악, 빅토리아 르그랑의 일렁이는 목소리가 겹치며 높은 완성도의 드림 팝 사운드를 이루어낸다. 특유의 따뜻한 꿈 같은 분위기, 아련함과 애수의 124분이 흘러간다. 하지만 이건 원래 비치 하우스가 잘하던 것이고, 비치 하우스라면 당연히 잘해야 하는 것이다. 18곡 중 절반 쯤은 사족처럼 느껴지는 ‘앨범 필터’다. 굳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앨범의 내용은, 비치 하우스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들로 채워졌다. “Once Twice Melody”는 편안하고 안전한 앨범이다. 하지만 잊을 만 하면 생각날, 꾸준히 듣게 될 마스터피스가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Once Twice Melody”, Beach House


2022년 2월 18일 발매
정규 앨범
장르: 드림 팝, 얼터너티브 록
레이블: Sub Pop
평점: 6.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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