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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자 Feb 28. 2022

리뷰: Ye – Donda 2

#12. 스스로를 박제한 독점 자본가를 아시오?

  카녜 웨스트… 아, 이제는 개명을 해서 ‘예’가 된 어느 프로듀서, 래퍼, 패션 디자이너, 그리고 자본가. 그는 언젠가부터 스스로의 상징자본으로 일궈낸 천재라는 스펙터클의 무게에 짓눌리기 시작했다. 예는 ‘천재’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기획된 천재, 스스로를 박제한 천재였다. 현재(동시대), 그리고 미디어가 예를 ‘천재’라는 수사로 호명할 때 그것이 본질적으로 가리키는 것 역시도 바로 “스스로를 박제하는 천재”의 상이다. 자기 자신을 스펙터클로 기획하는 과정을 대자적으로 사유하는, 객체임과 동시에 주체인 모순적 위치.


  이런 메타인지적 기획이 빛을 발했던 것은, 위기를 ‘프로젝트’화 하여 만들어내고 이를 돌파하는 기행적 커리어를 경유하며, 마치 60년대 말 롤링 스톤스처럼 괴팍한 악행들을 천재의 기질로 꾸며내던 10년 전이다. 어머니 돈다 웨스트의 죽음 이후, 테일러 스위프트가 서 있는 시상식 무대에 쳐들어가 난동을 부린다거나, 파혼을 겪으며 옛 파트너와 우스운 소셜 미디어 공방전을 벌인다거나 하는 상식 밖의 바보같은 일들이 “808s & Heartbreak”(2008, Def Jam / Roc-A-Fella)가 릴리즈되던 시기에 벌어졌다. 하지만 카녜는 뒤이어 놀라운 집중력과 철저한 계획, 그리고 천재성으로 빚어진 21세기의 클래식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2010, Def Jam / Roc-A-Fella)를 내놓으며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스스로를 증명했다. 이 일련의 과정 자체가 하나의 서사였다. 이전에 카녜가 벌였던 기행들은, 이제 다면적 감정의 경계 위를 횡단하는 야누스적 천재의 한 면모로 정당화 되었다.


  그런데, 이전 “Donda”(2021, GOOD / Def Jam)를 잠깐 리뷰할 때 썼던 것처럼, 근래의 예가 맞이한 위기는 10년 전의 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스펙터클의 시대에 상품으로서의 ‘천재성’을 구축하기 위한 장치로 자기의 양극성 장애를 ‘과시’하고, 이것으로 기행과 타자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던 10년의 세월을 그의 주변인들은 도저히 견뎌낼 수 없었다. 존 레전드에서 최근에는 키드 커디에 이르는 동료들, 심지어는 아내 킴 카다시안과 가족들까지 예의 곁을 떠나거나 아니면 예가 스스로 곁에서 쫓아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꼴사납기만 한 그의 커리어에서 새로운 전회의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는 건, 10년 전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를 세상에 내놓았던 것처럼 새롭고 혁신적인 작업물을 다시 만들어 대중에게 스스로의 천재성을 다시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예의 근작들은 진부하고 재미 없고 지지부진하다.  


  “예의 근작들은 진부하고 재미 없고 지지부진하다.” 그런데 이건 예가 창작을 더디게 해서 벌어지는 과작의 문제가 아니다. 예는 의외로 성실하다. 강박적으로 성실하다. 그리고 바로 이 강박적 성실함,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에 대한 강박이야말로 카녜 본인이 인지해야만 하는 최악의 문제다.


  카녜 웨스트는 “The Life of Pablo”(2016, GOOD / Def Jam)의 야심 찬 도전 이후로도 마치 김성모의 만화 공장처럼 끊임없이 트랙들을 찍어냈다. 물론 이것의 결과는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신통치 않았다. “The Life of Pablo”를 내놓은 지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18년, 카녜는 와이오밍 시골에 숨어 들어가 외부와의 교류를 끊은 채 주구장창 음악만 만들었고 5주 사이에 다섯 장의 앨범을 컨베이어 벨트처럼 찍어 냈다. 이를 통해 완성된 것이 ‘와이오밍 프로젝트’로 알려진 작품들이다.  


  와이오밍 프로젝트가 내놓은 앨범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카녜가 사실상 수장으로 있는 레이블 굿 뮤직에서 활동하는 그의 동료 푸샤 티의 앨범 “DAYTONA”(2018, GOOD / Def Jam), “나는 양극성 장애를 앓다는 사실이 너무 혐오스러워, 씨발 이거 존나 좋아!(I hate being Bi-Polar, It’s awesome)”라는 해리된 문구를 앨범 커버에 적고 나온 카녜 본인의 정규 앨범 “ye”(2018, GOOD / Def Jam) 와이오밍 프로젝트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천재적인 얼터너티브 R&B 감각으로 카녜에게 발굴되어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키드 커디와 예가 듀오로 만든 앨범 “Kids See Ghosts”(2018, Wicked Awesome / GOOD / Def Jam), 그리고 굿 뮤직 소속의 다른 동료 테야나 테일러의 앨범 “K.T.S.E.”(2018, GOOD / Def Jam) 발매되었다. ,  시기에 카녜는 힙합 리스너들이 오랫동안 고대하던 나스의 정규 앨범 “NASIR”(2018, Mass Appeal / Def Jam) 만들기도 했었다. 정승처럼 쓰는지는 모르겠으나 정말로 개처럼 일하기는  것이다.


  그러나 와이오밍에서 주구장창 작업만 한 프로듀서 카녜가 이 시절 완성한 앨범들은 들쭉날쭉한 완성도를 보여줬다. 포드 차의 생산라인이 자동차를 찍어내듯 앨범을 냈지만 일단 만들고 보는 작업 방식 속에 품질 검수는 균일하지 못했던 것이다. 푸샤 티의 “DAYTONA”는 그의 커리어를 뒤엎을 정도로 훌륭한 앨범이었고 “Kids See Ghosts”의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는 키드 커디와 카녜 웨스트 듀오의 진가를 유감 없이 보여줬다. 그러나 정작 카녜 본인의 이름을 달고 나온 앨범 “ye”는 트랙들 사이에서 앨범으로서의 유기성이 구축되지 않는 무신경함을 일관된 정체성으로 갖고 있었다. “러셀 시몬스가 미투 운동에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었기 때문에 그를 지지한다”는 황당한 가사와 앨범 내내 설득력 없이 과시적으로 전시되기만 하는 카녜의 자의식은 리스너들을 ‘역겹게’ 만들었다. 한 편 카녜가 프로듀스한 나스의 앨범 “NASIR”는, 나스의 비트 초이스는 형편 없다는 편견을 재생산하는데 일조하고야 말았다. 이후 나스가 새 프로듀서 히트-보이를 만나 합을 맞추며 “King’s Disease II”(2021, Mass Appeal / the Orchard)나 “Magic”(2021, Mass Appeal) 같은 수작들을 내놓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그러고도 카녜는 계속해서 신보들을 ‘찍어냈다’. 2019년에는 하나님의 품으로 귀의한 카녜가 가스펠 힙합 앨범 “Jesus Is King”(2019, GOOD / Def Jam)을 내놓고, ‘선데이 서비스 콰이어’라는 가스펠 합창단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물론 이것들의 음악적 가치를 진지하게 논하는 사람은 없다. 5장의 앨범을 내놓은 바로 다음 해에 내놓은 정규 앨범이라니, 소진되지 않고 뭔가 그럴듯한 것을 만들어내는 게 더 신기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사전에 휴식 따위는 없었다. 러닝타임 20분 짜리의, 앨범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분량의 앨범들을 양산품처럼 찍어내던 카녜는 2021년 100분이 넘어가는 더블 앨범 “Donda”(2021, GOOD / Def Jam)을 내놓았다. 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Donda” 세션 속에서, 카녜는 창작적 역량의 고갈을 호소했고, 몇 번이고 공개일을 뒤로 미뤘으며, 마지막에는 프로듀서 릭 루빈을 긴급하게 호출해 앨범 마무리에 도움을 받았다. 어렵사리 공개된 “Donda”에서는, ‘더 이상 실패하면 물러설 곳이 없다’는 부담감으로부터 기인한 진중함이 드러나고 있었다. “Donda”의 군데군데에서는 분명 옛 카녜의 비범함이 묻어 났다. “The Life of Pablo”로 가스펠-프로그레시브 힙합의 서사시적 상을 처음 드러낼 때의 야심이 “Donda”에도 담겨져 구조적인 빌드-업으로 드러났고, 한편으로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의 맥시멀리즘에서 “Yeezus”(2013, Def Jam / Roc-A-Fella)의 텍스처까지, 카녜의 팬들이 그를 사랑했던 지점들 역시도 일종의 징후로서 앨범을 떠돌고 있었다. 하지만 ‘대작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앨범의 러닝타임을 물리적으로 늘여 놓기만 한 바로 그 순간, “Donda”의 사운드 디자인이 맞게 될 처참한 들쭉날쭉함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어머니의 이름(돈다 웨스트)을 타이틀로 달고 나온 앨범에서, 영성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얘기하다가도 중간중간 맥락 없는 자기과시의 옆길로 새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문제적이었던 것은, “Donda”와 이후 카녜가 지속적으로 진행했던 선데이 서비스 콰이어 세션들에서 “하나님의 힘으로 죄인들을 회개시킨다”는 해괴한 명목으로, 성폭력 가해자 마릴린 맨슨, 그리고 무대에서 “에이즈 및 성병 환자, 게이, 문란한 여성을 제외하고 손 들어라”라는 끔찍한 혐오 발언을 내뱉은 다 베이비의 크레딧이 올라온 것이다.


  그리고 카녜는 200분짜리 ‘길이만 대작’인 앨범을 내놓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Donda 2”를 뚝딱 만들어 공개해버렸다. 첫 번째 “Donda”에서 등장했던 어머니의 이름에는 일련의 맥락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기획도 구상도 없이 그냥 대충 찍어서 내놓은 이번 앨범에서 어머니의 이름은 아무 의미도 없다. “Donda”와 “Donda 2” 사이에는, 이것이 카녜 웨스트의 앨범이라는 것 빼고는 그 어떠한 유기적 연관성도 없다. 저번 앨범에서 카녜는 비대하고 산만할지언정 하나의 기승전결을 갖춘 서사적 흐름을 다소 장황하게 쌓아 갔다. 이는 어머니의 이름을 중심으로 구축된 주제의식에 걸맞다. 하지만 “Donda 2”의 뚜껑을 열어 보면, 이건 하나의 앨범이라고 하기도 힘들다. “Donda 2”는 차라리 랜덤한 클라우드 랩 트랙들을 아무렇게나 담은 모음집(플레이리스트)에 가깝다.


  마음을 굳게 먹고 트랙 리스트를 따라가보자. 고인이 된 XXX텐타시온의 보컬을 인상적으로 샘플링한 첫 번째 트랙 ‘True Love’는 일말의 기대감을 품게 한다. 근사한 오프닝 트랙의 서정적인 사운드 레이어는 ‘Novacane’ 같은 초기 프랭크 오션의 멜랑콜리한 PBR&B와 닮아 있다. 하지만 이 트랙이 매력적인 건 카녜가 아니라 텐타시온 덕분이다.


  세 번째 트랙 ‘Get Lost’는 본 이베어의 저스틴 버논과 연이 끊긴 카녜 웨스트의 몸부림이다. 여기에서 예는 과거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에서부터 등장해 “Yeezus”의 피처링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드러났던 본 이베어의 보컬 활용, 요컨대 오토튠 된 여러 화음의 보컬들을 겹쳐 쌓아 레이어를 만드는 방식을 덜떨어지게 재현한다. 이럴 게 아니라, 그냥 저스틴 버논을 찾아가 무릎 꿇고 사과하면서 다시 음악 같이 하자고 싹싹 비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그 외에 그나마 트랙으로서 흥미로운 것은 불협화음의 앰비언트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6번 트랙 ‘Security’, 아니면 오프닝 트랙의 수미상관처럼 텐타시온의 보컬을 다시 가져오는 ‘Selfish’ 정도? 그 외에는 뜯어보며 미사여구를 붙일 가치도 없다. 이런 앨범의 러닝 타임이 46분 45초나 된다는 건 비극이다.


  “Donda 2”의 사운드적 정체성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한다. 여기에서 예는 “808s & Heartbreak” 시절 선보인 미니멀한 얼터너티브 R&B의 바이브를, 요즈음 클라우드 랩 유행과 접목시켜 현대화된 형태로 가져오려 하고 이를 위해 보컬 라인에 힘을 준다. 그러나 그 시절의 번뜩임은 어디에도 없다. “Donda 2”는 “808s”도 ‘Blood on the Leaves’도 ‘Father Stretch My Hands’도 아니다. 아마도 카녜는 요즈음 클라우드 랩과 트랩을 ‘듣기만 했다’. 이럴 거면 차라리 퓨처나 플레이보이 카티의 신보나 기다리고 있는 게 낫다. 아, 퓨처… 사실 퓨처는 “Donda 2”의 프로듀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이번 앨범에서 카녜와 퓨처는 물과 기름 같다. 8번 트랙 ‘Pablo’의 억지스러운 트랩 비트, 그리고 트래비스 스캇과 퓨처의 라이밍은 뒤섞이지도 못한 채 짜증만 나게 한다. 카녜의 “ye”의 앨범 커버에 적혀 있던 문장을 오마주해 그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Donda 2”는 그렇게까지 별로는 아니다. 그냥 끔찍하게 싫을 뿐이다. (“It’s actually not that bad, I just hate it.”)

 

  잠깐 다시 옛날로 돌아가보자. 카녜가 단순히 랩 스타를 넘어 ‘동시대의 천재’가 될 수 있도록 기여한 주요한 요소 중 하나는 그의 취향과 자신의 취향을 재배열하고 기획할 수 있는 감각이었다. 예컨대 루 리드는 죽기 직전 카녜의 “Yeezus”가 발매되었을 때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카녜는 모든 종류의 음악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호평했다.


  힙합이라는 장르음악의 경계 내부에서 훌륭한 프로듀서들을 떠올려보면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의 이름이 나올 테지만, 카녜는 분명히 ‘포스트-힙합’ 스타였다. 니나 시몬과 오티스 레딩, 킹 크림슨과 에이펙스 트윈까지 샘플링하며, 영미 장르음악의 유산들을 취향적•인종적•계급적 경계를 넘나들며 활용하고 또 이를 유기적으로 재구성해낼 수 있는 기획자는 드물다. 한 편으로 카녜는 본인이 전위에 서 있지 않더라도, 누가 창작의 전위에 서서 급진적인 결과물들을 내놓는지를 빠르게 파악하는 감각을 지녔었다. 프랭크 오션과 본 이베어, 아르카의 이름이 메인스트림에 알려지기 이전부터, 그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이들의 예술적 텍스트를 조각으로 잘라내어 자신의 결과물에 섞어 냈다. 요컨대 인더스트리얼 노이즈 위에서도, 프로그레시브하게 짜인 오케스트레이션 위에서도 랩을 하는 카녜는 장르음악 이후의 대중음악산업을 가리킬 수 있는 인물이었으므로 지금의 지위를 획득했다.


  하지만 “The Life of Pablo” 이후로 이어지는 지지부진한 디스코그라피, 그리고 특히 이번 “Donda 2”에서, 아방가르드 혁명가 카녜 웨스트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Donda 2” 속 카녜의 음악은 선도하는 음악이 아니라 따라하는 음악이다. 후배들의 클라우드 랩, 트랩 유행들을 고장난 복사기처럼 가져올 뿐이다. 그는 더 이상 장르음악의 경계도 그 무엇도 횡단하지 않는다. 지금의 예는 제자리에서 가만히 개처럼 일만 할 뿐이고 이를 통해 정동을 아무데나 투사할 뿐이다. 좋은 음악을 만들어 자신이 여전히 낡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손이 가는 대로 닥치는 대로 앨범을 내고 있지만, 발버둥을 칠수록 그는 진부함의 수렁 속으로 깊게 빨려 들어갈 뿐이다.


  한편 “Donda 2”의 발매를 앞두고 앨범 외적으로 이슈가 된 것은 바로 ‘스템 플레이어’다. 예는 애플 뮤직이나 스포티파이 같은 거대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아티스트들이 만들어 내는 이윤을 훔쳐 간다며, 새 앨범 “Donda 2”를 레이블을 통해 피지컬로 발매하거나 스트리밍 플랫폼을 공유해 유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일면 일리가 있다. 그런데 예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은 바로 ‘스템 플레이어’라는 이상한 음악 재생 기기다. 이건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동그란 플라스틱 쪼가리인데, MP3 플레이어처럼 기능을 하며 스템 플레이어 인터넷 홈페이지와 연동해 음원을 내려받고 재생할 수 있는 모양이다. 예는 자기가 새로 런칭한 스템 플레이어를 “Donda 2”의 독점 플랫폼으로 선언하고, 무려 200달러(한화 약 24만원)에 달하는 스템 플레이어를 구입해야만 자신의 신보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카녜의 자산가치는 무려 66억 달러로 추정된다. 물론 이것의 대부분은 카녜 웨스트의 신발-패션 브랜드 ‘Yeezy’의 브랜드 가치를 수치화 한 것이겠지만, 메이저 레이블과 패션 브랜드 운영에 참여하는 카녜가 거대 자본가라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런 카녜 웨스트가, “아티스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중간 유통과 레이블 및 스트리밍 플랫폼의 착취를 거치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매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미 이러한 대안적 음악유통구조의 좋은 사례로는 사운드클라우드와 밴드캠프가 있는데, 예의 스템 플레이어는 이것들처럼 자생적이지도 않다. 뮤지션과 리스너가 스템 플레이어를 매개로 만나려면, 카녜 웨스트에게 200달러를 주고 그의 상품인 스템 플레이어 기기를 사야 한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예는 뮤지션들의 창작물을 볼모 삼아 독점 자본가 노릇을 하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리스너들이 실천해야 하는 것은 “Donda 2”와 스템 플레이어를 사보타주 하는 것이다. 스템 플레이어에 대한 단호한 거부는 하나의 운동적 흐름이 되어야 한다. “Donda 2”를 사운드클라우드로 듣는, ‘해적당의 일원이 되는’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2022년의 카녜 웨스트는 사업적으로도 인격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추하다. 더 이상은 쥐어 짜낼 새로운 것도 없는 상황에서 기계적 과로를 반복하며 늪구덩이로 빠지는 지금의 상황을 멈춰야 한다. 이제 다른 누군가가 개입해서 카녜를 소셜 미디어, 강박적 창작 환경, 그리고 창작 그 자체와 몇 년 동안 격리시켜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타인에게 정동을 투사하는 것으로 디스코그라피를 채워가는 건 타인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성은 물론이고 자기 스스로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폭력이 되고 있다.  


  카녜의 앨범 커버에 빨간색이 들어가던 10년 전(“808s”, “MBDTF”, “Yeezus”)이 그립다. 카녜와 맨슨과 다 베이비를 죽여서, 카녜의 텅 빈 앨범 커버를 반동의 피로 붉게 도색하자.



“Donda 2”, Ye

(예는 이번 신보를 앨범 커버 없이 발매했다. 커버 이미지는 예가 "Donda 2"의 리스닝 이벤트를 예고하며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이미지다.)


2022년 2월 23-25일 발매 (스템 플레이어 독점)
정규 앨범
장르: 팝 랩, 얼터너티브 R&B, 트랩, 익스페리멘털 힙합
레이블: 없음 (셀프 릴리즈)
평점: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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