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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소금 Nov 13. 2021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걍팍할 때는 온통 자기만으로 가득 차 깃털 하나 꽂을 데 없는 것이 마음이라고 했다. 그 안에 다른 무엇을 들이고 품는 게 쉬울까


대수롭지 않은 주변과 일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옆에 있어도 옆에 없고 봐도 본 게 아니며 들어도 들은 적 없다.


오늘 아침에 친한 동생의 연락을 받았다. 온 식구가 백신 2차 접종까지 하고도 코로나에 걸렸다고 떨리는 목소리이지만, 차분하게 말했다.

언니, 우리 가족 진짜 위드 코로나   있지... (웃음)

기도  해주라 언니.”


내가 너무 평온한 나날들을 보낸 걸까,

여기 섬에서 너무 나만 생각하며 산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전활 걸어온 동생의 어머니는 4년째 혈액 암으로 투병 중 이시다. 그런데 코로나까지 보태다니, 너무나 기가 막혔고 걱정스러웠지만 동생은 더 힘들 것 같아서 내색하지 않았다.


동생은 죽을병은 아니지만 죽을 만큼 공포스러운 오한과 두통에 시달리면서 별 뾰족한 수 없이 타이레놀만 먹고 있으면서도 자기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가 아플까 봐 떨고 있었다. 그냥 우리 가족만 아프고 지나가면 좋겠는데 자기 때문에 또 다른 이웃이 피해를 볼까 봐, 혹여 그 사람들의 생계가 흔들릴까 봐 더 겁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금요일 이후부터는 아무도 안 만났으니 천만다행이란다.


순하고 착한 사람들이 왜 아파야 할까

나는 아직 그 이유를 모른다.


딸이랑 같이 기도했다. 8살 딸은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코로나와 함께’ 사는 세상이 아니라 온 세계에서 그 지겹고 지독한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지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나는 내 속엔 내가 너무 많다고 기도했다.


백신을 맞아도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리지만 백신을 맞은 사람과 맞지 않은 사람이 점점 더 구분되어서 살아야 하는 세상이 나는 아직 낯설고 의아하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돌같이 딱딱한 굳은 마음은 갈아 엎어지고 여린 새순같이 보드라운 마음이 돋아나면, 그러면 절대 놓치고 살지 말아야 할 것들을 조금 덜 놓치고 살 수 있겠다. 더 많은 것, 소외된 것, 약한 것들을 보며 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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