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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바디 Nov 09. 2023

자꾸 무기력해지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퇴사 후 아무것도 내 뜻대로 되지 않아 불안해질때

어떤 순간에 나는 좌절감을 느끼고 무기력해지는걸까? 그 무기력함을 면밀히 분석해보기로 했다.


취준 기간, 회사원 시절과 퇴사 후 기간 등 최근 인생 몇 년을 놓고 바라봤을 때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고 또 하루가 내 의지에 따라 잘 흘러갔을 때 그러니까 내가 마음 먹은 대로 일찍 일어나고, 운동과 일을 성공적으로 했을 때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반대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 길어지거나 혹은 지금의 상황을 변화시킬 힘이 내게 없다고 느껴질 때 무력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살면서 이런 순간을 자주 마주하는건 당연했고 나는 그럴 때마다 무너졌다.

퇴사 후엔 무너지는 순간이 특히 더 자주 왔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 90%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나는 1인 사업가가 되기 위해 퇴사를 했다. 직장에서 나와 내가 내 하루를 온전히 꾸리며 알찬 하루 하루를 만들어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퇴사 전 준비했던 일이 스마트스토어 부업과 남의집 플랫폼에서 자기계발 모임을 여는 일이었다. 신기하게도 퇴사하기 1개월 전에는 스마트스토어 주문도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고 자기계발 모임은 주 1~2회 모임이 이어졌다. 당분간은 이런 수입들로 먹고 살며 조금씩 내가 하고 싶은 일의 범위를 넓혀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남의집 플랫폼 내가 퇴사함과 동시에 서비스 종료를 해버린 것이다. 퇴사 날짜가 6월 24일이었는데 6월 30일에 서비스 종료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그걸 서비스 종료되기 불과 1~2주 전에 알게 되었고 남의집에서 더 이상 모임을 지속할 수 없었다.


문토, 프립 등 다른 모임 플랫폼으로 이주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2개월간 남의집을 운영해본 결과 내 에너지가 매우 많이 든다는 것을 느꼈다. 내 집에서 모임을 진행한만큼 에너지가 2배로 들었다. 게스트가 오기 전에 집을 치우고, 와서는 2시간반~3시간 가까이 그들과 이야기를 하고, 떠난 이후에도 집을 치워야 했다. 특히 모임이 1:1로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만큼 서로 진솔한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며 깊은 대화로 이어졌다. 새로운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 하는건 설레고 재밌었고 그 분들에게 받는 에너지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퇴사 전 2달의 시간 동안 직장일과 모임을 함께 병행하며 2~3시간 동안 내 모든 에너지를 다 쏟다 내고 나니 에너지가 남아 있을리 없었다. 자연스레 서비스가 종료됨에 따라 모임 커뮤니티는 접기로 했다.


스마트스토어 역시 퇴사할 때만 유독 주문이 많이 들어왔던 거였지 이후로는 주문이 안들어왔다.

만약 내가 스마트스토어로 돈을 제대로 벌고 싶었다면 계속해서 제품을 꾸준히 올리고 노출에도 신경 쓰는 등 상품을 팔려는 노력을 제대로 했어야 했는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스마트스토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미가 없던 것이다. 위탁 판매이다보니 나는 실제로 본 적도 없던 제품들을 판매하는데, 어느 날 이런 구매 후기가 달렸다. ‘품질이 너무 별로네요.’  그 댓글을 보고 안그래도 재미없던 스마트스토어가 더 재미없게 느껴졌다. 저 역시도 그런 저품질 제품은 팔기 싫은데 말이죠.


이 두 개를 꾸준히 하면서 월 50만원이라도 벌고, 외에 다른 일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돈을 벌어야겠다는 나의 마음은 조금씩 희미해져갔다.


그 시기에 한옥문화원에서 주최한 한옥 짓기 프로그램에 참석하게 되며 우연히 스탬프투어의 길에 빠지게 되었다. 7,8월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니며 스탬프를 찍었고 방문자여권에 도장이 찍히는 만큼 뿌듯함도 함께 커졌다. 이대로 모든 도장을 다 찍고 국내 1등으로 스탬프투어에 완주해 문화재청에서 감사 금패를 받으면 그보다 좋을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땡볕이 뜨거운 날, 스탬프를 찍으러 과하게 돌아다녔는지 8월 말쯤에 한번 더위를 세게 먹었고 조금씩 지겨워져 가던 스탬프투어를 더 이상 지속하기 싫어졌다. 처음엔 너무 아름답고 평온함을 선사하던 여러 문화재들은 이제 내게 다 똑같아 보이기 시작했고, 혼자 여행 다니는 일이 재미가 없어졌다.


화룡점정을 찍은 일이 있었는데 중국 상해에 여행 갔던 일이다. 상해에 여행 간 이유는 여럿 있었지만 그 중에 하나가 가구 박람회에 참여하는 일이었다. 가기 전에는 Salone 살로네 (이탈리아에서 매년 열리는 하이엔드 인테리어/가구 박람회)를 생각하며 엄청난 고품질의 박람회를 기대했는데 상해는 그런 고급짐과는 거리가 먼 중국 OEM식의 가구가 진열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실망감을 많이 느끼고 그때 더 이상 여행은 내게 그 어떠한 위안도 기쁨도 주지 않는구나, 나는 여행을 다닐 때가 아니라 이제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한국에 돌아와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지를 본격적으로 생각하다가 퍼스널 브랜딩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해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이전에도 여행 다니며 릴스 47개를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았다. 반응이 없는데 꾸준히 한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조회수가 저조하고 댓글이 거의 달리지 않아서 지속할 마음이 조금씩 사라져 갔다. 그때, 유튜브를 오래 꾸준히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채널을 빠르게 키워야 하는게 답이라는 걸 깨달았다. 채널이 빠르게 크고 사람들의 반응이 있어야 오래 지속할 힘이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유튜브 공략법들을 많이 참고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런 방법론들을 알려주는 채널들을 이것저것 팔로우하고 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했더니 바로 구독자 10만명", "쇼츠 5400개 전부 분석했습니다."

세상엔 온갖 성공 사례들과 방법론이 넘쳐 났다. 그런데 그런 컨텐츠들을 하루 종일 보다보니 도움이 되기보다 자괴감이 커졌다. 비교하는 마음이 제일 위험한 건데, 타인의 채널 규모나 구독자수 조회수 등과 비교하고 숫자에 연연하는 마음이 커졌다.


또, 꾸준히 하면 된다는데 지금의 나에게는 그 꾸준히가 정말 어려웠다. 

나 역시도 무엇이든 꾸준하면 성공한다는 것을 잘 알고 몇 개월 동안의 노력으로 무언가를 성공했던 경험이 몇 개 있다. 그런데 수중에 돈은 떨어져가니 성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고역이라는 것이다. 그게 언제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보장이 있으면 기다릴 텐데 그런 보장은 없는데 돈이 떨어져가니 자꾸 불안한 마음에 이거했다 저거했다하면서 그 어떤 곳에서도 제대로된 성과를 내지 못한다.


이게 내가 요즘 불안한 이유이다. 이대로 나 괜찮을까.


이렇게 비교 심리가 자꾸들고 마음이 무거울 때는 어딘가를 향해 더 빨리 가려고 하는 것보다 외부 컨텐츠를 차단하고, 내면으로 관심을 돌려 마음을 진정시키는게 낫다는 것도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쉽지 않겠지만 인스타/유튜브를 당분간 조금 줄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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