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이야기
설이 되었는데 눈 소식이 있다. 정말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싸리눈, 함박눈 바꾸어가며 쉬지 않고 내려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아침에 마당에 눈이 하얗게 쌓였다. 꽤나 쌓여서 땅도 식물도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집 앞 길에 눈을 밀고, 차 위의 눈도 털고, 화분 위에 쌓인 눈도 털었다. 화분 안에 얼음이 얼어 장미와 로즈마리가 죽을까 무섭다. 우리 집 나무가지는 눈도 쌓이지 않을만큼 앙상하다. 마른 수국 꽃 위에도 눈이 쌓였다. 내가 기다리던 수국에 눈 쌓인 풍경을 드디어 보았다.
고요한 겨울 마당에 해줄 것은 없고, 고양이 똥만 치우러 가끔 갈 뿐이었는데 눈이 많이 온김에 한번 살펴 보게 되었다. 정원에서 나와 노는 일이 없던 아들이 눈 위에 누워서 신나게 놀았다. 추워서 온 눈인데 하이얀 풍경에 따뜻하다는 착각이 들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