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름여행 #5
오늘은 다시 삿포로로 돌아가는 날이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차례란 뜻이다. 캐리어의 짐을 다시 싸고 숙소에서 주는 커피를 마시며 기념사진도 찍고 차를 빼러 주차장에 갔다.
두 시간 정도 달리니 오타루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너른 평지와 논을 보았다. 홋카이도에서 차로 달리는 방향마다 풍경이 조금 다른 듯하다. 삿포로를 끼고 더 달려서 오타루에 도착했다. 관광구역에 가까워지자 관광객 인파가 보이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단체관광객이 많은 관광거리 느낌이 났다. 그래서 주차장도 여러 곳이 만차여서 조금 헤맸다.
첫 번째 간 곳은 오르골당이었다. 오르골을 주제로 골동품과 장식품들이 많았다. 아들은 보석함처럼 생겼는데 뚜껑을 열면 해리포터 주제가가 나오는 오르골을 마음에 들어 했다. 하지만 비싼 가격에 듣기만 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오르골들이 총집합했는데 골동품점을 보는 듯한 매력이 있었다. 오르골에서 나오는 음악으로는 오타루까지 두 시간 동안 달려오면서 차에서 운전 배경음악으로 들은 디즈니 ost가 많았다. 로봇과 기계를 좋아하는 아들은 오르골을 하나하나 돌려보면서 신기해했다. 기계 장치에서 이런 감성적은 음악이 나오는 게 아들에게는 큰 매력이었나 보다. 이곳은 앙증맞은 멜로디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동화 같은 곳이었다. 이곳은 상점이지만 나무 인테리어와 따뜻한 불빛, 2층에서 뻥 뚫린 1층을 내려다보는 구조였다. 추운 겨울밤에 들어와서 보면 동화 속에 들어온 기분을 느낄 것 같다. 아마 오르골을 꼭 사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았다.
다음으로는 유리공예점에 들어갔다. 오타루는 유리공예가 유명하다고 한다. 일본 답게 작고 앙증맞은 장식품과 그릇이 많았다. 다른 가게에서는 유리공예를 직접 체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뜨거운 열로 녹은 유리의 찰나를 이용해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이 신기했다.
이 외에도 먹거리나 기념품을 파는 관광 거리가 이어져 있었다. 길을 따라 쭉 걷는 길에 다양한 관광객이 넘쳐났다. 와중에 팥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남편은 이번 여행에서 1일 1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다짐했는데, 팥맛은 처음이라며 골랐다. 우유로 유명한 홋카이도는 가는 곳마다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많은데, 그곳의 특별한 재료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게 재미있었다. 팥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밀크보다 더 진하고 꾸덕했다.
간단한 점심으로 어묵공장에 갔다. 오래된 어묵가게가 어묵공장으로 확장을 하고, 이 공장의 일부를 공개하며 판매도 하는 곳이었다. 갓 만들고 튀긴 어묵을 골라서 먹을 수 있었다. 종류가 다양해서 힘든 고민 끝에 야채, 해물, 치즈 어묵을 주문했다. 상점 뒤편에는 어묵 반죽을 만드는 모습과 어묵 모양을 만들고 튀겨내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지금 먹는 이 어묵이 이렇게 맛있구나'를 바로 수긍할 수 있었다. 튀겼지만 느끼하지 않고 부드럽고 탱글 했다. 아들은 어묵을 좋아하는 데 어묵을 만드는 것을 보는 게 이번 여행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오타루에서 제일 유명한 오타루 운하를 보러 갔다. 그 유명세답게 전 세계 관광객들이 많았고, 각자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 오래된 공장 건물들과 유유히 흐르는 운하를 배경으로 사진으로 찍을 수 있었다. 이것으로 오타루 구경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갔다. 렌트 반납 시간에 맞춰 서둘러서 가야 했다. 오타루에서 30분을 달리는 삿포로 시내가 나타났다. 가는 길에 주유를 하고 차를 반납장소로 가져갔다. 직원 2명이 나와서 차에 이상은 없는지 플래시를 비춰가며 꼼꼼히 확인하고 반납 처리를 해줬다.
우리의 발이자 수레가 되어준 렌터카를 반납하고 이제 캐리어를 끌고 호텔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3일 전 삿포로 숙소는 삿포로역 근처였는데, 오늘은 스스키노구역 근처로 잡았다. 멤버십 혜택을 받으려고 외국계 호텔 체인 사이트로 예매를 했는데, 리셉션에 서양인 직원이 2명이나 있고 영어를 쓰는 게 과연 외국계호텔 다뤘다. 세계 어디를 가나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키를 받아 방으로 들어가니 창밖으로 오도리 공원 티브이 타워가 보였다. 에펠탑처럼 웅장한데 밤에는 반짝반짝 빛나기도 했다. 그리고 사방으로 커다란 시계가 달려있는데, 시간이 궁금하면 나도 모르게 방의 시계 대신에 창밖에 시계타워를 보게 되었다.
짐을 풀고 이제 저녁을 먹으러 숙소 근처 라멘 골목에 갔다. 좁은 골목에 라멘집이 많은데 다 하나같이 매장이 좁았다. 몇몇 매장은 대기줄이 길게 서 있었다. 배가 고팠던 우리는 줄 없는 라멘집 한 군데를 찾아 들어갔다. 아들은 새우, 아빠는 소유, 나는 미소라멘을 먹었다. 홋카이도 에는 미소라멘이 유명하다고 여행책에 나왔다. 나는 라멘이 라멘이지 따로 유명한 라멘이 있는 건 뭐냐며 이해가 안 됐다. 남편은 부산에 돼지국밥이 유명하듯이 지역마다 특별히 더 많이 먹는 라멘이 있는 거라고 했다.
라멘 한 그릇을 먹고 아직도 맥주 축제가 열리고 있는 오도리 공원에 갔다. 근처 유명하다는 빵집에서 빵을 사고, 내일 아침에 먹을 오니기리도 샀다. 그리고 아들이 먹고 싶다는 '라무네'음료수를 사려는데 편의점에 없었다. 몇 군데 마트를 돌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한국에는 많던데 요새 일본아이들은 라무네를 먹지 않는 건지 라무네는 없었고, 급기야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하상가가 있어서 지하상가를 통해 라무네를 찾아다녔다. 결국에는 돈키호테 지하 2층에 가서 점원에게 물어보니 잘 보이지 않는 박스 밑에 들어있었다. 어찌 됐든 아들이 먹고 싶다던 라무네 2개와 어른들을 위한 편의점 맥주와 과자를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삿포로는 며칠 전에 왔기도 했고 원하는 것이 가까운 거리에 다 있는 전형적인 도시 생활권이라 편했다. 쇼핑할 것도 구경할 것도 많고 편리했다. 한국의 우리 집은 중소도시라서 이렇게 편리하지는 않고 없는 브랜드도 많은데, 도시 생활은 이런 게 좋구나 다시 한번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