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본격적 시작
이 글을 쓰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인류역사까지 살펴보고 있다. 투자의 역사를 되짚어 보다가 수렵농경시대 이야기를 꺼냈다 (이게 잘못이었던 듯). 그러면서 그들의 삶에 비추어 투자의 의미를 살펴보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이번화는 조금 더 진지해졌다. 인류의 기원까지 살펴볼 참이다. 거 참.
도구를 만든다는 것은 미래에 보다 나은 결과를 위해
현재 주어진 자원을 보다 나은 형태로 바꾸는 행위 - 즉, 투자
우리가 과학(역사?) 시간에 배웠던 것 중에 인류의 기원을 살펴볼 때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어렵지만 우스꽝스러운 저 단어를 배우고 외우면서, 친구들을 서로 놀리고 했던 기억이 있다 - 순수하고 오래된 기억이네 -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Australopithecus afarensis라는 긴 학명을 가지고 있다. 오스트랄로는 "남쪽의" 피테쿠스는 "원숭이"라는 의미이고, 아파렌시스는 라틴어 "아프리카"라는 의미이다. 즉 외우기도 힘든 Australopithecus afarensis의 의미는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남쪽 유인원이라는 의미이다. 이 화석은 1930년대부터 에티오피아 하다(Hadar) 지역과 탄자니아 라에톨리(Laetoli) 지역에서 여러 화석이 발견되고, Lucy라고 별명이 붙은 이 특정 화석은 1974년 11월 24일에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Australopithecus afarensis는 대략 3.85 and 2.95 million years ago (385백만 년에서 295백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주로 식물중심으로 수렵을 하며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https://humanorigins.si.edu/evidence/human-fossils/species/australopithecus-afarensis#:~:text=Found%20between%203.85%20and%202.95,own%20species%20has%20been%20around.) 이들은 본격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지능이 있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나름의 본능적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인류의 본격적인 도구 사용은 그다음 종인 Homo habilis (Handy man)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약 2.4 million to 1.4 million years ago(240만 년에서 140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별명은 Handy man인데 이들의 특징은 기존 Australopithecus afarensis 보다 훨씬 더 큰 두개골 (즉, 뇌의 크기가 커짐)을 가지고, 상대적으로 작은 얼굴과 치아를 가지고 있다. 이 종의 별명이 Handy man인 이유는 아마도 최초로 돌로 만든 도구를 사용한 종족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들의 화석은 1960년과 1963년에 탄자니아에서 발견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OH 7이라고 부르는 화석을 Jonathan Leakey가 발견했는데 그래서 Jonny's child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Homo habilis가 본격적으로 도구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 즈음 다양한 유인원이 함께 공존했던 시대로 명확하지는 않다고 한다. (https://humanorigins.si.edu/evidence/human-fossils/species/homo-habilis)
인류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은 동물과 명확히 구분되는 특징 중에 하나로 (물론, 동물도 도구를 잘 사용한다. 까마귀, 수달, 침팬지 등), 지적인 활동을 한다는 증거 중에 하나라고 생각이 된다. 특히 주어진 주변의 지형이나 사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를 직접 만든다는 것 (손도끼, 돌칼 등)은 아주 지적인 활동의 결과물이다. 도구를 만든다는 행위는 살펴보면, 미래에 보다 나은 결과(예, 사냥의 결과 혹은 사냥물의 보다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서 현재 주어진 자원을 보다 나은 형태로 바꾸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를 다른 말로 하자면 미래의 보다 효율적이며 생산적인 결과를 위한 현재의 노력, 시간, 지식, 방법을 투자를 한다는 말이다. 지금처럼 멋진 양복을 차려입고 분초를 다퉈가면서 하는 투자와는 겉으로 달라 보이지만 속에 담은 의미는 같다는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에야 경제적 투자가 중요하지만, 당시에는 이러한 도구를 만들기 위한 투자가 결코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라 생사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녔을 것이다.
도구라는 것이 단기 투자라면, 기록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장기 투자인 셈이다.
유인원이 도구를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기록(Record)을 하게 된다. 그 정확한 기저의 본능을 잘 모르겠지만, 인간은 기록의 동물 아니던가. 선사시대 때부터 지금까지 SNS를 통해서 자신의 하루하루 분초를 다 기록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인간은 기록을 위해서 세상에 나타난 생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인류의 최초의 기록은 그 방식과 의미에 따라서 보는 시각이 조금 다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기록은 추상화(Abstract drawing)로 남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블롬보스 동굴(Blombos Cave)에서 발견되었다. 약 73,000년 전으로 추정을 하고 있는데, 사실 연구진이 그렇다니 그런갑다 하는 정도이지, 이게 정말 그림(혹은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인가 싶기도 하다.
(출처: Henshilwood, C.S., d’Errico, F., van Niekerk, K.L. et al. An abstract drawing from the 73,000-year-old levels at Blombos Cave, South Africa. Nature 562, 115–118 (2018). https://doi.org/10.1038/s41586-018-0514-3)
개인적인 생각으로 본격적인 의도를 가진 그림은 2024년도 Nature에 실렸던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51,200년 전의 동굴벽화로 볼 수 있다. 이 벽화에서는 소로 보이는 그림, 사람, 동물들이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블롬보스 동굴에서와는 그래도 상당히 형체화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Oktaviana, A.A., Joannes-Boyau, R., Hakim, B. et al. Narrative cave art in Indonesia by 51,200 years ago. Nature 631, 814–818 (2024). https://doi.org/10.1038/s41586-024-07541-7)
앞서 도구의 의미를 살펴보았는데, 그럼 기록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몇 가지 글을 읽어 보았는데 기록을 한다는 것은 어떤 기원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인도네이사의 동굴 벽화의 경우는 소를 그렸는데 소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지에서 사는 동물인데 반해, 그림이 발견된 동굴은 꽤나 높은 산악 지형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를 하늘에 기원하는 의미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실제 많은 기록들이 인류의 기원을 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기도 하고, 또한 자신들의 행동을 그냥 재미로 나타내거나, 후대에 어떤 남겨줄 수 있는 무엇으로 기록했을 수도 있다.
그 의도가 어떻든 간에 기록을 한다는 것은 당장의 결과물에 영향을 주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기원이던 재미이던, 남겨줄 지식의 일종이던 아주 긴 안목을 가진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게 언제 발견되었던 누군가 많은 시간이 지나서 그들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할 테니 말이다. 그 정보는 100%가 다 유용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부의 정보를 가지고 보다 나은 결과물을 만다는 행위로 쓰인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 기록을 위해서 또 보다 더 나은 도구를 만들었고, 그 도구를 통해 보다 나은 기록을 했다. 이는 비단 수만 년 전에 일이 아니다. 지금의 우리의 행태가 바로 다양한 형태의 도구 (극단적인 도구인 AI 가 나왔다)가 나왔고, 이 도구를 통해서 우리는 새로운 기록을 하며 그 기록을 통해서 보다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의 삶과 수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의 삶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기 어렵고, 도구와 기록이 발전이라는 것은 보다 나은 기대가치를 만들어내는 "투자"의 활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도구가 아주 단기적이며 직접적인 단기 투자에 목적이 있었다면 기록은 보다 더 긴 안목을 가진 장기 투자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장/단기 투자 포트폴리오를 갖춘 잘 정교화된 본능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