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모 작가, 그 짤의 의미
이게 약간 직업병인 듯싶긴 한데, 항상 그 원천을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아직까지 완성하지 못한 (이라고 쓰고 실패한 이라고 읽는다) 브런치의 글타래 중에 Peloton(Online fitness 기업)에 대한 글을 쓰다가, Fitness 산업의 유래에 대해서 쓴 기억이 있다 (https://brunch.co.kr/@kwangwookgang/65). 모든 글이 아름답지는 않지만, 이 글은 나름 혼자서 '음.. 꽤 괜찮았어. 나름 연결을 잘했군'이라고 부끄럽게 혼자서 잘난 척하는 글 중에 하나로 기억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 쓰니. 이건 약간 직업병 맞는 것 같다.
투자의 기원이라고 하니, 아마 독자분들이 어떤 전문적인 기원을 기대하실 것 같은데. 제목 낚시이다. 투자의 기원을 알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문헌 조사가 필요할 것 같은데, AI 시대를 맞이하여 chatGPT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Prompt: 투자의 기원은 무엇인가?
chatGPT:
투자의 기원은 인류 경제사와 밀접하게 연관되며,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인간이 자원을 축적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투자 개념의 시초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투자의 역사적 기원에 대한 주요 단계를 간략히 정리한 내용입니다.
1. 고대 사회와 초기 자원 축적 (생산 도구 및 자산 투자)
• 초기 농경사회에서 사람들은 수렵과 채집으로 얻은 잉여 자원을 저장하고, 도구나 가축 같은 생산 수단에 재투자했습니다.
• 농업 도구에 대한 투자나 가축 사육은 미래의 수익을 보장하는 장기적인 투자 개념과 유사합니다.
• 기원전 메소포타미아, 고대 이집트, 인도 등에서는 곡물과 금속 같은 자산을 축적하고 교환하며 자산의 가치를 증대시키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2. 고대 문명에서의 상업과 금융 시스템의 등장
• 기원전 2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초기 금융 시스템의 형태로 대출과 이자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농부들은 곡물을 미리 빌리고, 추수 후 이자를 더해 갚았습니다.
•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에서도 무역과 상업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상인들은 상품 운송과 교역에 자금을 투자했습니다. 위험이 따르는 무역을 위해 공동 투자나 보험의 개념도 발전했습니다.
3. 로마 제국과 법적 투자 구조
• 로마 제국에서는 법률이 발전하면서 주식회사와 유사한 협동조합 개념이 나타났습니다. 상인들이 자본을 모아 큰 항해 사업에 투자하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었습니다.
• 이 시기에 투자 대상은 주로 부동산, 무역 자산, 노예, 그리고 금과 같은 귀금속이었습니다. 로마 제국의 투자 개념은 위험과 수익을 평가하는 초기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줍니다.
4. 중세 유럽과 이슬람 세계의 금융 발전
• 중세 유럽에서는 교회의 제한적인 이자율 규제 속에서도 무역과 상업을 위해 은행업이 발전했습니다.
• **이탈리아 북부 도시국가들(피렌체, 베네치아 등)**에서 은행과 신용 시스템이 발전했고, 이를 통해 상인과 귀족들은 대규모 무역에 투자했습니다.
• 같은 시기, 이슬람 세계에서는 이슬람 금융의 원칙에 따라 이자 대신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의 투자(무다라바)가 사용되었습니다.
5. 근대: 주식회사와 금융 시장의 출현
• **17세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는 세계 최초로 주식을 발행하여 대중에게 자금을 모집했습니다. 이를 통해 근대적인 주식 시장이 탄생했고, 투자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 런던과 암스테르담에서는 거래소가 설립되며 주식과 채권이 활발히 거래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기업의 지분에 투자해 배당금과 주가 상승의 이익을 얻는 개념을 받아들였습니다.
6. 현대 투자: 금융 상품의 다양화
• 20세기 들어 주식, 채권 외에도 부동산, 파생상품, 뮤추얼 펀드와 같은 다양한 투자 상품이 등장했습니다.
• 금융 시장은 세계화되었고, 은행, 투자 펀드, 벤처 캐피털 등 다양한 기관이 투자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최근에는 암호화폐, ESG 투자, 스타트업 투자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투자 방식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라고 답변을 해주었다. 진짜 깜짝 놀랐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내 직업이 위험 해지는 건 정말 시간문제인 것 같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몇 가지 아이템을 아주 러프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간단한 질문에 몇 가지 아이템을 그대로 보여준다. (AI는 박태웅 의장님의 책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298857 이 아주 수면제처럼 잠을 잘 자게 만들어 주었다).
chatGPT에게 물어보기 이전에 이번 제목에 대한 글을 농경/수렵 사회에 대해 쓰려고 했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오래된 기원이 아니었을까 했는데, chatGPT도 그렇게 말을 해주니 이거 기뻐해야 하는지 (너 맞췄어!) 아니면 무서워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투자의 기원을 2024년 11월을 앞둔 10월의 마지막 주에 섭씨 20도가 넘어서 가을 단풍이 예쁘게 들었다가 떨어지기를 주저하는 더운 가을에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고민을 해보았다. 투자의 기원이라...
아마도 농경사회도 이전에 사냥과 채집을 하던 수렵채집사회(Hunter-gatherer society)에 우리 인류의 조상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배고픔을 참으며 돌아다니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과일, 식물, 그리고 동물을 사냥하고 다녔으리라. 그들에게 투자라는 것은 배고픔을 참으며 다음 한 끼를 위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을 것으로 보인다. 가끔은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사냥을 했을 것인데 이를 위해서 도구를 만드는 수고로운 "투자"를 했을 것이며, 혹은 자신이 섭취해야 할 수집된 어떤 과일을 다른 동물을 잡기 위한 미끼로 "투자"를 했을 것이다.
들어가는 글에서도 썼지만, 우리가 흔히들 "투자"라는 단어를 들으면 경제적/금전적/금융적 투자를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의 삶이라는 게 '투자'의 연속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게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기도 하다. 연인들이 사랑에 빠지게 되면 서로에게 감정적 "투자"를 하게 되고, 부모가 되면 아이들에게 아주 long-term "투자"를 하게 된다. 이처럼 투자는 결코 무엇인가 전문적인 게 아니라 우리의 삶이 일종의 투자라는 것이다.
이는 비단, 인간의 행동뿐만이 아니라 식물들도 어떤 투자를 한다. 나무들은 보다 더 많은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 옆으로 몸집을 키우는 것을 포기하고 (일종의 투자) 에너지를 수직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더 높은 나무가 되어야 더 많은 햇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경쟁이기도 하지만, 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살아 있는 생물들은 누구나 기꺼이 어떠한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곤충의 세계에서도 사마귀는 암컷이 교미 후에 산란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수컷 사마귀를 먹어버린다. 수컷에 입장에서 종족 보존을 위해 자신을 투자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사실 75%는 교미 후 바로 도망친다고 한다, https://www.kidshankook.kr/news/articleView.html?idxno=4263#:~:text=%EA%B7%B8%20%EC%9D%B4%EC%9C%A0%EB%8A%94%20%EC%95%8C%EC%9D%84,%EC%9D%84%20%EB%82%98%EB%88%84%EB%8A%94%20%EA%B3%A4%EC%B6%A9'%EC%9C%BC%EB%A1%9C%20%EB%B6%80%EB%A5%B8%EB%8B%A4.&text=%EC%82%AC%EB%A7%88%EA%B7%80%EB%8A%94%20%EC%97%AD%EC%82%BC%EA%B0%81%ED%98%95%EC%9D%98,%EB%8F%84%20%EA%B0%80%EA%B9%8C%EC%9D%B4%20%EB%8F%8C%EB%A6%B4%20%EC%88%98%20%EC%9E%88%EB%8B%A4.)
이로써 내가 이 글을 쓰려는 이유가 명백한 것 같다. 투자의 종목을 알려주는 것도, 투자의 방법을 알려주는 의도가 아니다 (사실 알지도 못한다). 투자라는 행위 자체의 의미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근원적이고 인간의 삶 자체가 투자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투자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 김성모 화백이 생각이 났다. 김 화백은 나의 이렇게 긴 글 말고 투자의 의미를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렇게 길게 쓸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