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지난 4여 년 다닌 회사에서 지각을 했고, 거기에 처음으로 연속 두 번 지각을 했다. 비록 1분 이내의 지각이지만(1분 이내라서 더욱 열받는다) 나에게는 정말 큰 일이다. 처음 지각이자 그걸 두 번이나 연속으로 했다는 것은 내가 정신을 내려놓았다는 것이다. 지난 몇 개월 극악한 상황에서도 절대 나약한 모습 보이지 않겠다고 꾸역꾸역 주말도 휴일도 나갔던 나한테 미안했다. 지금껏 버텨온 나의 정신이 나약해졌다는 증거다.
그럴 수도 있다. 사람이 힘들면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니까. 그래서 왜 그랬을까 돌아보니 그건 체력이었다. 최근 2주간 몸이 아프니 휴가 사용이 잦았는데, 그 와중에도 돌아오지 않는 나의 체력이 결국 내 정신도 내려놓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2주간 딱히 한 것도 없는데 살이 2kg이 붙고, 누워서 핸드폰만 쳐다보며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던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쉰다면서 나를 방치했다. 더 한심한 건 그 핸드폰 보기를 끊는 게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핸드폰을 붙잡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스로 성인 ADHD인가 의심할 정도로 한 가지를 온전히 집중하기 점점 어렵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며. 정신차리기 위해 체력을 유지하기, 일이든 삶이든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나씩 마무리하며 다음으로 넘어가기. 이 두 가지를 잘 지켜보자. 나한테 실망하고 여기서 더 자빠져있는 게 나쁜 거다.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서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