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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LKIVE Apr 24. 2020

#B8. 안녕 <마지막편>

안녕...

90년대생인 나에게 고향이라는 단어의 느낌은 내 앞 시대, 부모님 세대에 더 가깝고, 자연이 있고, 막연한 애틋함을 지닌 곳이었다. Z세대에 속하는 나의 고향은 영화 '귀를 기울이면'에 나오는 주인공 시즈쿠가 컨트리 로드를 장난스레 만든 콘크리트 로드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의 고향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위다. 비록 자연이 갖고 있는 따뜻함의 고향은 아니지만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위에 지어진 나의 고향도 나에게 애틋하고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곳이다. 진흥 아파트는 울고 웃는 추억들이 가득하고, 지금의 나로 길러진 곳으로 의미가 크다. 이제 곧 나의 고향, 진흥아파트가 사라진다.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어렸을 때, 그 첫 기억이 시작되는 곳이 이제 곧 사라지고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것들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이사를 오면서 첫 이별 안녕을 고했고, 이제 곧 건물들이 무너지고 새로운 건물들이 올라가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될 것이다.


진흥 아파트 근처를 오고 가며 본 아파트는 거의 다 이사를 간 것 같았다. 어느 층 하나 불 들어온 곳을 찾기 어려웠다. 어둠이 내리는 저녁이면 아파트 곳곳에 불이 들어오고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 사람들 움직이는 모습, 그 아파트 단지로 오고 가는 차들과 사람들이 많았는데 텅 비어 있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울컥했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이라고 하니 괜히 아파트 곳곳 눈에 꾹꾹 담았다. 오늘도 걷다 한참을 바라보다 왔다.


잘 살다 갑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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