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주대첩을 통해 3가지 리더십을 생각해 보려 합니다.
귀주대첩을 생각해 봅시다.
상황은 추위가 절정에 달한 2월입니다.
대 접전을 앞둔 귀주평야는 싸라기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강감찬 장군도 고민이 있었을 겁니다.
이미 72세의 노구입니다.
내색하지 않지만, 철투구 이거 상당히 무겁습니다. 이거 쓰고 말 타고 달려야 합니다. 목이 아픕니다.
하이바 쓰고 에어서스펜션 없는 5돈 트럭 타고 산길 다닌다 생각해 보십시오.
철갑옷을 메고 하루종일 있으니 삭신이 쑤십니다. 밥맛도 없습니다.
나이가 있어서 새벽마다 눈이 떠집니다.
병사들을 시찰하면 밤에 집에 가고 싶어 우는 병사도 보입니다.
장군 마음에 어떤 생각이 들까요? 여기서 적을 돌려보내고 회군할까?
제갈량도 적벽에서 조조를 풀어주게 했는데 굳이 내가 오버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공(戰公)을 보십시오. 아주 찬란하고 혁혁합니다.
문과 출신인데 적의 개경 침략을 저지했고, 수많은 적을 죽였습니다.
나이를 생각해 보면 지금도 충분합니다.
더군다나 적과 싸우지 않고 말머리를 돌리면 부하들을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금 총공격 명령을 내리면, 사랑하는 부하들 중 누군가는 죽습니다.
그들의 가족들은 앞이 막막해지겠죠.
어쩌면 노량대첩의 이순신 장군처럼 자신이 적의 화살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장군은 이런 상황에서 고민 없이 ‘전군 전투준비!’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왜 그랬을까요?
장군은 자신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목적을 분명히 알았기 때문입니다.
리더 여러분, 과연 리더십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리더십의 목적은 착한 리더가 되어 부하직원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훌륭한 인성을 가지거나 부하직원을 성장시키는 것도 아닙니다.
리더십의 제일 중요한 목적은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축구팀 감독이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다른 팀에게 매번 경기에서 패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기왕 전쟁하는 거 한 번만 승리하고 다음부터 계속 패하는 것을 원하는 리더는 없을 겁니다.
리더십의 두 번째 목적은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이 지속가능한 성과는 혼자서는 결코 달성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탁월한 팀을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즉, 리더십의 목적은 탁월한 팀을 만들어서 지속가능한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이 목적을 위해서 때로는 팀원들의 어려움도 해결해 줘야 하고, 필요에 따라 내 인품과 반대되는 행동도 해야 하고, 부하들도 성장시켜야 하는 겁니다.
강감찬 장군은 이 리더십의 목적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습니다.
적의 사기는 꺾여 있고, 우리 군의 사기는 충천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거란을 그대로 돌려보내면 내년 이맘때 또 고려를 쳐들어 올 수 있습니다.
전력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장군은 현 상황에서 우리 군은 적보다 우리 군의 사기가 훨씬 드높아 있고 (탁월한 팀) 다시는 거란이 고려를 넘보지 못하도록 (지속가능한) 아예 이참에 적을 궤멸시키는 것(탁월한 성과)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힘들었지만 ‘전군 전투준비!’라는 명령을 내린 겁니다.
그렇게 귀주대첩의 막이 오릅니다.
귀주 평야에 우리 군 20만과 거란군 10만이 엉겨 붙어 치열하게 싸움을 시작합니다.
2:1이면 거란이 너무 불리한데 일방적으로 팬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우리 군은 보병중심이고 저들은 기병중심입니다.
더군다나 저들 중 5만은 왕실 호위병입니다. 최정예병력이죠. 그리고 적장 소배압은 거란의 에이스입니다.
치열한 전투가 이어집니다.
의외로 우리가 불리했을 수도 있을 상황이었는데 마침 고려의 김종현 장군이 이끄는 1만 기병이 적군의 뒤쪽을 휩쓸기 시작합니다.
하늘도 강감찬 장군의 마음을 알았을까요? 고려사에 따르면 처음 싸움을 시작할 때는 바람을 맞으며 싸우다가 갑자기 바람의 방향이 바뀝니다. 이제는 바람을 등지고 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화살도 더 빠르게 날아가고, 먼지바람 때문에 거란은 눈뜨기도 힘들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때마침 갑자기 비바람이 남녘으로부터 휩쓸어와서 깃발이 북으로 나부꼈다. 아군이 이 기세를 타서 맹렬히 공격하니 용기가 스스로 배나 더해졌다.『고려사』 - 나무위키에서 인용
적의 전열이 완전히 무너지고 고려군이 적을 포위하고 섬멸하고 가 반복됩니다.
적군 10만 명 중에 살아서 돌아간 사람은 겨우 수천 명 밖에 없었던, 역사적 전투가 강감찬 장군의 결단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입니다.
리더십의 목적이 결과로 나타나는 순간입니다.
僵尸蔽野俘獲人口·馬駝·甲冑·兵仗不可勝數. 生還者僅數千人契丹之敗未有如此之甚.
(거란군의) 시체가 들판을 뒤덮었으며 사로잡은 포로와 노획한 말·낙타·갑옷·병장기를 다 셀 수 없을 지경이었다. 살아서 돌아간 자가 겨우 수천 명이었으니 거란이 이토록 참혹하게 패배한 것은 전례가 없었다. 『고려사』 강감찬 열전 - 나무위키에서 인용
역사는 항상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알려줍니다.
귀주대첩은 왕권이 약했던 고려 초기 거란의 침략을 세 번째 막아낸 값진 승리의 순간입니다.
이 전쟁의 구국영웅 강감찬 장군은 비록 나이는 많았지만, 전체를 바라보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고려군을 이끌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강감찬 장군을 발굴한 현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하죠.
그리고 귀주에서 강감찬 장군은 리더십의 목적을 생각하고 피해를 각오하고 끝까지 적을 섬멸해 버립니다.
연말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음에 동요함 없이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전체를 바라보는 눈으로 올해를 잘 마무리하시는 리더분들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 리더십의 목적 : 신수정 著 거인의 리더십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