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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지 Jul 27. 2024

“안녕하세요”라는 마법

2015년부터 일을 했다. 햇수로 벌써 10년이다. 미래 같지 않은 미래를 살고 있는 나는, 그 기간 배우게 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안녕하세요”라는 마법의 주문이다. 무슨 텔레포트 같은 마법은 당연히 아니다. 정확히는 직접 대면해 사람의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하는 그 ‘대면’이 주는 효과에 대해 크게 배웠다.


원래도 사람을 좋아했고, 대화하는 것을 즐겼다. 그런 내가 기자로 일을 시작한 것은 천운이다. 항상 사람들을 온오프라인에서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쓰는 직업이라니 정말 지금 생각해도 행운이다. 그렇게 유튜버 소속사라 불리는 MCN(멀티채널네트워크) 업계에 들어온 것도 자연스러운 일인 듯하다.


그런데 유튜버 카테고리 중에서도 내가 오랜 기간 발을 담근 게임 유튜버들은 다른 특징이 있다. 절대로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라이브 스트리밍형 방송인들은 주로 저녁에서 늦은 새벽까지 방송하기에 일반적인 직장인과는 생활 패턴이 다르다. 또한 항상 사람들과 온라인을 통해 채팅, 디스코드 등으로 소통하다 보니 방전되어 별도의 만남을 껴려한다. 이어 방구석 인싸들이라서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거나, 실제 방송과 현실의 텐션이 달라 소극적인 사람들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물리적으로 동료나 기타 사람들을 만날 수 없는 지방에 사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외부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보통 라이브를 하루 직장인 근무시간만큼은 하지 않는 콘텐츠 기획형 방송인들이다.


사실 내가 방송인이라고 가정해도 귀찮은 일, 예를 들어 은행, 관공서, 기타 잡무 같은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일은 정말 하기 싫다. 그래서 그들이 한 편으로는 공감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들과 소통해야 하는 업무를 하다 보니 어떤 방법으로든 대면하려 노력했다. 이렇게 내가 대면을 집착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그래야 친해질 수 있고 신뢰를 자연스레 만들 수 있다.


한 사례를 공유하자면 매년 돌아오는 유튜버 계약 갱신 시즌의 일이다. 한 여성 크리에이터가 있었다. 그의 계약 갱신 기간이 돌아와 관련해서 소통이 필요했다.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계약 내용을 조율이 필요한지, 계약을 갱신할 것인지 등 물어볼 것이 많다.


바로 갱신 이야기부터 꺼낼 수 없어서 정말 아무런 주제 없이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자 사무실로 불렀다. 그녀의 집은 사무실에서 가까웠기에 쾌적한 사무실에서 보자고 요청했다. 그는 한참을 내 카카오톡을 읽고 씹거나, 전화도 받지 않았다. 새벽에 단답으로 못 간다고 연락이 오거나 하는 등 난항이 많았다. 결국 사정사정하고 집 앞까지 가겠다고 별별 방법을 다 쓰고 난 후 그녀는 사무실에 왔다.


그녀는 나를 처음 보아 어색했겠지만 나는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인터넷 방송 및 커뮤니티 씬의 이해도가 높았던 나는 그에게 다양하게 해줄 말이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생활 사이클이 우리와 달랐고 어색한 매니저와 대면하고 소통하는 것이 충분히 힘든 일 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그녀의 상황과 다양한 유튜버들로부터 쌓인 경험적 데이터로 많은 이야기를 건넸다. 그렇게 점차 마음을 열었고 본인의 궁금했던 것들과 방향성, 고민인 점, 애로사항 등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가 말한 고민이나 기타 이야기들은 너무나 쉬운 해결 방법이 있었고, 그것을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듯했다. 나의 이야기에 편해졌는지 이후 그녀는 온라인 답장 속도는 빨라졌고, 고민이 생기면 지체 없이 전화가 왔다. 물론 계약도 갱신했다.


내가 여기서 느낀 바는 [대면해야 나를 ‘사람’으로 인지 한다]이다. 무슨 말인고 하면 당연히 온라인에서 소통할 때 상대는 나를 사람으로 인지할 것이다. 여기에 대면하면 내 목소리 내 키와 얼굴, 내 모습, 살아있는 내 말과 이야기 등을 오감으로 느끼게 된다. 온라인에서는 ‘실제 사람’이라기보다는 그냥 채팅창에 사는 시청자, 게임 속에서 만나는 유저, 커뮤니티에 글을 쓰는 익명의 누군가로 인식한다.


다시 말해 오랜 기간 유대를 이어온 관계가 아니라면 보통의 유튜버 소속사 직원과 유튜버의 관계는 자주 온라인에서 만나 게임을 즐기는 사이버 친구와 다름없는 상태인 것이다.


나는 다수의 크리에이터들을 현실로 끌어와 대면하면서 사람은 만나서 대화를 해야 관계적인 모든 면에서 발전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뜬금없지만 ‘전면’ 재택근무를 반대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러한 “안녕하세요”의 마법을 느낀 후로는 단순 친목을 목적으로 소속 유튜버 혹은 영입 대상들을 닥치는 대로 만나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내 일생일대의 업적이라 불리는 일도 경험했다. 그날의 시작은 초대받지 않은 크리에이터의 결혼식이었다. 소속사 직원이라는 점에서 명분이 있었기에 사비를 내서 참석했다. 그곳에서 우연히 지누, 탬탬버린, 김뿡이라는 활동명을 가진 크리에이터를 만났다. 그들은 재직 중이던 회사의 게임 크리에이터들이었지만 나 역시도 잘 몰랐던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그들과 인사를 나눴고 마지막에 가볍게 잡담까지 하면서 마무리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고 지금은 평생의 은인이 된 지누님에게서 뜬금없이 궁금한 것이 있다며 전화를 받았다. 당시 질문은 단순했고 그 계기로 친분을 쌓아갔다. 그 시작이 픽셀네트워크 창업으로 이어졌다. 처음 들어볼 수 있겠지만, 게임 인플루언서 씬에서 픽셀네트워크라는 회사는 나름의 입지가 있다. 픽셀네트워크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써보도록 하겠다.


다시 돌아와서 나중에 지누님에게 그때 왜 나한테 연락했냐고 물어보니 결혼식 때 만난 게 생각났고, 그 질문을 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전화했단다. 정말 별 이유도 아니었다. 그때 난 더욱 느꼈다. “안녕하세요”라는 마법의 힘을 말이다.


내 사례를 보고 특이 케이스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일상에도 적용된다. 아직은 사람이 일하는 시대에서 업무 협조란 단순 사내 메신저, 깔끔히 정리된 메일링 보다는 대면해서 직접 말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물론 텍스트로 오가는 것이 더 정리는 쉬울 수 있다. 그리고 직접 대화로 일을 풀어가는 것을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그러나 꼰대 같은 이야기이지만 사람의 관계는 직접 찾아가 “안녕하세요”라고 말한 뒤 대면하고 말해야 서로 빛나는 존재이다. 아무리 온라인 세상이 되었어도 이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이 사람 간의 일에서 있어 답답한 무언가가 있다면 직접 대면하라. 그러곤 내가 단순 상황, 정보 등을 나열한 텍스트 속에서만 살아가는 사이버 사람이 아니라 현실에서 진짜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하라. 그렇다면 “안녕하세요”라는 마법이 시작되고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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