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불합리한 것은 지구의 인구수만큼 셀 수 없이 가득하다.
그중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불합리는 불합리한 것은 사실 없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원래 그런 세상이 현실이란 말이다. 원래라는 표현도 평소 싫어하는 단어이긴 하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어디 있을까. 그만큼 세상의 모든 불합리는 사실은 지극히 평범한 현실이다.
일을 시작하던 당시를 떠올려보면 참으로 순진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12년 동안 다양한 것을 의무적으로 배워왔다. 대학교로 이어진 세상에서도 수업 듣고 시험을 보는 삶의 일상이었다. 그 때문인지 회사에 가면 다 가르쳐주고 차근차근 성장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큰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정말 세상은 알아서 커야했다. 운이 좋게도 좋은 상사분들을 만났음에도 하나하나 배우며 성장한다고 느끼진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같은 값을 입력한다고 같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사람마다 스타일이 달라 결과물이 모두 달랐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내가 뭘 잘하는지 스스로 고민하고 정의하고자 노력했다. 다음으로 느낀 불합리는 사람에서 오는 불합리이다. 그런 말이 있다. 만화 나루토에 등장한 말인데, '인간은 5명이 모이면 반드시 1명은 쓰레기가 있다' 일을 하면 사람 사이에서 불합리가 아주 크다. 내가 5명 중 1명일 수 있고, 반대로 4명일 수 있다. 하지만 피차 서로서로 이해 못 하고 그런 사람을 만난 것을 운이 안 좋다고 생각한다. 기자를 그만두고 MCN으로 이직했던 당시 나에게 가장 큰 불합리는 그런 사람들 속에서 만난 선입견이었다.
"애는 기자 출신이라 접대받을 줄이나 안다. 누가 해줘야 한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선입견인가. 접대 자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난 김영란법이 생기고 기자 일을 시작했다. 접대 받아봐야 식사 정도였다. 당시 저 멘트는 팀을 총괄하는 팀장 입에서 나왔다. 참으로 선입견이 무서운 것이 그가 저런 식으로 말하고 다니다 보니 비교적 20대 중후반의 젊은 직원이 많았던 당시 회사에서 정말 그런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것을 증명하는 데 거의 6개월을 쏟아부었다. 그때를 떠올려보자면 그 선입견은 너무나 불합리하였다.
우연히 추천을 받아 '더 헌트'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이 영화는 작은 오해에서 시작된 한 아이의 성폭행 무고로 주인공의 인생이 송두리째 고통으로 휩싸이는 영화다. 특히나 압권인 장면은 영화 마지막쯤 장면이다. 그 아이의 무고가 정말 거짓이었다고 증명돼 오해가 해소되었음에도 어떤 이는 주인공에게 돌팔매질하고 도망간다. 공감력이 높은 성향인 나는 그 영화를 보고 아주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살다 보니 그런 일은 흔하디흔했다. 그래서일까 뭣도 모르고 생기와 열정 가득하던 20대 중반 시절에는 불공평하면 그것에 목소리를 내고자 했으나 나이 들면서 그자 무탈한 게 최고라 생각하며 무뎌진다.
나는 나름 그래도 이 업계에서 괜찮은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럴만한 업계 업적도 있고, 나의 말들이 유효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게 참 지금의 불합리라 생각하는 점은 생각보다 단순한 타이틀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는 것이다. 아직도 따라오는 졸업한 대학교, 소수를 증명하는 대기업 명함 등은 생각보다 사회생활에서 여전히 강력하다.
우리 업에서는 나를 나름 인정해 준다고 느끼지만 조금만 벗어나도 나를 길게도 설명해 증명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면 대기업을 가면 될 일인데, 당장은 아닌 생태이니 자격지심이 발동해 버린 내 모습 같아 돌아보게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무튼 이래저래 불합리함을 마주하다 보면 식당에서 당하는 가벼운 불합리 적도에나 반응하지, 거시적인 근본적인 불합리에는 무덤덤해지는 듯하다. 그냥 30대 중반이 되어 그런 것인지, 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안주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 과거 열정과 패기로 불합리에 부딪히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개인과 경력의 성과를 냈던 나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원래 그랬다, 누군가 해봤는데 안 됐을 것이다, 거봐 안 되는 일이다'하는 등의 내 스스로의 안주를 탈피해야겠다. 물론 이제 사리 분별할 수 있는 나이가 됐으니 합리적인 불합리를 골라 성찰하긴 하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합리적인 불합리란 분명 고민해 보면 어찌저찌 나만의 합리로 만들어 방법을 찾아 행동해 볼 직한 것들이다.
당장 그런 합리적인 불합리는 뭐가 있을까? 회사에서 업무적인 부분에서 찾는 일은 조금은 재미없다. 내 평소의 삶에서 고민을 해봐야겠다. 그래야 내 태도와 방향성, 미성숙함 등이 바르게 자라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음 기회에는 위에서 말한 나만의 합리적인 불합리를 찾아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다. 여러분들도 그간 마주한 나름의 불합리가 있다면 고민해 보고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나만의 합리적인 불합리를 찾아 성찰해 보자.
나도 다음 글을 위해서라도 합리적인 불합리를 찾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