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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지 Nov 22. 2024

하루 팔굽혀 펴기 10개

체력이 많이 안 좋아졌다. 결혼하면 살이 찐다더니 그 산 증인이 바로 나다. 요즘은 그래서 운동을 끄적이고 있다. 40분짜리 유튜브 홈트를 따라하기도하고 유행이라는 러닝도 뛰어보고 한다. 와이프는 그럴 바에는 헬스장을 다니라고 하지만 다니지 못하겠다. 어차피 또, 잘 안 나갈 것 같다는 확신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목표를 만들었다. 하루 팔굽혀 펴기 10개만 하자고. 과거에는 그리 힘들지 않게 팔굽혀 펴기를 했다. 한참 열정 넘칠 때는 25개씩 4세트를 해도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10개도 못 하겠다.


운동에는 방도가 없다. 사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한 일주일만 하면 팔굽혀펴기 고수가 되길 바라는 심리가 지금의 나다. 쇼츠로 도파민 덩어리가 되어, 작은 성취에는 재미가 없는 것일까. 아무튼 팔굽혀 펴기 10개씩 일주일을 했다. 단 70개 했다는 소리다.


그런데 나름 만족스럽다. 이유는 단순한데, 정말 이 단순한 것조차 안 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쇼츠 도파민 때문이라기보다 원래 끈기가 조금 부족하다. 성취가 있어도 그 끈기 부족이 그것을 이겨버리곤 한다. 팔굽혀 펴기 하루 10개 일주일 한 것으로 만족할 정도로 끈기가 없진 않았다. 단단히 뭔가가 잘못됐다. 당연하게도 인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뿐.


요즘 꾸준히 하는 것이라곤 정기구독을 해둔 인터뷰 잡지 '탑클래스' 읽기, 일주일에 한 번 브런치 글쓰기, 고작 일주일이지만 하고는 있는 팔굽혀펴기 정도 같다. 친한 동생은 "직장인이 그 정도면 많이 하는 거지"라는 말을 하지만 그냥 위로일 뿐이다. 원래도 약한 꾸준함을 다시금 자극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요즘 아내가 참 대단하다. 지난 9월부터 시작한 뷰티 블로그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올리고 있다. 매일 퇴근하고 울부짖으며 하기 싫다고 노래를 부르지만, 그녀는 1년 넘게 블로그를 하고 있다. 네이버 인플루언서에 번번이 떨어져 그 많은 현타가 왔음에도 대단하다 싶다. 다행히도 최근 네이버에서 뽑은 피드 메이커라는 것에 선정돼 드디어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성과를 냈다.


성취, 성과라는 게 참말이 좋다. 그러나 로또 1등, 완벽한 멋진 근육 몸매, 누구나 부러울 만한 이직/승진 등 다양한 성취 도파민이 가득하다 보니 뭔가 작은 성취감을 느끼려 해도 쉽지 않다. 그간 글을 쓰면서 최고의 동기 부여는 그냥이라고도 생각하고 작은 성취를 느끼며 살아야 맞다고 성찰했다. 그렇지만 한국식 백반이 최고라는 것을 알면서도 배달의 민족에서는 처갓집 슈프림 양념치킨을 시키는 것처럼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요즘은 뭔가 행동 불감증에 걸려버린 것 같다. 그냥 하면 되는 게 답인데 어렵다. 그럼에도 뭐라도 하고자 팔굽혀 펴기 10개를 일주일 했다. 확실히 첫날보다는 늘었다. 10개를 연속으로 하는 것은 여전히 힘들지만, 하고 나서 조금 있다 더 할 수 있는 체력이나 근력이 길러졌다. 계속하여 행동 불감증 깨기 위한 작은 균열을 내야겠다.


정말 이렇게 생활하다가는 우리네 아버지들처럼 퇴근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기력, 만성피로 인간이 될 것 같다. 물론 우리 아버지는 정말 열심히 일하셨고 주말도 열심히 즐기시긴 했다. 나만 이러한 상태다.


당장은 일주일 땡땡땡한 후기 정도로 브런치를 올려봐야겠다. 무기력에 빠지니 브런치 글감 고민하는 일도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과거에는 머리가 핑핑 돌며 앉으면 2~3시간을 집중해 글을 썼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무튼 균열을 내야겠다. '팔굽혀펴기 하루 10개'라는 난쟁이가 쏘아 올린 공으로 무기력을 이겨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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