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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지 9시간전

인맥을 넓혀 간다는 것

“빈소 입구에 50m가량 화환이 즐비했다”


몇 년 전 우연히 기자 선배님에게서 들었던 이야기이다. 빈소는 한 대기업 홍보실 부실장님의 부친상 장례식장이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무언가 경조사가 있을 때 저만큼 다양한 이들이 찾아오게 만들리라’라고.


현재 내 경력의 큰 비중은 네트워킹이 차지하고 있다.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 크리에이터, 스치듯 만나는 모든 인연 등 그들은 모두 내 경력의 증명이자, 놓을 수 없는 끈들이다.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는 것과 네트워킹을 잘한다는 것이 내 경력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앞서 말한 것처럼 인맥이란 나에게 정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인맥을 쌓기 위해서라면 잠깐 눈인사를 하는 곳이라 할지라도 마다하지 않고 먼 길을 가거나 야근을 감수했다. 또, 인맥 쌓기에 열을 올리던 한때는 카카오톡 ㄱ부터 z까지 훑으며 새해 인사를 보냈고 다양한 곳에서 누군가의 생일 정보를 알게 된다면 그 사람 직장 근처에 있는 커피프렌차이즈의 기프티콘을 보내곤 했다.


그러던 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인맥을 쌓게 되면 그다음엔 무엇이 남을까?’라고 말이다. 다짐했던 경조사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이 좋은 일일까? 단순히 사람이 많이 오거나 안다는 것은 철없는 20대 남자가 무리하게 외제 차를 구매해 자기를 과시하려는 듯 행동하는 것과 같은 무언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내 일에서 인맥을 넓히는 것이 유효한 일이다. 다양한 네트워킹에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방송 씬에서는 어떤 것을 하던 정해진 왕도가 없기에 정보력이 무언가를 가늠하는 데 큰 힘을 준다. 이어서 이러한 장점들은 크리에이터와 광고주 등 다양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에 앞서 말한 것처럼 인맥 넓히는 것이 ‘인생무상 부질없다’로 비치는 일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이게 참 요샛말로 뭔가 뭔가 하다. 인맥을 넓혀가면서도 ‘부질없는 짓 아니지?’라고 스스로 반문하고 있다.


지난 여름 크리에이터 파트너십 그룹장과 출장을 간 적이 있다. 그는 우리 회사 초창기부터 재직하며 날고기는 다양한 인플루언서들을 상대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그도 나와 비슷한 찝찝함을 갖고 있어 보였다. 그도 놀랍게도 나와 비슷했다.


그는 “전에는 내 결혼식에 어마어마한 인플루언서가 모두 와서 내가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거나 혹은 과시하고 싶었다”라고 말이다. 그래서 일을 하며 만든 모든 인맥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가려고 부단하게 노력했다고 한다. 잠자는 시간과 누군가를 대면하는 시간 빼고는 하루 종일 전화와 메신저로 네트워킹을 하고있었단다. 정말 내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만들어둔 인맥의 끈들을 더욱 두껍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나도 동일하게 생각하는 요즘이다. 사실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인맥은 게임 속 소모품처럼 딱 1번의 도움을 받으면 사라진다. 그렇기에 게임이 끝날 때까지 아끼다가 써먹어 보지도 못하고 엔딩을 보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또한 만약에 그 기회를 사용했다면 나도 응당 도움 준 이를 도와 다시금 도움받을 상황을 ‘충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상대방도 나에게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네트워킹을 했을 수 있으니까. 한 마디로 대부분 ‘기브엔테이크’다. 우리네 부모님처럼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이는 없다. 혹은 실수해도 이해해 주는 친구들 같은 존재는 많지 않다.


아무튼 언제나 그렇듯 적정한 나만의 선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맹목적인 인맥을 넓혀가야겠다는 생각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줄어들 것이 뻔하다. 그 이유는 내가 지쳐서일 수도 있고 사람 보는 안목 좋아져서일 수도 있겠다. 다만, 천상 네트워킹을 필두로 인사이트를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 직업의 특성상 계속하긴 할 것 같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은 인맥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어떠한 태도로 인맥을 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들을 기회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주변 사람들을 한 번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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