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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nut Dec 22. 2019

1-2. 그렇게 힘들면 출가하는 게 어때요?

temple stay의 모든 것: [양평]용문사


너도? 나도!


 밥을 다 먹은 후 늦은 저녁, 스님과의 차담 시간이 계획되어 있다. 원래 템플스테이가 휴식형체험형으로 나뉘는데, 내가 신청한 휴식형체험형에 비해 스님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그중 차담이 유일하게 스님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나를 포함한 15명 정도의 일반인과 스님이 차담을 나누기 위해 모였다. 절에서의 편안한 순간들 중 유일하게 긴장이 되는 시간이었다. 스님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부처님, 무수한 수행, 고통과 인내 등 생각만으로도 기가 눌릴 거 같았다.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달리, 유쾌하고 편안한 분이셨다. 내가 왜 그런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약간의 편견들이 깨지는 계기가 되었다. 오히려 내가 쉽게 할 수 없는 깨달음이 창의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스님께서 먼저 템플스테이 관련 소개, 절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열어주셨고 차례대로 나와 같이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때 또한 불필요한 소개 없이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떠한 고민들이 있는지에 대해 자유롭게 나누었다.


그중 어떤 분은 친구와 함께 왔는데,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경기도부터 부산까지 종주를 다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아 1/10도 가지 못한 채 잘 곳이 없어 아쉬운 대로 양평 용문사에서 하루를 보내고 가게 됐다는 웃픈 이야기도 들었다.


자전거 타다 잘 곳이 없어서 온 20대,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온 40대, 부부끼리 대화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온 50대 부부, 템플스테이를 해보니 너무 좋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30대 직장인, 나처럼 힘든 삶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찾아온 사람 등 다양했다. 종교 또한 다들 달랐다. 이렇듯 공통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은 사람들끼리 모여 같은 공간에서 힐링을 하고 이야기를 듣고 공감을 하며 서로를 존중해주었다.


스님은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주셨고, 답을 해주셨는데 그중 마음 깊이 자리하게 된 이야기가 있다. 난 여러 고민들 중 진로의 방황에 관한 고민을 말씀드렸다. 스님은 어떻게 그 길만 쭉 걸어오실 수 있었으며, 나 또한 그런 직업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스님은 우리의 고민들이 본인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하셨다.


 20대는 평범하게 직장을 다녔지만,
여러 과정들을 거쳐 직장을 모두 정리하고
자연스럽게 출가를 했습니다.


출가 후 좋아하는 다도를 배우고,
자전거를 타고 여러 곳을 방문하며
자유로운 삶에 만족하고 있죠.


이에 덧붙여 출가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무거운 고민들에 스님은 진솔하되 너무 무겁지 않은 조언들로 내 안을 꽉꽉 담아주고 계셨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나의 고민이 더 이상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볼까?'라는 즐거운 고민들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고민들은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걸 확인시켜주었다.


차담 시간이 끝나고 밖을 나왔는데, 어느새 깜깜해져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별들이 여기에 다 모여있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런 황홀한 상황에서 바로 숙소에 돌아가 잠을 자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숙소 바로 옆에 위치한 평상에 눈을 감고 누웠다. 그 전엔 들리지 않았던 벌레소리, 얕은 종소리, 계곡  흐르는 소리 그리고 차가운 공기, 풀내음까지 너무나도 완벽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때가 생각나는 거 같아 그립다.


그렇게 새벽이 되어서야 잠을 청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벽 예불을 드리기 위해 일어났다. 새벽 예불은 자유롭게 참여하는 거지만, 템플스테이에 맞게 불교의 문화를 느끼고 싶어 참여를 했다.


비몽사몽 한 상태로 처음 겪어보는 낯선 분위기와 처음 드리는 예불 등 불교의 또 다른 모습을 배웠다. 약 30분 후 예불을 마쳤고, 바로 앞에 위치한 약수를 마셨는데 시원함에 정신이 번쩍 들어 예불 전에 먹을걸 아쉬움이 들었다.


새벽 템플스테이 숙소 모습

일출을 보기 위해 언니랑 짧은 산책을 했다. 하지만 그 날 안개가 껴 원하는 장관을 볼 수 없었다. 산책을 하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햇빛이 떠 있었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숙소로 돌아가 부족한 잠을 채웠다.



종교의 부담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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