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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사이다 Sep 16. 2022

딸의 바이올린 연주

바이올린을 배우는 딸을 보며 드는 단상.

지금 11살인 첫째 아이가 7살일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바이올린은 내가 결혼 전부터 너무 좋아하던 악기였다.

그 음색에 매료돼 바이올린 음악을 찾아 듣기도 했고, 1년 정도 취미로 레슨을 받아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음악성이 없는 내가 상대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악기 이기도 했다.

음을 누르면 그 음을 내는 피아노와는 다르게 정확한 음을 찾아내야 하는 악기라 나는 조금 배우다가 포기했다.

그래도 내가 바이올린은 원체 좋아하다 보니 우리 딸이 기회가 되면 배웠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교회에서 전공하신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7살부터 배우기 시작한 우리 딸이 지금은 11살이니 5년간 배운 셈이다.

스즈키 1번부터 시작해서 6권까지 끝내고 지금은 다양한 곡을 연주하고 있다.

음악성이 없는 엄마도 집에서 딸이 매일 연습하는 것을 듣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음감이 생기는 것도 같았다.

딸은 어려서 바이올린은 배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가지고 태어난 은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대 음감이어서 정확한 음을 집어내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바이올린을 계속 배우면서 모든 예술이 마찬가지겠지만 정확한 음을 내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결국에는 이 음악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달려있다.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가 음악도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내성적인 우리 딸은 나름 표현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듣는 이에게는 잘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이는 작은 속삭임 정도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계속되는 연습을 통해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적극적으로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이 서툰 것이 사실이다.

사실 내가 그렇다.

나는 표현하는 것에 서툴렀다.

나의 진짜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터놓는 것이 유독 어려운 아이였고, 나 혼자 끙끙대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딸이 나의 그런 모습까지 닮은 게 아닌가 싶다.

나는 혼자 끙끙댔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 딸이 속마음을 터놓았을 때 들어줄 수 있는 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너를 마음껏 표현해도 괜찮은 대상, 그 대상이 엄마가 되어줄게.

더 많이 노래하고,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분노해도 괜찮아.

엄마가 너의 감정을 받아주는 사람이 께.

물론 엄마가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이제 엄마가 되었니 노력할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그 연주에서 연주자가 보이니 참 신기한 일이다.

다시 한번 느낀다. 육아는 어떤 스킬을 더 가르쳐주는 것보다.

건강한 사람을 키워내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엄마는 기도한다.

너의 연주에 너만의 특별함이 묻어나기를......

바이올린 연습을 하는 너를 보며 나는 오늘도 그 안에 있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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