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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사이다 Jan 31. 2023

1월 31일. 마지막 날의 단상

읽고 쓰는 삶에 대하여

1월 31일.

1월의 마지막이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2023년도 벌써 한 달이 가고 마지막날이다.

그리고 오늘이 아이들의 겨울방학 마지막날이다. 물론 며칠 지나 다시 봄방학이 시작되지만 그래도 돌밥의 연속에서 잠깐의 짬은 생기겠다.


오랜만에 새벽기상을 했다.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일단 몸을 일으키고 나면 하루가 상쾌하다.

차가운 새벽의 공기, 운동으로 몸을 깨우고, 글까지 쓰고 나서 아이들을 깨우면 하루가 벌써 꽉 찬 기분이다.

오랜만의 새벽기상에 운동을 하고 나서 일단 무조건 써야겠다는 생각에 컴퓨터를 꼈다.

참 신기하다. 나는 왜 쓰려고 하는가?

누가 나에게 과제를 준 것도 아니고, 쓰지 않는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쓴다고 해서 내 삶에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없다.

화려한 필력도 아니고 읽어주는 사람이 많은 글도 안닌데

안 쓰면 내가 불안하다.

왠지 써야 할 것만 같아서 그냥 쓴다.

날다마의 삶이 바빠서 가끔 쓰는 삶을 저버리고 지냈다가도 밑을 닦지 않은 것 같은 찜찜함이 항상 남아있다.

이것이 쓰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아닌가 싶다.

사실 무엇을 위해, 무엇이 되기 위해 쓴다기보다는

그냥 써야 할 것 같아서 쓴다.

쓰다 보면 글을 통해 내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내 상한 감정이 치유되기도 하는 것이 글이 가진 힘이다.


누구나 쓰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반대로 많은 이들이 잘 읽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도 하다.

글을 읽는 능력도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고 한다. 나도 가끔 책을 읽을 때 집중이 안될 때가 있다.

최근 난독의 시대라는 책을 쓴 분의 말에 따르면 난독에는 정독이 도움이 되는데 정독의 방법 중 하나가 낭독이라고 한다.

난독증을 가지고 있는 우리 둘째도 날마다 짧은 텍스트들을 읽는다.(물론 난독과 난독증은 다르다)

학년이 올라가도 읽기 독립이 되지 않는 아이를 위해 날마다 책을 읽어주고, 점점 장편을 읽어주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낭독이 되고 어린이 소설이지만 정독을 통해 아이와 함께 깊이 있는 독서를 하게 된다.

아이들 책이지만 놀랍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이현 작가님의 <푸른 사자 와니니>다.

우리 둘째가 이 책에 빠져있어서 1권부터 5권까지의 동화를 몇 번을 반복해서 읽어줬는지 모르겠다.

소리를 내어 낭독하는 행위가 목이 아프고 힘들지만 결국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아직 어린 자녀를 키우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이 빨리 책을 혼자 읽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렇게 계속 읽어주게 될 줄을 몰랐다.

하지만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행위가 결국 부모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 시간 자녀와의 충분한 교감이 되고, 언제 낭독하며 책을 읽어보겠는가.


읽는 것과 쓰는 것은 항상 연결되어 있다.

무언가를 써야 할 것 같은데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를 때 내가 하는 행위는 두 가지다.

일단 무조건 컴퓨터를 켜서 아무거나 쓰는것다. 그러면 내 글이 내 생각을 인도하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두 번째는 일단 읽는다. 무언가를 읽다 보면 글이 생각을 가져오고 생각이 다시 쓰는 행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읽든 쓰든 일단 뭐라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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