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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돌고래씨 Jan 19. 2022

일 년에 한 번씩만 겨우 전하는 마음

 사랑이 뭐예요?

 사랑 사랑 사랑/ WHAT IS LOVE? [맥 바넷, 카슨 엘리스]   

  


  그림책 속 아이는 사랑이 궁금합니다. 할머니에게 물으니 대답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아이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길을 떠납니다.

어부에게는 물고기가, 목수에게는 집이, 병사에게는 칼날이, 연극배우에게는 박수갈채가 사랑입니다. 수염이 기다란 시인은 사랑이라 칭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끝이 보이지 않게 적어두었습니다.

 스포츠카, 도넛, 도마뱀, 반지, 여름의 단풍나무, 조약돌까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두 다 다릅니다. 사랑을 찾고 있던 아이는 자신만의 답을 찾았을까요? 그건 무엇이었을까요?


  

이 그림책을 읽고 나니, 나와 당신의, 눈 마주치는 사람들의 사랑이 무척 궁금해집니다. 아침에는 네 번째 돌아온 결혼기념일을 맞아 사랑에 관한, 당신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책들을 하나씩 골라보았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는지, 세상에 작고 예쁜 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나에게 사랑은  밝은 밤과 깜깜한 낮을 함께할 수 있는  마주 댄 등입니다. 느슨하고 단단하게 잡은 손입니다. 같이 걷는 발입니다. 어둠으로 휘감긴 밤을 두 손 잡고 밝혀나갈 수 있는, 빛이 사라진 낮을 깜깜한 채로 잔잔하고 고요하게 견뎌줄 수 있는 누군가가 단 한 사람 남아있다면 그건 바로 당신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의 이름을 가장 많이 불러준 사람, 나를 춤추게 하는 사람, 매일같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웃게 해주는 사람도 물론 당신이지요. 오늘 하루만큼은 적어도 좋은 것만 생각해보겠습니다.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게 해주는 너를 만나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어요. 아마도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처음으로 나 다음으로, 나와 같이 사랑하는 사람, 어쩌면 우리는 마지막을 함께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그게 왜 당신인지, 우리의 내일과 아주 나중을 망설이지 않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냥 그렇게 되어버린 것 같아요. 어쩌면 오래전에 그냥 그렇게 정해진 것처럼, 내가 알기도 전에 그렇게 되기로 약속이나 한 듯이.


  조금 더 당신의 언어로 사랑을 말해보자면,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모른척하지 않는, 뱀처럼 둘둘 말린 이불을 호수처럼 펼쳐두는 마음, 대문을 열고 들어올 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인사해주는 것, 누군가의 좋음과 싫음에 조금 더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들이 사랑의 재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로의 못난 구석과 비어있는 구멍들을 애써 숨기고, 다듬고, 채우지 않아도 좋아요. 네모나고 세모난 구석도, 점점 자라는 커다란 구멍도, 다르게 봐주는 눈, 어여삐 봐주는 그 마음들만은 결코 변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함께여서 더 어려운 순간들과 함께여서 더 쉬운 순간들이 비슷한 비율로 삶을 채워나가지만, 어쩐지 조그만 통통배에 같이 올라탄 우리가 보이는 듯해 웃음이 납니다. 갈라진 틈도, 어느새 흘러들어온 짠물도 보이지만 그렇게 통통통 통통통 울고 웃으며 우리의 바다를 항해할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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