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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돌고래씨 Jun 29. 2023

당기는 마음

구겨져있지 않겠다는 다짐, 결국 좋은 곳으로 가자!

습하고 끈적한 오후 세시, 단톡 알림이 울렸다.

J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오늘 저녁 콘서트를 갈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티켓을 선물하겠다고 했다.

선우정아와 치즈의 콘서트라는데. 선우정아는 믿어 의심치 않지만, 내 몸을 끌어다 그곳으로 데려다 놓을 수 있을지 내 상태를 잘 모르겠다.


무해하고 순수한 것들, 그저 마음이 즐거운 것들을 나에게로 드래그할 수 있을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가자!

다섯 단어만에 "제가 갈게요."라고 전송했다.

세 시간 반 뒤의 나의 등을 내가 좀 밀어보기로.


왼쪽은 건반, 가운데는 기타와 베이스, 오른쪽은 드럼, 네 명의 연주자들의 손과 발이 크고 작게 움직이며 공연이 시작되었다.

1-2부를 나눠 치즈와 선우정아가 무대를 빈틈없이 채웠다.

 

J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 노래의 라인업을 외우다가, 첫 글자만 붙여서 제목들을 기억하다가

몇 곡씩 부르는지 세다가, 그들의 멘트를 촘촘하게 기억하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어떤 가사는 잘 들리기도 했고, 이따금 드럼 소리에 파묻히기도 했다.

생각이 어떤지, 오늘의 기분을 묻다가, 여름을 이야기하다가, 사랑과 이별을 말하다가, 잘 자라고 했다.

봄처녀가 춤추다 고양이가 되고, 사랑을 고백하고, 도망가고 비가 오니 입을 벌리자고, 크게 소리치자고.

비우고 싶은데 자꾸만 차오르는 마음을, 숨이 찰 때까지 달리거나 울자고 했다.


노래하고 춤추고 연주하는 무대 위의 그들은 조명만큼이나 눈이 부시고

온마음으로 박수를 보내고 환호하는 관객들은 이 순간만큼은 다 함께 행복의 나라 시민들이었다.

나도 그럭저럭 행복의 나라에 있었다. J와 친구들이 생각났다. 오늘 내가 모은 행복의 조각을 잊지 않고 전해줘야지.


무해한 시간들이 우리의 삶을 이토록 다정한 방식으로 다독이며 끌어안아주는지

모르는 누군가의 천진한 박수와 함성소리를 들으며, 내 손과 입에서 탄성처럼 새어 나오는 파동을 느끼며

귀퉁이가 닳고 해진 어느 구석이, 구겨진 마음이 펴지는 것 같았다.

가늘고 굵은 선들이 교차하고 수많은 작은 네모들이

빼곡한 종이라도 반듯해지려고.

주름과 함께, 네 귀퉁이를 잡아당긴다.

구겨지더라도 활짝 잡아당기는 '마음'이다.


아름다운 곳으로 가자.

마침내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면 되는 것이다.

나를 차마 이곳에 남겨두지 않겠다는 작고 단단한 돌멩이 같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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