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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유 컴패니언 Dec 26. 2022

정신 차리고 사는 법!

모든 사람들은 단지 자신의 자각 수준에서 행동한다. 그의 행동이 옳든 그르든, 좋든 나쁘든 이것은 모두에게 진실이다.

                                                   -디팩 초프라(Deepak Chopra)-     


‘에~이! 지갑을 놓고 나왔네’ 버스를 타기 직전 주머니가 허전해서 만져보니 지갑이 없다. 정신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야? 짜증이 올라온다. 다시 집에 지갑을 가지러 간다. 약속 시간에 가기가 어려워 미리 전화를 해서 양해를 구한다. 오늘따라 좀 일찍 가서 여유롭게 볼일을 보고 오겠다고 준비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평소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마음이 좀 조급했던 것 같다. 오늘은 약속 시간보다 일찍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자신의 마음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 옷을 입고, 신을 싣고, 문을 열고 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중에도 생각은 다른 데 가 있었다. 자신의 몸은 그냥 움직이고 있었고, 마음은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서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이 50이 되면 정신 차리고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50이 넘으면서부터 총명하던 내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변화다. 또한 내 뇌에 기능적 이상으로 기억력이 상실되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나는 정신 차리는 연습을 함으로써 내 삶을 통제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 어르신들은 깜빡하는 게 혹시 치매가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하신다. 집을 나서서 몇 발자국 걸어가다가 정신이 번쩍 든다. ‘아차, 대문을 잠그지 않고 나왔네!’라고 알아차린다. 다시 집으로 가서 대문을 잠그고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나온다. ‘정신줄을 놓으면 안 되는데’라고 되뇌면서 더 불안해한다. 몸은 조금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하면 되는데 정신이 나가면 자신이 어찌할 수 없게 된다.  

    

정신을 차린다는 말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주변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변화되는지 분명히 알아차리고 있다는 뜻이다. 마음의 주의(attention)가 실시간으로 의도적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안과 밖의 자극에 자신의 몸과 마음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태를 낱낱이 알아차리는 것이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는 자신의 주의가 모두 한 대상에 집중되어 있을 때 일어난다. 이때는 자신의 몸과 마음, 그리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주의는 뇌의 정신에너지를 의도적으로 특정한 시점에 특정한 대상에 보내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 차린다는 것은 지금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고, 자신의 내면에서 어떤 경험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것이다. 자신의 주변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변화되는지 아는 것이다.          

또한 정신을 차린다는 의미는 자신의 몸이 있는 지금 이곳에 자신의 마음이 같이 있는 상태이다. 정신 차리지 못하면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몸은 여기 있는데 마음은 어제저녁에 지인으로부터 받은 전화 내용을 떠올린다.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자신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마음속에는 그 친구가 한 말이 거슬리고 불쾌하다는 생각이 올라온다. 이 순간 주의는 그 생각을 따라간다. 자신의 몸과 마음의 소통이 단절된다. 더 큰 자극이 외부에서 와야 겨우 자신의 주의는 생존 유지를 위해 일시적으로 몸과 마음이 소통한다. 일시적으로 자신의 몸이 있는 곳으로 마음이 이동한다. 자극이 사라지면 또다시 자신의 몸과 마음은 따로 논다. 마음은 달나라로 가기도 하고 멀리 있는 친구에게로 달아난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이다.      


50에는 매일 매 순간 정신 차리는 연습을 해야 하는 시기다. 건강과 재산,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도 자신이 정신 차리고 있어야 지킬 수 있다. ‘나는 지금 정신 차리고 살고 있을까?’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오늘 하루를 뒤돌아본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소통하는 하루였는지, 따로 움직였는지 마음속에 떠올려본다. 자신이 아침에 지갑을 놓고 간 것은 그 순간에 자신의 몸과 마음은 따로 움직였다. 몸은 방 안에 있었지만 마음은 약속 장소에 먼저 가 있었다. 안방에서 지갑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외출할 때 잊어버리지 않고 가져갈 수 있게 일부러 잘 보이는 곳에 있었는데도 말이다. 몸은 거기에 있었지만 주의는 다른 데 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은 매 순간 현재를 드러내고 표현한다.      


50 이후의 삶은 공간적 고립과 심리적 외로움을 더 자주 더 많이 경험한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 정신 차리고 살지 않으면 지금까지 자신이 성취한 모든 것이 떠나간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긴밀하게 서로 소통하는 것이 정신을 차리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과의 공간적 거리가 있을 때 정신 차려야 덜 외로울 수 있다.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것을 자기 자신이 알아차릴 때 연결감을 느낀다. 주변의 사물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나뭇잎과도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몸 구석구석에서 세포 하나하나가 내·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세포끼리 소통하면서 자신의 몸은 현재에 대한 반응을 드러낸다.      


자신의 마음에서 먼저 몸의 변화를 감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정신 차리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이 몸의 긴장을 알아차리고, 세수할 때 물이 차가운지 뜨거운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몸의 변화를 주시하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어떤 생각과 감정이 올라오는지, 올라오는 욕구와 충동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사람은 하루 종일 매 순간 정신 차리지 못하고 정신줄을 놓을 때도 있다. 그때에도 ‘아하, 내가 잠시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구나’라고 알아차리면 된다. 자신을 자책하지 않고 그냥 부드럽게 인정하면 된다. 정신 차리는 연습을 할 때는 먼저 자신의 몸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일하다가 휴식 중이거나, 집에서 무료하게 TV를 시청하다가 손뼉을 치거나 몸을 움직이거나 헛기침을 ‘어험!’ 하면서 몸을 각성시킨다.     

  

자신의 몸으로 주의를 가져오면 따로 움직이던 마음도 따라온다.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재설정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내 몸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고 자문(自問)한다. ‘아, 내가 지금 지구-아시아-경기도-OO시 OO구 OOO아파트 OO 동 OO호의 거실 소파에 앉아 있구나’라고 마음속으로 중계방송하듯이 읊어준다. 그다음에는 ‘지금 이 순간에 내 몸에서는 어떤 감각 느낌이 올라오는가?’라고 자문한다. 잠시 동안 몸 곳곳을 마음의 눈으로 훑어본다. 어디에서 어떤 감각이 느껴지는지 알아차리고 이름을 붙이고 읊어준다. ‘내 가슴 왼쪽이 뻐근한 느낌이 올라오는구나’라고 이름을 붙이고 마음속으로 중계방송하듯이 읊조린다.  

         

오후에 신년 업무보고를 할 예정인데 ‘잘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초조하고 불안한 감정이 올라온다. ‘내 마음속에서 업무보고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오는구나’라고 이름을 붙이고 마음속으로 중계방송하듯이 읊조린다. ‘내 마음속에 초조하고 불안한 감정이 올라오는구나’라고 이름을 붙이고 마음속으로 중계방송하듯이 읊조린다. 다시 몸의 감각을 알아차림 한다. 생각과 감정은 몸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몸과 마음은 같이 있다. 주변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린다. ‘그렇구나’라고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신 차리고 있는 상태다. 이때 자신은 지금 상황에 맞는 최적의 행동을 할 수 있다.  

        

최근에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심리학이나 뇌과학, 건강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신 차리는 기법’이 관심을 끌고 있다. 고대 동양의 수행 방편을 서양에서 과학적 방법으로 연구하고 프로그램으로 개발해서 활용하고 있다. 1979년 미국의 매사추세츠 대학교의 의과대학 병원에서 존 카밧진(Jon Kabat-Zinn) 교수가 개발한 기법이다. ‘마음챙김(mindfulness)’의 심리적 기제를 기반으로 만든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 훈련(MBSR: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이다. 마음챙김을 설명하는 내용은 학자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지금 이 순간, 의도적으로,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순수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또렷이 알아차리는 심리적 과정’으로 풀어서 설명할 수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는 “사람들은 허겁지겁 급행열차에 올라타. 정작 자기가 무얼 찾고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 그냥 불안에 떨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어.”라는 대사가 나온다. 사람들이 정신 차리지 못하고 사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자신은 몸과 마음에서 현재 순간에 일어나는 심리적 경험(감각, 생각, 감정, 욕구, 심상, 기억)에 대한 자각(awareness)을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정신 차리는 것이다. 자신의 몸이 있는 여기에 마음도 같이 온전히 존재하고 있는 심리적 상태를 정신 차린다고 할 수 있다. 정신 차리는 연습은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는 자신의 마음을 지금 여기로 데리고 와서 몸과 같이 있게 한다. 삶의 주인인 자신이 몸과 마음을 같이 데리고 다닐 줄 알아야 한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정신 차리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나이 50 이후에도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들은 과거나 미래에 살고 있지 않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 살고 있다. 자신의 몸이 머무는 곳에 마음은 매 순간 동행한다. 몸이 이완되고 마음이 평안한 자신은 커피 한잔을 먹으면서도 세상과 연결됨을 느낀다. 커피의 향과 빛깔, 맛, 내 손에 잡히는 커피잔의 무게와 따듯한 느낌과 하나가 된다. 지금 자신이 커피를 음미하는 순간 세상과 연결된다. 커피를 재배하고 운송하고 가공하고 맛있게 만들기 위해 애쓴 모든 사람과 연결된다. 비와 구름, 태양과 바람, 흙과 미생물과 연결된다. 불행한 사람들은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앞만 보고 시간과 돈에 쫓기면서 정신없이 살고 있다. 남과 세상과 단절되어 간다. 그들은 자신의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인다. 나이 50, 이제부터 정신 차리고 사는 연습을 해야 할 나이다.    

 

(Tip!) 정신 차리는 연습 

자신의 몸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자문(自問)하면 정신 차리는 작업이 시작된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본다. 방안, 거실, 도로, 자동차 안, 버스 안, 카페 안, 사무실인지 확인한다. 그리고 ‘아하, 내가 지금 사무실 안에 책상에 앉아 있구나’라고 마음속으로 중계방송하듯이 읊조린다. 그다음 마음속에서 지금 어떤 생각, 감정, 욕구가 올라오는지 자문한다. 올라오는 것이 무엇이든 알아차리고, 이름을 붙이고, 마음속으로 중계방송하듯이 읊조린다. 일상생활 중에도 정신 차리는 연습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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