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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리틀 Nov 13. 2022

내게 10개의 행운이 있다면 네게 3개를 줄게!

초등학생이던 나는 등굣길에 종종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을 마주치곤 했다. 어린 시절 나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내게 하루에 10개의 행운이 주어진다고 믿었던지라, 그 어르신에게 내 행운 3개를 나눠줬다. 그냥 엉뚱한 공상이었지만 마음이 쓰여 그 상황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는 어린 마음이었다. 급식으로 나온 우유를 챙겨다 드리기도 했고, 안 읽는 책들은 몰래 가방에 챙겨두었다가 리어카에 싣고 오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난 저 먼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보다 쪽방촌의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욱신대고 불편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더 마음이 쓰였다.


성인이 되고 월급을 받기 시작한 2020년 추운 겨울이 지날 때쯤, 독거노인의 정기 후원을 시작했다. 금액은 크지 않았다. 한 달에 5만 원.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결연 후원이었기에 내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낼 수 있는 금액으로 정했다. 얼마 뒤 회사로 우편이 도착했다. “후원자님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립니다.”라는 형식적인 문구와 함께 결연을 맺게 된 어르신의 프로필이 담겨있었다. 내가 후원하게 된 어르신은 쪽방촌에 살고 계신 83세 할아버지였다. *가족사항: 무연고, *주 수입원: 노인연금. 할아버지가 밝게 웃고 있는 사진 옆에 적힌 정보였다. 프로필을 읽고는 왠지 모를 책임감을 느꼈다.


내게 5만 원은 어떤 의미 일까? 아무 생각 없이 친구와 먹는 한 끼 식사값이다. 가디건 하나 가격도 되지 않는다. 이 5만 원이 없다고 내 삶이 조금이라도 달라질까? 아니다. 아주 조금의 불편함, 아니 그마저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은 돈이다. 그럼 반대로 어르신들에게 5만 원은 어떤 의미일까. 5만 원은 쌀이 10킬로, 휴지 30 롤, 계란 2판을 사고도 쪽방의 관리비를 낼 수 있는 돈이다. 독거노인들에게 세상은 더 각박하다. 노인연금 30-40만 원 남짓. 월세를 내고 식료품을 겨우 살 금액. 그마저도 서류상의 문제로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태반이다.


https://news.kbs.co.kr/mobile/news/view.do?ncd=5420156#layer-sns


정말 친한 친구에게라도 같이 기부를 하자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기부를 한다고 이야기한 적조차 없는 듯하다. 사실 조금은 낯간지럽고, 크지 않은 금액이라 부끄럽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제넘게 기부를 부추기고 싶지 않았다. 나눔은 마음에서 우러나서 해야 하는 것이지 누가 부추겨서 하는 일이 아니다. 마음이 동해야 돈이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 나름의 기부 방식은 늘 내는 정기 후원과 함께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특별 후원금을 만들었다. 내 생일이나 엄마의 생일에는 늘 하던 정기 추가금을 보내고, 성과급을 받거나 큰돈이 들어오면 그 행복을 함께 나누고자 얼마를 기부하는 식이다. 적고 보니 십일조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내가 기부를 하는 이유는 내 마음이 편하고자 함이고 내가 행복하고자 함이다. 어려운 사람을 보고도 모른 척 지나치기는 내 마음이 불편해서, 순전히 나 좋자고 하는 일이기에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기 후원을 하며 항상 기가 막힌 타이밍에 후원처에서 오는 감사 편지를 받았다. 반년에 한 번 오는 우편인데, 어쩐지 항상 내가 지치고 힘든 날에 우편이 도착했다. 감사 편지에 적혀있던 문구가 있다. “보내주신 후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후원자님의 삶에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내가 나눈 행복에 답장을 받은 기분이었다. 행복은 역시 돌고 돈다더니. 이 편지를 받고 행복은 나누면 두배가 아닌 네배가 된다고 믿게 되었다.


넘치게 행복한 사람은 늘 주변에 행복을 나눠주려 두리번 대고 있다. 엄청 돈이 많은 사람도 부럽고, 직업이 좋은 사람도 부럽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부러운 건 이런 행복이 넘치는 사람이다. 나는 늘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관용’과 ‘나눔’. 너무 아득바득 살고 싶지 않다. 주변에 적당히 베풀고, 별 일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넘어가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흔쾌히 도움이 되고 싶다. 사실, 나누고자 마음먹은 순간부터 내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 찬다. 난 작은 선물을 주거나, 편지를 쓰거나, 별 것 아닌 날을 기념하기를 좋아한다. 전 직장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파티해요 파티!”를 외쳤다. 선물을 준비할 때에도 선물을 고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편지를 써도 편지를 전달하기까지 마음이 두근댄다. 누구나 이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기부도 이런 작은 파티나 선물과 같다.

“오늘 내게 10개의 행운이 있다면 당신에게 3개를 주겠어요”

혹시 또 누가 알까? 누군가는 내게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수없이 보내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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