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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탕핑(躺平), 바람직하진 않으나 나무랄 수도 없다

이 글은 독립탐정언론 <신흥자경소>에 2024년 4월 10일(오전 2시00분) 올라온 기사입니다. ->원문보기  


[신흥자경소] “허름한 방 안에서 코로나19 시기를 보냈어요, 그냥 그땐 거의 매일 누워있었어요”

          

9일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에 위치한 작은 원룸, 그 안에서 A씨(37, 男)를 만났다. 그는 시멘트가 다 드러난 벽면 한 곳을 가리켰다. 벽지가 뜯어진 데다 세월 흔적이 묻어나 괴기스러운 모습이다. 그가 사는 원룸은 월세 40만 원짜리. 근방에서 가장 저렴하다.

           

“이 정도 되는 방에 이 정도 시설이면 나쁘지 않죠. 곰팡이가 껴도, 시설이 고장 나도 그냥저냥 쓸 만해요”

         

그는 코로나19가 시작하기 직전인, 2019년 때까진 활발히 사회생활을 하던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직장에서 부당한 괴롭힘을 당하면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래도 참고 다녔다. 그는 회사에서 성과를 제법 내는 축에 들었다. 하지만, 결국 자기 성과가 윗선들 배만 불린다는 사실을 깨닫곤 모든 의지가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그는 직장을 관두고 2020년부터 동네에서 배달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배달을 열심히 할 수도 없었다. 건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원룸에서 요양을 하며 간혹 밖으로 나와 자전거 배달로 생계비를 벌었다. 그 적은 수입으로 몇 년을 살았다.

           

결혼은커녕, 연애도 포기했어요. 직장에 다시 들어갈 생각도 접었습니다. 어딜 들어가든 기득권 똥받이나 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납작 드러눕는다...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그들

           

‘탕핑(躺平)’이라는 말이 국내에 퍼지고 있다. 중국 신조어로 드러누울 당(躺)에 평평할 평(平)을 붙여, 납작 드러누워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국 내 많은 청년들이 사회에 큰 불만을 느껴 노동·소비 등 경제활동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최소한의 생계비로 연명한다. 이들을 ‘탕핑족’이라 부른다.

          

지난달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현재 수많은 중국 청년들이 직업을 구하지 못한 채 집단 우울증을 앓고 있다. 이는 중국 내 부동산 침체, 소비 부진 등 경제 위기와도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중국 청년 실업률은 21.3%를 기록,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비슷한 시기 베이징대 소속의 한 교수는 추가 변수까지 고려하면 실제 청년 실업률이 46.5%에 달한다는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괴상한 수치 기저에 중국 젊은 층에서 일어나는 탕핑 기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시진핑 주석 장기독재 과정에서 극히 일부만 호화롭게 살고 대다수 남성은 노예처럼 부려지다 보니, 많은 젊은 남성들이 노예 짓을 최대한 하지 않으면서도 정권에 찍히지 않으려는 ‘소극적 저항’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020~2022년 코로나19 시국을 거치며 국내 자영업 시장이 붕괴하고 취직시장도 얼어붙었다. 경제난·취직난이 겹치고 남녀 갈등은 더 심해졌다. 연애·결혼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극심해지며 출산율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다. 한국 출산율은 지난해 4분기 0.6명대까지 떨어졌다. 이에 사회 일각에선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집돌이’, ‘집순이’들은 오히려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반대로 인싸(인사이더, 외향적인 사람을 지칭)들이 바뀐 상황에 적응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들이 나돌았다.

           

하지만, 실제론 코로나19 시국이 끝나고 다시 생활이 원래대로 돌아간 뒤에도, 히키코모리나 인싸 등 부류를 불문하고 많은 청년들이 사회 속에서 절망감을 느낀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 사회 고립·은둔 청년은 각각 54만명(2021년 기준), 24만명(2022년 기준)에 달한다. 이 외에 각종 고금리·고물가 등 경제적 어려움과 저출산 수치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직장생활 및 연애·결혼 등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지 않는 숫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반복하거나 백수생활이 길어지는 등 사실상 고립·은둔에 가까운 청년도 많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전방위적으로 각종 문제가 첩첩히 쌓여 ‘사회 시스템 붕괴’로 치닫고 있다. 출산율 하나만 놓고 봐도, 이미 여러 국내외 전문가들이 ‘국가 소멸’이란 단어를 끄집어내기를 주저하지 않을 정도다. 애를 낳지 않다 보니 국내 초등학교 중 폐교하는 수순에 접어든 곳도 상당수다. ‘만혼’에 따른 기형아 출산 및 유산·불임·난임 등도 의학계에선 큰 국가적 위기로 여겨지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도 이상 징후가 보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4월 총선 이후 건설업계 위기가 확산할 것이란 ‘4월 경계론’이 퍼진 지 오래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500대 건설사 중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업체 비중은 76%에 달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사람이 발에 채일 정도로 붐볐던 ‘홍대 상권’ 등도 이제는 근처 상가 다수가 공실이 되는 등 임대료 폭등 및 인파 급감에 따른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여러 변화 속에서 탕핑족 현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탕핑 역시, 여러 사회적 이상 징후들과 맞물려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쉬었음 청년 실태조사 주요 결과’ 등 자료에 따르면, 국내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쉬고 있는 청년들은 코로나 시기에 크게 늘었다. 비경제활동 청년 중 ‘쉬었음’ 비중은 2019년 7.9%에서 2020년 9.8%, 2021년 9.8%, 2022년 8.9%였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가 끝난 뒤에도 비슷한 기류는 이어지고 있다. 2023년(1~10월) 청년 ‘쉬었음’ 인구는 월평균 41만명에 달했다. 이는 전체 청년 인구의 5% 수준이다.  

        

이처럼 모든 걸 놓아버린 청년들이 생기는 근본 원인은 뭘까. 사회를 향한 ‘소극적 저항’의 의미일까. 단순히 국가적 위기 상황 때문일까. 흔히들 탕핑 원인에 대해 기득권은 대기업 채용 시장 문이 좁다거나 청년들이 중소기업으로는 발길도 주지 않는다는 등 직장문제를 주요 원인으로 거론한다. 청년들이 직장을 잡지 못해 연애도 안 하고 결혼도 못 할 뿐 아니라 칩거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청년들의 심리를 매우 단순하게만 바라본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밥벌이 문제만 해결하면 은둔 청년들이 다시 활발하게 사회에서 활동을 할까. 좋은 직장만 구해지면 이 모든 게 해결될까.


∎ 저출산·고령화→세대갈등으로...“희망이 없다”  

         

현재 국내 탕핑족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한 마디로 “청년들 미래에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는 국내 저출산·고령화 장기화에 따른 기형적 인구구조가 몰고 올 파장을 근거로 한다.

          

행정안전부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60대 이상 인구(1395만110명)는 만 18세 이상 인구(4438만549명)의 31.4%에 달한다. 2030세대(28.8%, 1277만3034명)보다 숫자가 사상 처음으로 많아졌다. 심지어 2030세대와 18~19세 인구를 합쳐도(31.2%, 1381만2606명) 60대 이상 숫자보다 작다. 문제는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데에 있다. 우리나라는 고령사회(65세 인구 비율 14% 이상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65세 인구 비율 20% 이상 사회)로 진입하는 데 단 7년(2018년→2025년)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15년), 영국(50년)과 비교할 때 불가사의하게 빠르다.

            

사진=통계청

한국은 1950년대 중반~197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현재 기득권을 이루고 있다. 특히 1960년대 출생한 1980년대 학번, 이른바 X86세대(X엔 5나 6 등 나이 앞자리를 붙이는 식)가 그중 핵심이다. 현재 나이가 만으로 50대 중반에서 60대 중반인 세대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의 핵심인 X86세대는 10년 뒤 전부 노년층(65세 이상)이 된다. 그땐 지금보다도 훨씬 더 노인 숫자가 많아질 뿐 아니라, 의료기술 발달로 더더욱 노인이 오래 사는 세상이 된다. 현재 미성년인 아이들은 추후 성인이 됐을 때, 그 베이비붐 세대를 거의 다 떠안고 가야 한다.

     

많은 수의 청년들은 이미 사회 기득권인 X86세대를 사회에서 수차례 보고 겪었다. 대학교 시절 교수들은 물론, 아르바이트하던 가게의 사장 혹은 직장생활 시 만났던 상위직급들 중 상당수가 X86세대들이다. 이 때문에 현재 청년들은 사회 상위 직급·위치에서 현 20~30대 청년들을 대하는 X86들의 기본 인지구조 및 사상을 잘 알고 있다. 이에 저항·반발 심리를 겪은 청년도 많다. 일종의 ‘세대 갈등’이다.....(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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