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생장에 최적화된 자체 LED 기술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일구다
지난달에 포스팅한 코리아팜(Korea Farm)에 이어 오늘은 기존의 스마트팜이 가진 이미지에서 한 단계 더 벗어나 버려진 유휴공간을 활용한 차세대 스마트팜 기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난 글에서 코리아 팜이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해 이동형 스마트팜을 구현했다면 이 기업은 버려진 폐터널을 이용해 최첨단 실내 농장을 구축한 ‘넥스트온(NEXT ON)’이 그 주인공입니다.
남몰래 버려진 쓰레기가 쌓여가던 폐터널을 대형 농장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과연 누가 했을까요? 바로 넥스트온의 최재빈 대표입니다. 그는 넥스트온 창업 이전 서울반도체에서 대리로 시작해 사장까지 승진하며 LED(발광다이오드) 업계의 고수로 인정받던 전문가였습니다. 최 대표는 서울반도체가 매출 1조를 달성한 2014년에 서울반도체의 사장직을 사임하고 반도체 분야에서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다른 분야를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재빈 대표는 농업에서 가능성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농업은 IT 기술 접목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고, 다른 산업들과 기술 격차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최재빈 대표는 홀로 사업을 시작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서울반도체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 때 합류한 현재 넥스트온의 이상민 부 대표는 서울반도체 시절 부사장을 맡았으며 김정욱 마케팅 본부장은 이전에 영업 담당 임원직을 맡았던 서울반도체의 주역이었습니다. 이렇게 모인 IT 전문가 3인방은 2017년, LED를 활용하여 인도어팜을 구축하는 농업 스타트업 ‘넥스트온’을 창업했습니다. 이들은 반도체 산업에서 쌓은 다년간의 경험과 효율성의 원칙을 농사에도 적용해보자는 포부를 품고, 폐터널에 쌓였던 쓰레기 더미를 치우며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넥스트온이 옥천 폐터널에 스마트 팜을 구상하게 된 주요 이유는 설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스마트 팜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바로 높은 설치 및 운영 비용 문제입니다. 이를 빠르게 꿰뚫어본 최 대표는 운영비를 낮추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은 기술력을 확보해도 사업화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농장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영 비용을 간과할 수 없었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스마트팜의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는 식물이 성장하기에 최적화된 온도와 습도를 가진 폐터널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충청북도 옥천군 동이면에 있는 총길이 690m, 터널 폭 13.6m의 옥천터널(옛 당재터널)을 발견했습니다. 옥천 터널은 2002년 경부고속도로가 폐쇄되면서 15년간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과거에 경부고속도로의 상행선으로 이용하던 구간이면서 대전과 대구를 연결하는 주요 터널이었으나 그 쓰임새를 잃고 버려진 상태였습니다.
넥스트온은 곧바로 한국도로공사와 장기 임대계약을 맺고 스마트팜을 조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넥스트온은 옥천 터널을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농장으로 감쪽같이 탈바꿈시켜 놓았습니다. 그 결과 옥천터널 내부는 현재 잎 채소류와 딸기, 그리고 바이오 소재용 작물이 성장하는 스마트 팜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그 평면적은 2,020평에 이르러 방대한 수직농장(Vertical Farm)이 되었습니다.
넥스트온 창업팀이 과거에 이끌었던 서울반도체는 1만 개가 넘는 특허 기술을 보유한 세계적인 LED 업체입니다. 최 대표와 동료들은 재직할 당시 축적해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업 초기 단계에서 폐터널 스마트 팜에 최적화된 LED 개발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그 결과 넥스트온이 개발한 LED는 일반LED 대비 발열을 줄여 전기료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습니다. 1 년 내내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인도어 스마트 팜에서 사용하는 일반 LED 제품은 작동 온도가 67도까지 상승하지만, 넥스트온의 LED는 평균 32도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게 설계되었습니다. 최 대표는 식물의 광합성에 효과적인 가시광선을 발산하는 고효율 LED 광원을 설계했고, 이 덕분에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농작물을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넥스트온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터널’이라는 장소의 환경적 혜택을 극대화 했습니다. 터널의 장점은 내부 온도가 상시 균일하게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여름에는 냉방 비용을 절약 하고, 동절기에도 난방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또 식물이 자연의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 터널 안에 인공적으로 초속 1m/s 의 바람이 불게 했습니다. 인공 바람으로 낮과 밤의 온도 차를 미세하게 조절하면 식물의 호흡을 도울 수 있고, 이를 통해 보다 신선한 채소의 식감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공조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등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해 실제 자연환경에 근접한 조건을 구현하며 넥스트온의 혁신 스마트팜은 진화하고 있습니다.
옥천터널의 인도어팜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잎채소류 재배 구간이 등장합니다. 태양을 대신하는 분홍빛 LED 조명 아래서 샐러드용 채소가 수경재배 방식으로 자라나고 있으며, 그 종류는 치커리나 양상추, 청경채, 깻잎 등 식탁에서 일상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채소부터 이자벨, 프리라이스, 카이피라 등 고급 레스토랑이나 친환경 매장과 카페에 납품하는 총 86종의 작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넥스트온의 스마트팜은 재배 선반을 터널 바닥부터 천장까지 무려 14단에 걸쳐 쌓아 압도적인 공간 효율성을 자랑합니다. 선반 전체의 길이는 200m, 폭은 7m의 규모로 거대 규모의 대형농장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배되는 샐러드용 채소의 생산량은 연 300톤 규모에 이르고, 동일 면적의 일반 비닐하우스 대비 최대 170배의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상추의 경우 일반적으로 연간 4모작을 하지만 넥스트온의 인도어팜에서는 17모작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잎채소류 구간을 지나면 넥스트온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강 기능성 작물 구간이 등장합니다. 넥스트온은 최근 이 구간에서 눈 건강에 좋은 물질을 포함한 작물을 수확하는 데 성공해 제약회사와 납품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또한 넥스트온이 국내 인도어팜 중 유일하게 의료용 HEMP(대마씨)에 대한 재배와 학술 연구 허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 합니다. 합법적으로 제조된 의료용 햄프는 치매와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질환 치료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넥스트온의 마지막 구간에는 딸기가 재배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어 팜에서 저온성 딸기 생산에 성공한 것은 이 옥천터널 사례가 세계 최초로 기록되었습니다. 잎채소류는 여타 인도어팜에서도 쉽게 시도할 수 있지만, 딸기를 비롯한 고부가 과일들은 잎을 키우고 꽃을 피워 자연수정까지 해야 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교한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기존 방식대로 노지에서 딸기를 재배하려면 60일에서 90일 정도 소요되는 반면 넥스트온의 인도어팜에서는 40일 정도면 열매를 수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넥스트온은 현재 운영 중인 스마트팜과 외식 산업을 결합함으로써 다각도의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가령 스마트팜 중심의 복합 에코시티를 조성해 유명 요리사에게 농장을 임대해주거나 인도어팜에서 방금 출하된 신선한 농작물을 활용해 가공식품이나 건강 기능식으로 판매하는 다양한 경로의 농산물 유통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끊임없는 넥스트온의 혁신적 움직임 때문일까요? 넥스트온은 농산물 생산부터 가공, 소비문화까지 주도하는 혁신 스마트팜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된 넥스트온의 남다른 생산성은 온도와 습도, 광합성 작용과 이산화탄소, 농업용수 등 작물에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변수를 제어할 수 있는 첨단 제어시스템 때문입니다. 넥스트온은 이와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0년도에 5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해내는데 성공했고, 창업 3년 차인 2019년 기준 21억원의 매출을 달성, 올해는 2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넥스트온은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중동 지역과 싱가포르, 몽골 등 식량 자체 생산이 어려운 국가를 대상으로 해외 사업 확장 역시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주력 작물에 대한 연구 개발을 지속해 신약 시장 진출을 내다보고 있는 등 한계를 두지 않는 사업 확장을 계획 중입니다.
넥스트온의 터널 농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농업을 선도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애그리테크(Agri-Tech) 스타트업이 세계 최초로 터널을 활용한 인도어팜을 구축했고 성공적으로 작물의 생장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이 이슈가 되어 미국의 CNN 등 해외 언론에도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찼던 폐터널을 생명력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온 넥스트온의 선구안과 추진력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까요?
넥스트온의 사례처럼 스마트팜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 떠오릅니다. 먼저 폐광산 지하공간 입니다. 폐광 지하 역시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천혜의 환경 덕분에 낮은 전력으로도 농산물을 저장하거나 재배하는 공간으로 재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유휴공간을 활용한 도시 농업용 용지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은평구 주민센터에서는 센터의 옥상을 텃밭으로 가꾸어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농사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쓰임새가 없던 작은 건물의 옥상이었지만, 작물을 재배함으로써 새로운 생산 공간으로 재탄생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옥상 텃밭이 늘어나면서 도심 속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친환경적 사고를 키워나가고 자연의 건강함을 배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출퇴근길에 지나치던 지하철 역사 공간도 텃밭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전에 소개해 드렸던 팜에이트(Farm8)의 사례로, 인공 광원(LED)과 센서를 통해 식물이 생장할 수 있는 환경 재현할 수 있습니다. 현재 답십리역, 천왕역, 을지로3가역 등 지하철역의 스마트 팜에서 다양한 채소가 재배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로 피폐해진 현대인들에게 도시 농업 공간은 단순히 유휴 공간 재활용에 그치지 않는, 정신적, 신체적 치유를 제공하는 생명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유휴공간을 재활용한 첨단 농업에게 장소와 시간의 한계란 없으며, 다양한 기업들의 창업 역시 계속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인도어 스마트 팜의 선두주자, 넥스트온의 이야기였습니다.
Where? 충청북도 옥천군 동이면
When? 2017년
What? 폐터널을 활용한 인도어 스마트팜
Who? 최 재 빈
Why? 대형 유휴공간을 활용한 수직농장에서 다양한 작물을 기르기 위해
How? LED 기술과 성장 환경 제어시스템을 통해 최적의 생산 환경 조성
“광산 지하 채굴공간, 농업 분야서 활용된다”, 에너지데일리, 2021/03/05
‘1조 샐러리맨 신화’에서 스마트팜 경영자로 - 서울반도체, 포스코 LED 최고경영자 역임한 최재빈 넥스트온 대표, 이코노믹리뷰, 2017/12/06
LED '쨍쨍' 채소가 '쑥쑥'…버려진 터널, 세계최대 실내농장 됐다, 매일경제, 2020/11/15
"도시 농사로 힐링합니다"... 도시농업자 지속 증가, 이데일리, 2020/04/18
무농약 친환경 재배법…딸기가 40일만에 주렁, 아시아경제, 2020/10/29
반도체 사장이 일군 세계 최대 ‘식물 공장’, KBS NEWS, 2020/12/22
벤처기업협회 공동기획 알짜 벤처 기업 탐방 (61) ㈜넥스트온, 한국대학신문, 2020/05/29
빌딩, 지하철 등 유휴공간 활용 도시형 스마트팜 주목 - 농진청, 남부터미널역 3개층 활용… 5월 운영시작, 콜드체인뉴스, 2021/03/21
세계 최초 터널 내 식물공장 만든 (주)넥스트온, 동양바이오뉴스, 2020/06/15
충북 폐터널에 만들어진 세계 최초 ‘터널 스마트팜’에 CNN도 주목… 서울반도체 출신 사장의 새로운 도전, 네이버 FARM판 공식 블로그 ‘더농부’, 2019/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