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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창완 Oct 18. 2021

식권대장: 종이 식권이 내 손 안의 휴대폰 속으로

직장인의 점심을 더 맛있고 더 편하고 더 즐겁게

번거로웠던 식대 결제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하다 


조정호 벤디스 대표 / 사진 : ChosunBiz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바쁜 업무 사이에서 숨을 돌리고 무엇을 먹을지 기대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입맛에 맞지 않는 구내식당에만 가야 하거나 회사에서 지급한 식대로 갈 수 있는 제휴식당이 한정적이라면 다소 아쉽게 느껴지지요. 이처럼 제한적이었던 점심 메뉴 선택권을 대폭 늘리고 식대 결제의 편리함을 제공하면서 회사와 임직원, 그리고 식당 측까지 만족도를 높여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 한 청년이 있습니다.


 바로 창업 이전의 조정호 대표의 이야기 입니다. 그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고시생이었습니다. 그는 3년 동안의 수험생활 도중 아이폰 트렌드가 전세계를 휩쓸며 한국 스마트폰 시장까지 장악하는 현상을 보면서 창업을 꿈꿨다고 합니다. 그러나 창업 경험이 없던 그는 모바일 식권 시장 뛰어들어 성과를 이루기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거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조 대표는 2011년에는 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2013년에는 모바일 상품권 서비스를 출시하였지만 애플리케이션의 특성이 뚜렷하지 않았고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아 사업을 접었다고 합니다. 


 이후 그는 온라인으로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분야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그 중 직장인 점심문화와 식권을 주고받는 방식에 주목하게 되었고 서비스를 개발하기에 앞서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점심시간대의 음식점을 관찰했습니다. 그는 직원들이 주로 가던 식당 혹은 그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식당을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것을 패턴을 발견하였는데요. 또한 회사 인근 식당에는 ‘식권 받습니다’ 혹은 ‘장부 거래합니다’와 같은 문구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식당 측에서는 식권을 받으면 바로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직장인 점심 장사로 매출을 유지하기 때문에 식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 방문할지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보다 또다시 찾아오는 충성 고객층이 훨씬 소중하기 때문이죠. 이와 같이 면밀한 시장조사를 통해 종이식권 대체 서비스의 가능성을 발견한 조정호 대표는 스타트업 ‘벤디스’를 설립하여 식권을 애플리케이션으로 전환한 푸트테크 플랫폼 ‘식권대장’을 2014년도에 출시하였습니다.



직장인과 기업, 식당을 연결해주면서 결제의 불편함을 해결하다


식권 대장의 비즈니스 모델 / 사진: IT dongA


 식권대장 서비스는 회사가 종업원들에게 지급하는 모바일 식권을 가지고 ‘식권대장’과 사전에 가맹된 모든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거래 중개 서비스입니다. 그렇다면 종이식권을 대신하는 식권대장을 도입한 이후, 임직원과 회사 측, 그리고 식당에 각기 어떤 변화가 찾아왔을까요? 우선 임직원 입장에서는 식권이나 법인카드를 챙기고 장부를 작성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기만 하면 회사에서 지급받은 식대를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식사메뉴의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기존에는 구내식당이나 한정된 수의 제휴식당 몇 곳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한 이후로 회사와 식당 간의 제휴과정이 간결해지면서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나 배달업체 등 보다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식당 측에서는 회사 측에 정산을 요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습니다. 또한 분주한 식사시간에 몰려드는 손님들의 종이식권을 받느라 중간에 식권이 분실되거나 손으로 세어야 하는 작업을 거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한 직원들이 회사를 나서기 이전에 애플리케이션에 식당이나 메뉴가 노출되면서 자연스러운 홍보로 이어지면서 매출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사 입장에서도 식권대장의 도입은 식대 복지와 관련된 관리비용을 상당히 절약해준다는 점에서 이득이었습니다. 기존에 식대를 관리하는 회계 부서에서는 월초에 식권을 지급하고 식당 측과 추후에 정산하는 업무가 매달 반복되었습니다. 법인카드 오남용이나 장부 대리 작성으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식권대장 서비스 도입 이후에는 별도의 식대 관리부서를 마련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투명하게 결제과정을 관리하면서 최적화된 식대 관리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식권대상 측에서 고객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업무 간소화 질문에서 식대업무가 평균적으로 60% 가량 감소했으며 고객사의 평균 식대 절감률은 18%에 달한다는 어플 도입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방면의 시도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다 


시범 중인 비대면 로봇 배달 서비스 / 사진: 로봇신문


 작년 상반기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식권대장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고객사가 사무실 문을 닫고 재택근무 문화가 확산되면서 그리고 거리두기 정책의 일환으로 외식이 자제되었기 때문입니다. 식권대장 측은 사무실에 남아서 근무해야 하지만 안전하게 식사하기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서비스 출시 8개월 이후 거래액이 103% 가량 증가할 정도로 사용자들이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벤디스는 로봇 딜리버리 스타트업 ‘로보티즈’와 협력하여 점심 메뉴를 회사에 자동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로봇 배달 서비스가 도입되면 식당까지 걸어가지 않아도 되고 그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 등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짧지만 소중한 점심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어하는 직장인들의 입장을 포착한 최적의 서비스로 생각되는데요. 더군다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고려했을 때 비대면으로 음식 배달이 가능하다는 점도 로봇배달의 장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지막으로 식권대장은 식권의 영역을 간식 분야로도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간식대장’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서비스는 직장인들이 어린 시절에 접했던 간식들을 모은 종합선물세트를 부활시키거나 인기 캐릭터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는 등 재미있는 컨텐츠를 부각하며 지속하고 있습니다. 고된 직장생활 속에 활력을 불어넣은 간식대장 서비스는 작년에 런칭한 이후 누적 매출액이 80억 원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식권대장 측에 따르면 간식대장이 매달 즐거운 간식을 배달해주는 정기 구독 서비스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식권대장은 식대 관리 서비스를 넘어 직장인 결제 솔루션으로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개발자들은 개인 카드를 등록하고 회사로부터 받은 식대 포인트와 더불어 개인적으로 포인트를 충전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식대 포인트를 절약하면 부족한 만큼 돈을 보태어 식권대장 측에서 판매하는 특가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식대 결제 시장의 일인자로 나아가다


 2020년도 식권대장으로 거래된 식대는 총 544억 원의 규모이며 최근 2년간 식권대장의 고객사 수는 104% 증가했습니다. 2021년 2월까지 식권대장을 도입한 기업 중 89% 가량이 중소기업, 중견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모바일 식권이 대기업 위주로 시작되었으나 이제 복지의 중소, 중견기업 사이에서도 보편화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현재 식권대장을 도입한 기업은 470곳에 다다르며 직장인 10만 명의 사용자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식권대장으로 거래된 식대 금액은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된 2014년 4,000만원에서 시작하여 2019년 544억 원으로 연평균 220%의 성장률을 보이며 빠른 속도로 기업의 식대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습니다. 또한 모바일 식권의 대중화와 식권대장의 성장성에 주목한 투자자들에게 지금까지 107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받았습니다. 


 식권, 식대 장부 작성, 법인카드 등 식대관리 방식은 80년대부터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관리 방식에는 변화가 없었던 반면 직원 복지와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안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회계연도 기업체 노동비용 조사에 의하면 식대 지급 비용은 법정 외 복지비용에서 30~40%의 비율을 10년 이상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식대 지원은 기업 측에서 중요성을 두고 운영하는 복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대다수 기업들은 간접급여라고 할 수 있는 종업원들에 대한 복지혜택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종류도 다양하지만 복지포인트 등 사용도 편리하게 개선하는 추세입니다.



코로나 19 속에서 가파르게 성장한 O2O 서비스 시장 


국내 O2O 서비스 현황과 대표 기업 / 사진: 연합뉴스


 식권대장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사용자의 식사 문화에 찾아온 변화에 발맞추어 유동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바이러스의 불안감을 안고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더욱 안전하게 점심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식권대장의 서비스는 시기적절하였고, 간식 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직장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들의 이러한 서비스 공급은 O2O 서비스 방식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O2O(Online to Offline)’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상을 연계해주는 서비스 플랫폼을 의미합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식 주문, 택시와 렌터카 호출, 숙박과 레저 예약, 금융 서비스 그리고 건물 임대와 부동산 계약까지 해결할 수 있으며 이제는 오히려 O2O 서비스가 없는 일상을 꿈꾸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난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O2O 서비스 산업조사’ 통계에 따르면 2021년도 O2O 애플리케이션 이용 거래액은 126조원으로 전년도 대비 약 3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가장 크게 증가한 부문은 음식배달 서비스가 차지하였습니다. 주목할 점은 점차 기업들이 광고 매출을 줄이고 수수료 비중을 높이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킨 점입니다. 


 직장인 점심문화의 변화에 귀를 기울이고 민첩한 서비스 변화를 보여준 식권대장의 사례가 그랬던 것처럼 일상생활 속에 크고 작게 변화가 시작된 분야들이 있을 텐데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일 년이 넘어가고 언택트(Untact)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은 선택 아닌 필수 전략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인스타카트, 배민, 야놀자 등 여느 O2O 플랫폼 사업자처럼 향후 식권 시장의 점유율이 높아져 거대한 수요고객군을 자사고객화 한다면 그때에는 과연 어떤 시장지배력이 구축될까요? 필자는 이미 개발되고 성장하고 있는 현재시장보다 더욱 폭넓은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 더 많은 혁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여러분의 상상력은 작은 식권에서 시작해 기술 서비스의 혁신가가 된 청년만큼, 아니 그보다 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일상 속 관행으로 굳어진 불편함을 작은 아이디어로 혁신한, 식권대장의 이야기였습니다.




Where? 대한민국 서울

When? 2014년

What? 종이식권을 애플리케이션으로 전환한 식권결제 O2O 플랫폼 

Who? 조정호 대표

Why? 식권 사용의 불편 해소와 범용성 확대를 위해

How? 기업체, 제휴식당, 직장인 간 식권 지불 체계 시스템화를 통해  




References


“다양한 식당서 간편 결제” 고객 목소리 기본에 충실하니 배고팠던 시장이 열려, 동아비즈니스리뷰, 2021/01

‘식권대장’ 조정호 대표의 식권은 넣어 둬, 우리가 낼게, EBS 비즈니스 리뷰, 2021/01/13

'시리즈B 유치' 식권대장, 기업가치 540억, 더벨, 2018/07/19

'식권대장' 조정호 대표 “직장 점심시간 노린 로봇 배달…상용화 첫발 도전”, ChosunBiz, 2020/05/03

식권대장, 2년새 중소·중견기업 고객 113.9%↑, 서울경제, 2021/03/02

식권대장, 2년새 중소중견기업 113.9%↑…대중화된 모바일식권, 플래텀, 2021/03/02

‘위드(With) 코로나’ 시대, 소비 트렌드 변화는?, KPMG, 2020/08

"코로나에 찾아가는 식권대장 인기몰이", 매경뉴스, 2021/02/23

코로나로 음식배달 늘어…지난해 배달앱 거래액 20조 1천 5억원, 연합뉴스, 2021/04/08

[힘내라! 스타트업] 직장인 식권문화 획기적으로 바꾼다, '식권대장', IT DongA, 201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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