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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창완 Nov 04. 2021

위쿡(WeCook): 국내 최초의 공유주방 스타트업

주방 공유에서부터 식품외식 창업 컨설팅까지

도시락 사업 실패를 통해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


위쿡의 창업가 김기웅 대표 / 사진: 한국일보


 여러분들은 공유주방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공유주방이란 말 그대로 단일 주방 시설을 복수의 사업자가 공유하고, 위생이 검증된 공유주방에서 만든 음식을 B2C 및 B2B 방식으로 유통∙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말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국내 최초의 공유주방 스타트업인 위쿡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식음료(F&B) 시장은 자영업자의 절반이 1년 내에 망하고, 3년 내에 90%가 망하는 ‘다산(多産) 다사(多死)형’ 산업입니다. 위쿡의 창업자인 김기웅 대표 역시 2014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도시락 가게를 창업했다가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김기웅 대표는 사업 운영 과정에서 인건비, 임대료, 식자재 원가 등의 비용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고, 그러다 현재의 공유주방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요식업을 시작하려면 주방 기기나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설비들을 마련해야 하는데 초기 창업자들에게는 이러한 초기 투자 비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투자액이 많아질수록 사업 실패 시 감수해야 할 비용이 높아져 리스크가 커지게 됩니다. 바로 김기웅 대표는 이러한 점에 눈을 돌렸습니다. 그는 2016년 위쿡을 런칭했고, 공유주방을 통해 예비 창업자 및 초기 창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시작합니다. 창업자들은 설비가 다 갖춰진 주방을 필요한 시간만큼만 이용함으로써 초기 투자금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시키기 전에 미리 검증하고 실험해볼 수 있습니다.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창업자들을 끌어모으다 


위쿡 공유주방에서 업체들이 식품을 제조하고 있다  / 사진: 위쿡


 위쿡의 공유주방은 세 가지 종류로 나누어집니다. 첫째는 제조∙유통형 공유주방으로 창업 전 메뉴 테스트나 제품 개발 공간이 필요한 이들에게 적합한 공간입니다. 또한 이곳은 케이터링이나 플리마켓 음식 준비, B2B 납품 등 오프라인 매장이 필요하지 않은 외식 사업자들이 사용하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두번째는 배달형 공유주방입니다. 식문화의 변화와 코로나19의 영향이 더해져 배달음식 시장 규모가 작년 기준 17조를 돌파했습니다. 이러한 배달음식 중심의 외식 트렌드를 타겟으로 한 배달형 공유주방은 공동의 주방을 여러 업체가 공유한다는 점에서는 제조∙유통형 공유주방과 같지만, 판매채널을 연결해주고 라이더를 자체적으로 고용해 업체들의 배달 고민도 덜어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식당형 공유주방이 운영되는데, 식당형 공유주방은 기존에 있는 매장의 공간을 일부 시간 동안 대여해 창업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따라서 창업자들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에 맞는 공유주방을 선택해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습니다. 바로 이와 같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사업분야에 적합한 공유주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창업자들에게도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일 것입니다.


 현재 제조∙유통형 공유주방은 서울 사직지점과 송파지점 두 곳에서 운영되고 있고, 배달형 공유주방은 서울 신사, 논현, 역삼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식당형 공유주방은 서울 강남과 을지로, 종로, 그리고 제주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위쿡에 입점해 음식을 만들고 있는 푸드 메이커는 124개팀이며 런칭 이후 5년간 누적된 푸드 메이커의 수는 510개팀에 달합니다. 그러나 위쿡은 단순히 입점사를 늘려 사업규모를 확장하는 것만이 목표가 아닙니다. 김기웅 대표는 어떤 창업자에게 위쿡을 추천하냐는 질문에 “사실 아이템은 중요하지 않다. 단순히 음식점을 운영하겠다는 게 아니라, 사업으로 보고 확장해나갈 역량을 지닌 창업자여야 한다.”라고 답하며 기업가정신을 가진 창업자들이 위쿡과 함께하길 원했습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다


규제 샌드박스 통과 이후 위쿡 사직점에서 공식 오픈 행사 / 사진: 시사저널


 위쿡이 처음 런칭되었을 당시에는 국내 식품 위생법상 한 주방에 한 가지 영업만 가능하다는 법적 규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재와는 다른 운영 방식을 사용했는데, 푸드메이커의 음식을 위쿡의 사업자명으로 판매한 후 매출을 정산해 주는 판매 대행의 형태였습니다. 그러나 취급하는 상품이 음식이기에 위쿡이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높았습니다. 음식에 대한 컴플레인이나 주방에서 발생하는 푸드메이커의 문제 등을 모두 위쿡이 안고 가야했기 때문입니다. 위쿡은 이러한 방식으로 공유 주방을 운영하면서도, 자신들이 계획했던대로 사업을 펼쳐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먼저 미국의 공유주방 시장을 철저하게 조사했습니다. 뉴욕, 워싱턴, 시카고 등의 공유주방 관련 주 법령들을 모두 조사했는데 당시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공유주방 사업이 가능했고 실제로 위쿡이 하고자 했던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이 결합된 공유주방 회사들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김기웅 대표와 몇몇 직원들은 무작정 미국으로 가서 유명한 공유주방 회사들을 찾아가 대표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그들은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서도 공유주방이 법적으로 불가능했던 때가 있었고, 그 시기에 공유주방 사업자들이 주 정부의 담당 공무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하나씩 바꾸어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위쿡 직원들은 자신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미국 최초의 공유주방 유니온 키친의 공동 창업자 Jonas Singer와 Cullen Gilchris / 사진: Washington Business Journal


 한국에 돌아와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어떤 식으로 접근해가야 할지 전략을 수립하던 중에 ‘규제 샌드박스’라는 제도가 생겼습니다. 규제 샌드박스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영국에서 당시 신산업이었던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처음 시작되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도 규제개혁 방안 중 하나로 채택되었습니다. 이처럼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면 법령을 개정하지 않고도 그동안 규제로 인해 출시할 수 없었던 상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고,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에 규제하게 됩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위쿡은 당시 담당 부처였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그동안 정리해왔던 보고서를 전달했고 2019년 중순에 공유주방 시범 사업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위쿡의 공유주방에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중요 사건인 것입니다. 시범 사업자로 선정된 직후 6개월 동안 입점 상담을 1000건 이상 받았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이후에도 위쿡은 정부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간담회에 참여해 공유주방에 대한 규제 완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정부는 위쿡의 성과에 따라 식품위생법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위쿡에게는 정말 해당 사업분야의 개척자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 합니다.



공유주방 대여를 넘어 든든한 사업 파트너로

 

공유주방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 사진: 위쿡


 위쿡은 처음부터 단순히 공유주방을 빌려주는 사업만을 하려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공유주방을 사용하는 외식 사업자를 키우는 플랫폼으로서 성장하는 것이 위쿡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지금껏 위쿡의 공유주방을 거쳐갔던 수백 곳의 입점 기업들의 데이터는 위쿡의 가장 큰 자산이 되어 새로운 성장의 밑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쌓인 노하우로 위쿡은 실패한 사업자의 재기를 컨설팅하는 ‘위쿡 리스타트’와 시제품 개발 단계의 사업자를 지원하는 ‘위쿡 드라이브’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유주방에 입점해 있는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시장분석부터 메뉴개발, 홍보 및 사업 확장에 대한 다양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위쿡은 공유주방을 이용하는 창업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충족시켜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대상으로 가장 원하는 외식업 솔루션을 묻는 설문을 통해 식품외식창업자들이 가장 도움을 원하는 분야가 메뉴개발이라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는 최근 식품업계의 핵심 소비층으로 주목받고 있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로 보여집니다. 메뉴 개발 이외에도 외식업 창업자들은 인터넷 홈페이지 디자인, 유통처 연결, 인력채용,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 도움을 받고자 했습니다. 위쿡은 이러한 니즈를 고려해 지난 달부터 식품외식창업자들과 F&B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파트너 솔루션’ 서비스를 오픈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위쿡은 외식업 창업자들의 제품 유통과 금융 지원에도 나서는 등 푸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인큐베이터이기도 합니다. 위쿡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인큐베이션 및 펀딩 프로그램을 통해 잠재력 있는 식품외식 분야의 창업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하나은행과 협약을 맺어 요식업 스타트업과 사업자들이 초기 투자비용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받거나 우대금리 적금에 가입할 수 있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최초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최고가 되기 위해 달리다


연도별 푸드메이커 수 및 팩토리 가동시간 / 자료: 위쿡, 인터비즈


 지금까지 위쿡이 보여준 성과와 경쟁력은 다양한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19년 1분기 1,168시간이었던 공유주방 가동시간이 작년 1분기에는 13,750시간으로 1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공유주방에 대한 인지도나 인프라가 전혀 없던 국내에서 이와 같은 발전을 이루어 냈기에 더욱 대단하고 의미있는 성과입니다. 이에 위쿡의 김희종 이사는 ‘음식 판매 유형에 따라 최적화된 공유주방과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을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았습니다. 


 위쿡은 푸드메이커와 소비자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유통사와의 협업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오프라인에서는 팝업 스토어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온라인에서는 특별 판매전 형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또 롯데그룹이나 GS리테일 등 대형 국내 유통사와 함께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또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나아가 국내에서 만족하지 않고 올해에는 위쿡 재팬을 설립해 해외 시장에도 첫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공유주방 사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매 분기마다 위쿡은 발전하고, 달라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음식 사업을 하려는 창업자가 무엇인가를 필요로 할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것이 위쿡의 목표라고 하는데요. 위쿡의 이런 확고한 비전과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올해 그리고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달라져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우리가 알고있는 국내의 유명 스타트업 창업자들 대부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여러 번의 실패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패를 통해 축적된 경험과 지혜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느냐가 관건이지요. 필자는 학생들에게 페일 패스트(fail fast)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성장기의 실패경험은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지요. 지금까지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고, 그 자신의 기업가정신으로 또 다른 기업가들을 양성하고 있는 혁신 비즈니스, 위쿡의 이야기였습니다. 



Where? 서울, 종로구

When? 2016년

What? F&B 비즈니스 플랫폼 서비스

Who? 김기웅

Why? 외식업 창업자가 경쟁력을 갖추는데 필요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How? 공유 주방 운영 및 식음료 사업 컨설팅




References


요식업 경험 없어도 괜찮아∙∙∙기업가 정신만 챙겨라, 조선비즈, 2020/12/9

공유주방 위쿡, 푸드 산업 생태계를 바꾸다, 시사저널, 2020/12/31

부엌 밖으로 나온 공유주방…상권분석에 창업지원까지, 동아일보, 2021/7/6

위쿡, 식품외식창업자가 원하는 창업 솔루션 1위는 ‘메뉴 개발’, 세계일보, 2021/6/24

“주방은 솔루션 중 첫 번쨰”..국내 최초 공유주방 위쿡의 성장 동력은?, 인터비즈, 2021/5/14

“공유주방, 코로나 이후 식음료 사업 허브 될 것” 위쿡 김기웅 대표, 한국일보, 2020/6/16

위쿡, 검증된 파트너와 함께하는 F&B브랜드 창업 솔루션 오픈, 스포츠조선, 2021/6/17

위쿡, 롯데엑셀러레이터와 함께 푸드테크 스타트업 육성한다, MNB, 2021/4/26

규제샌드박스 통과 ‘위쿡’, 서비스 개시…”한국의 고든램지 나오도록”, 시사저널, 20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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