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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창완 Feb 22. 2022

아이오크롭스(ioCrops): AI 기반 농업 솔루션

온실 재배 환경을 조절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다

대학원을 그만두고 토마토 농장을 선택한 로봇공학도

아이오크롭스 조진형 대표 / 사진: 이슈메이커

미래 농업의 대표적 혁신 요인 중 하나는 인공지능(AI) 기술의 접목입니다. 시장 조사 전문 매체 ‘인피니티 리서치(Infiniti Research)’는 농업 분야에서의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이 2026년까지 171억 달러(약 19조 6,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한 최소한의 인력으로 농가의 소득을 높이려는 농부들의 수요와 그에 따라 농업 로봇이 확산되고 딥러닝 기술이 개발되는 시대적 흐름을 파악해보면 농업이 첨단 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읽고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발빠르게 나선 한국의 젊은 청년이 있습니다. 바로 로봇공학을 연구하던 조진형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포항공과대학교에서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 석사까지 진학하여 연구실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한편 그는 학부 시절부터 기숙사에서 틈틈이 식물을 길러왔는데 자신이 배워온 공학 기술을 재배 과정에 접목할 수는 없을까 고민을 해왔습니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이 기르던 애플민트가 시들어 죽은 것을 보고 본격적으로 스마트 화분을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농업 분야에서의 창업을 고려하게 되었고 그는 대학원을 그만두고 충청남도 천안에 있는 토마토 농장에서 숙식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창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전반적인 농사 과정이나 재배환경을 이해하고 싶었던 열망이 컸기 때문입니다. 조 대표는 이처럼 농장에서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농업 스타트업 ‘아이오크롭스(ioCrops)’를 창업하게 됩니다.

하드웨어 장비를 보급하여 농장의 데이터를 수집하다

아이오크롭스 웨이트 / 자료: 아이오크롭스

아이오크롭스의 주력 제품은 ‘아이오크롭스 웨이트(ioCrops Weight)’와 ‘아이오크롭스 소일(ioCrops Soil)’입니다. 아이오크롭스 웨이트는 농민들이 작물에 적절한 양의 물을 주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제작되었습니다. 농부들은 저울 역할을 하는 이 제품을 사용해 토마토나 파프리카 등의 양액 재배 작물에서 배지(식물이나 세균, 배양 세포 따위를 기르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있는 액체나 고체)의 무게를 측정합니다. 그리고 작물이 수분을 흡수하는 패턴을 통계적으로 파악하여 1회 급액량이나 급액 간격 등을 정확하게 계산하여 작물의 생장을 도울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오크롭스 소일이라는 탐침형 방식의 센서를 활용하여 토양 수분 함량과 온도를 측정하면서 물을 줄 수도 있습니다.

조 대표는 과거의 토마토 농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농민들이 어떤 고민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으며 그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핵심 기능에 대해 고심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농민이 사용하지 않는 복잡한 기능은 과감하게 빼버릴 수 있었고 주요 기능만 살리면서 제품 가격 또한 경쟁사에 비해 낮출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 기반의 농업 솔루션을 제안하다

정량화된 데이터와 경험적 지식을 융합하여 도출되는 의사결정 / 자료: 아이오크롭스

그러나 아이오크롭스가 계획하고 있던 진짜 비즈니스 모델은 하드웨어 장비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조 대표는 여섯 명의 젊은 팀원들과 함께 세계 스마트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아이오크롭스 웨이트와 소일이라는 장비를 보급하면서 확보해온 농업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단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후 이 스타트업은 ‘아이오팜(ioFarm)’라는 기술을 개발하여, 정보를 한곳에 모아 통합적인 데이터를 관리하며 각 농가의 환경과 시기에 적합한 재배 처방을 내려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이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농지에 물을 얼마만큼 주고 비료의 농도나 성분 구성은 어떻게 조합해야 식물로의 흡수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는지 등 해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농산업은 농부 개인의 감각이나 경험을 통해 작물 재배 등의 중요한 수행 작업들이 이루어져온 측면이 컸고, 그렇기 때문에 재배 방법이 체계화되지 않고 그 노하우도 소실될 가능성이 늘 존재해 왔습니다. 이러한 관계로 농산업에 잠재된 비약적인 혁신성이 채 발견되지 못한 채로 산업의 성숙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러나 아이오크롭스는 농부에게 빅데이터 기술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재배 방법을 처방해주는 솔루션으로 최적의 농사법을 제시해 가고 있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농산업의 기회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또한 ‘아이오팜 차트’를 보며 농장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고, 전체적인 농사 흐름과 단기적인 성장률 등을 파악하며 현재 농장의 문제를 신속하게 인지할 수 있게끔 도와줘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외부의 날씨상황, 온실의 온도와 습도를 비롯한 온실 환경을 파악하며 생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작업을 취해야 할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으니, 아이오팜의 비전이 기대가 됩니다.

아이오크롭스의 제품들은 인공지능 기술력이 핵심이며 최대한 정확하게 문제를 정의한 후 그에 적합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아이오크롭스의 고객인 농장 측에서는 센서를 통해 얻은 데이터로 작물 재배 의사결정에 도움을 얻고 아이오크롭스는 그 데이터를 확보하여 더욱 정밀한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투입하는 선순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인공지능 농업 시장을 선도할 뜻을 품다

세계 농업인공지능대회에 출전한 아이오크롭스 / 사진: 더농부

아이오크롭스는 현재 창업 4년 차의 작은 스타트업 규모이지만 이들이 앞으로 보여줄 전망성은 입증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가령 이 회사는 2020년 네덜란드 세계 농업 인공지능 대회(AGIC, Autonomous Greenhouses International Challenge)에서 유일한 한국팀으로 출전하였습니다. 이러한 국제적인 규모의 대회에서 3위를 수상할 정도로 실력 있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제어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며 지난 6월 총 18억 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자사의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농업 기술을 보유한 다른 회사와도 손을 잡으며 시장을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지난 9월에는 스마트팜용 농업로봇 제조기업 ‘뉴로메카’와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인공지능 기술을 로봇에 적용하려는 뜻을 보였습니다. 두 회사는 자율이동 협동로봇을 개발하여 보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스타트업은 현재 소프트웨어를 보급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며 농가에 재배 방식을 컨설팅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정밀 농업을 위한 통합 플랫폼으로 나아갈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농업 분야에서 후발주자이지만 이러한 스타트업의 도전으로 인해 국내 농업계에도 인공지능 기술의 접목이라는 혁신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며 아이오크롭스가 세계적인 인공지능 농업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입지를 다져 나갈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