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태성 Feb 11. 2020

<디자인씽킹노트 : 매일기획>09.반록伴錄

반려동물 일생기록 서비스

    2020년 1월 10일, 6개월을 조금 넘게 한 강아지의 아빠로 살았다. 아이의 이름은 잉크, 4살 블랙치와와다.

어렸을 두 번정도 강아지를 키워본 경험이 있다. 그때는 너무 어렸고, 무책임했으며, 강아지를 잘 키울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두 번 모두 강아지들에게 너무 나쁜 추억을 안겨줬던 것 같다. 하지만 현재 강아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반려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 그렇게 처음으로 제대로 된 방법으로 사랑을 준 강아지가 잉크다.

잉크(4살, 여아) 블랙치와와

    잉크는 초롱초롱한 눈이 예쁜 강아지다. 우리가 너무 사랑했던 강아지고, 엄마랑 아빠랑 유럽을 포함 국내외 여행을 수없이 많이 다닌 여행 강아지다. 도도해서 주인이 불러도 자기 자리에서 직접 오라며 꼬리만 흔들던 강아지고, 시멘트 바닥에는 절대 볼일 보지 않는 강아지다. 질투는 많은데 자기 동생들을 잘 챙길 줄 알고, 다른 사람이나 처음 보는 강아지들은 싫어해도, 한번 정 준 사람이나 강아지들은 한없이 믿는 그런 강아지다. 

    

    영문도 모른 채 이렇게 사랑하는 강아지를 보내고 나서 우리 아이의 사진과 기록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감정적으로 힘든 와중에도 아이의 살아 생전의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죽기 전에 엄마, 아빠를 찾았을 텐데, 마지막 가는 모습도 봐주지 못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사진과 영상들을 정리하려니 보고싶은 모습을 제대로 찾을 수가 없다. 구글 드라이브, 스마트폰, 인스타계정을 수없이 뒤적거려봤지만 꼭 원하는 사진과 영상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이런 것들을 정리해주고, 기록해주고, 정리/기록된 내용들을 기억하기 좋은 콘텐츠로 재구성해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의 모습을 잊지 않을 수 있도록, 더 오래도록 사랑할수 있도록



반려동물 일생기록 서비스 <반 록>

    여자친구는 이미 한번 16년을 함께 한 반려동물을 보내본 경험이 있지만 나는 난생처음하는 상실감이었다. 상실감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할지, 어떤 생각을 해야 옳은건지, 무엇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다. 그 때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어떨까.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반려인들을 위해.


반려동물의 영상/사진 기록물들을 정리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 반 록 >

정리된 영상/사진들을 탬플릿이나 전문가 손길을 통해 기록 콘텐츠로 저장할 수 있는 < 반 록 >

만들어진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의 굿즈로 실물화시킬 수 있는 < 반 록 >


< 반 록 半錄 >

    반록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APP이나 웹 플랫폼을 기반으로 구축되는 서비스다. 플랫폼에 아이의 일생동안 모아진 사진/영상을 한개 폴더러 정리하여 업로드 시키면, 촬영의 일시/장소/테마/분위기/색감에 따라 정리 분류하고 정리된 내용을 가지고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제작할 수 있다. 그 콘텐츠는 아마 아이의 일생이 기록된 자서전, 추모영상 등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모습들이 담킨 콘텐츠와 스토리를 바탕으로 아이가 실사화된 조각상, 캘린더, 엽서, 그림액자, 퍼즐 등 다양한 형태의 굿즈제작까지 도와주는 서비스다. O2O(Online to Offline) 형태로 지역 아티스트와 공작소까지 연결시킬 수 있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그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잃은 상실감은 사실 어떠한 행위적인 요소로 극복할 수 있는 아픔이 아니다. 오로지 시간이 약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다만 다시 볼 수 없는 아이를 기억하기 보다 잊어가는 것이 더 슬프다는 것은 명확히 알 것 같다. 아이를 보낸지 이틀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잉크가 우는 소리, 그 반짝이던 눈동자, 부비부비하면 배부터 까던 행동들이 뿌옇게 물들어간다. 선명함을 잃어간다. 우리의 슬픔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무지개 다리를 건넌 잉크가 슬프지 않도록 오래도록 기억하고 사랑해주고 싶다. 슬프지 않고 기억해주면 더 좋겠지만, 당장은 좀 무리인 것 같다.


잉크를 기억하며. 사랑하며.




교육, 솔루션, 마케팅, 축제, 부동산(공간), 이벤트, 캠페인, 전시, 출판, 커뮤니티 등

그저 떠오르고 하고 싶은 무언가를 간단한 형태의 프로젝트 기획으로 만들어 공유합니다.

매일기획 프로젝트로 기획된 기획은 실행이 될 수도 실행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가상기획임을 알려드립니다.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Ajnism

인스타그램 : @wmom_oments


작가의 이전글 <디자인씽킹노트 : 매일기획>08.부산스타그래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