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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Jul 04. 2024

꾸준함은 양날의 칼

좋은 것도 다시 들여다보기

미래의 나도 오늘의 나와 같을까 봐 두렵다.

    

똑같지 않고 더 나아지기를. 마치 주문을 걸 듯 나에게 외쳐본다. 꾸준하다는 것은 부지런하고 일관성 있으며 착실하게 살아가는 것. 끈기와 열정이 없으면 감히 시도조차 힘들어 지레 포기하고 마는 것. 그래서 더 대단해 보이고 멋져 보이는 일.  

    

그런데 변화 없는 꾸준함은 때론 무서운 일 같다. 매일이 비슷하고 같을 테니까.

      

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 아이들을 깨워 등교를 하라고 닦달하고 먼저 출근 준비를 해서 집을 나와 학교에 도착하는 비슷비슷한 일상의 시작.    

  

어제가 오늘 같고 그래서 가끔은 운전하며 출근하는 길에 듣는 라디오 방송이 요일별로 다른 프로그램일지라도 오늘들은 내용이 마치 지난주 그때랑 비슷하다는 느낌까지 받으며 ‘벌써 일주일이 지난 거야?’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출근하고 난 후의 일과도 거의 비슷하다.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수업하고 중간중간 맡은 일을 처리하면 점심시간이 된다. 점심 식사 후에도 오전의 일과를 복사 붙여 넣기 한 듯 비슷하다. 수업 사이사이에 해야 할 일이 있고, 업무를 처리하고 수업하고를 반복하다 보면 퇴근할 시간이 된다.   

   

올해는 담임을 맡지 않아서 더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해도 결국엔 담임 때와 다른 점이라고는 학생과 학부모의 민원을 더 받느냐 덜 받느냐의 차이뿐. 

     

이렇게 옹기종기하고 아담하게 살아가는 것도 물론 20대 대학을 막 졸업한 과거의 나에겐 너무나 원했던 일이었다. 지금의 나는 좀 웅장하고 시끌벅적하며 가슴을 막 뛰게 하는 뭔가가 삶에 빠져있어 내심 아쉽다. 

     

사람은 정말 경험의 동물인가. 그 시절 젊었을 때 교사라는 삶이 이런 것이라는 걸 알았더라도 이 일을 그렇게 원하고 하고 싶어 했을지 궁금하다.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건 너무 서글픈 일이다.

     

꾸준함 속에 색다름이 양념처럼 흩뿌려지고 골고루 버무려져서 색다른 맛이 나는 일상이 켜켜이 쌓이길 바라고 도전해 보련다. 다채로운 색감의 일상을 붓끝에 골고루 묻혀 여러 나날들을 색칠하고는 훗날 과거를 돌이켜 보면 ‘아! 그때, 그날!’ 이렇게 회상할 날들이 많아지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나태해지지 않고 머무르지 않으려 결심한다.      


작은 것부터 변화를 위해 오늘은 먼저 운동부터 하러 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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