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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센티아 Jan 20. 2022

마흔이 될거란 생각은 솔직히 안 해 봤어

불안과 불확실이 내 삶의 뉴노멀

2021년 12월 22일 수요일


12월도 이제 2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여느 해와 다르게 나는 더 이상 인생의 연말 정산 따윈 하지 않는다. 한 해가 간다 해서 지나치게 의미 부여를 하지도 후회나 아쉬움을 늘어놓으며 리뷰를 하지도 않기로 한다. 더불어 다가올 신년에도 억지스러운(?) 새 결단이나 결심은 딱히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신년을 맞아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쇄신하고 새롭게 목표와 각오를 다지는 행위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 의식과 의례를 나는 누구보다도 가치있게 여겨왔고 살면서 아주 충실하게도 지켜왔으니까.



다만 이제 새해를 맞아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 원하는 바는 지난 해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채 이전 그대로이다. 예전에는 한 해 한 해 위시리스트의 내용이 나름 조금씩 변화하고 진화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업데이트할 사항이 거의 없다.



이 또한 늙음의 증거이려나? 좋게 말하자면 삶이 안정된 덕분일 테고. 그저 변함없이 소중하고 즐거운 하루하루 일상을 할 수 있는만큼 온전히 누리고 싶을 뿐이다. 점점 더 마음도 재산도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고, 어린 아들이 건강하게 바르게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고, 지금 상태에서 가능하면 노화가 아주 천천히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 timmossholder, 출처 Unsplash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다. 집도 샀고 차도 있다. 학교도 원 없이 다녀봤고 취업도 해봤다. 어린 시절 해봐야지 싶었던 것들을 이미 해낸 상태인 것이다. 그러니 그 시절 관점으로 보자면 인생의 대부분의 관문을 모두 통과해냈다. 물론 엄청나게 자랑스럽고 뿌듯하게만 그 모든 것들을 치러낸 것은 아니었다. 어떤 관문은 조금 아쉽게 어설프게 넘어서기도 했다. 그래도 어쨌거나 넘을 산을 넘어냈기에 골짜기에 다다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린 시절에는 상상하거나 그려본 적 없는 시절에 대해 계획을 품어야만 한다. 중년의 모습은 어때야 할지 노년은 또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꿈도 꿔본 적이 없기에 갈팡질팡하게 된다. 여전히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은 30대까지로 멈춰있는 듯하다.

© aisvri, 출처 Unsplash


40대엔 어떻게 살고 싶냐고?



30대 때처럼만 살고 싶다. 30대 때의 몸과 외모와 센스로, 그 정신력과 두뇌능력으로, 세상에 대한 적응력으로 사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40대로 살고 싶지 않은 것이 목표인데 대체 어쩌란 말인가? 어린 시절 어떤 40대가 되고 싶은지를 그려보는 아이가 대체 몇이나 되겠는가? 모든 동화의 공주님은 영원히 20대 초반의 모습으로 happily ever after...라고 마무리 지어지는 것을.



그러다 보니 우리 모두 갈팡질팡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솔직히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고 나는 그러하다. 나는 40대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것 같다. 40대가 되고 나서야 40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진심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깊은 속마음에 바라기를 40대는 30대처럼 사는 것이 목표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영영 불가능한 역의 방향으로 목표를 두고 부질없는 힘을 쓰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 susan-lu4esm, 출처 Pixabay


어떻게 해야 하나?



가만히 보면 오늘날 우리는 모두 부질없는 목표를 품고 힘겹게 살고 있는 듯하다. 40대의 목표는 30대이고, 50대의 목표는 40대, 60대는 50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의식하거나 언급하고 있지만 않을 뿐 SNS를 통해 온몸으로 몸부림치며 표현하고 있다. 나 역시 그 무수한 레밍의 무리 속 하나 일뿐.



그게 뭐 잘 못된 것이냐고 반문한다면, 물론 아니올시다이다. 어쩌면 인류는 영원히 그랬을 것만 같다. 젊음을 동경하고 찬양하는 진심이야 언제라고 달랐겠는가마는. 다만 요즘은 그 속내를 노골적으로 비주얼 하게 실시간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노출하게 되니 더욱더 압박감이 느껴지는 것일 뿐.



나는 어떤 40대로 살아가야 할까? 40대라고 뭐 내 30대와는 달라야 할까?


정답은 알 수가 없지만, 그나마 확실한 것은 불안과 불확실이 앞으로 내 인생의 뉴노멀이 될 거라는 사실이다. 역설적이지만 인생의 파동이 안정되어 가야 할 인생 후반기임에도 기술의 진보로 인한 세상의 변화가 엄청나게 가속화됨에 따라 나의 앞날에는 결코 이전의 중년이 마땅히 누려왔던 안정이란 없을 것이다. 나의 시대에는 40대 조차 결코 안정되거나 보장된 것이란 없다. 여전히 혼란과 변화, 적응과 성장의 압박이 끝도 없이 밀려올 것이다. 그러니 참고로 삼을만한 선례는 없을 것이며, 모든 답은 내 스스로 찾아내야만 한다.

© leeanneva, 출처 Unsplash


이것이 야말로 내 삶의 뉴노멀이라는 것.


그러니 새해라고 해서 굳이 새롭게 마음먹고 자시고 할 것도 없겠다. 그냥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 모든 것을 결심하고, 지금 당장 시작하고 변화시키면 된다. 30대고 40대고 그런 숫자 따위는 내게는 아무 의미도 없다. 자꾸만 의미 부여하고 구획 짓고 무리 지으려 하는 마케팅 마피아나 정치 세력들의 음모 따위에 휘둘리지 말고 나는 내 삶을 독자적으로 헤쳐나가 보기로 하자.



어차피 인생이란 밀림은 나 혼자 스스로 당당하게 맞서며 헤쳐나가야 하는 법

© aisvri,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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