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움츠리고 있어, 명치가 불룩하던 실뭉치
풀릴 실 한 가닥 현관문에 물린 채
아파트 아래층 계단으로 굴린다
등뼈 둥글어진 어머니의 뱃속에서는, 오래 머문 것들이
슬슬 빠져나가는 소리 계단에겐 들렸으리라
마실 온 여자를 잠시 그 자리에 앉혀둔 채 일어서는 딸들을
어머니는 홀가분한 여행자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딸랑 지갑 하나에 의지했어도 빵빵하게 쌓인 것들
조금은 홀쭉해질 때까지 굴러가는 실뭉치
달, 별, 은하 너머 블랙홀, 화이트홀
쉰을 넘긴 발치엔 내내 외롭고 목마른 것들이 너무 많다
끝을 향해 달려가던 실뭉치는
결국 홀쭉함 끝에 너풀거림을 매단다
얼마만큼 더 위태로워지면 다시 감겨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