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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선임 연구자의 정년 퇴임사

Wisdom can not be taught.

  존했던 리더 분이 오늘 정년퇴임을 하셨다. 대나무를 빗대어 말씀하신 퇴임사가 매우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분은 당신이 처음 입사하시던 때인 30여 년 전만 해도 쭉쭉 뻗은 대나무와 같이 위에 있는 목표만을 향해 나아가셨다고 한다. 하지만 퇴임 후에는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추고 대나무의 '마디' 같은 존재가 되어 다른 이들의 성장을 독려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고 하셨다.

출처: 죽녹원 홈페이지

  그동안 대나무의 마디 비유는 흔히 개인을 빗대어 사용되곤 하였다. 이때 마디는 일종의 휴식의 개념으로 성장을 멈추고 잠시 기다리는 과정을 통해 힘을 모으게 되고 그때 생겨난 마디들 덕분에 혹독한 겨울의 시련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마디의 또 다른 비유는 대기업 경영철학에서도 사용된 바 있다. 태한 경영위기 가운데에서도 사전의 철저한 준비가 이러한 위기를 견디게 하는 힘을 갖게 해 준다는 것이다.


  앞서 제시한 두 가지 비유는 동일하게 대나무 마디를 가리키면서도 저마다 다른 의미적용을 하고 있다. 개인에게는 쉼이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음을, 기업 조직 내에서는 언제 닥칠지도 모르는 미래의 위기에 끊임없이 준비하고 대응하는 작업이 앞으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오늘 들은 마디의 비유는 조금 다르게 들린다.


  대나무를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해본다면, 누군가가 성장지향적 행동을 해야 때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마디'가 되어 그 성장을 돕는 탄탄한 지지대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끊임없이 위로만 성장한다면 얇은 대나무는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끝내 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울퉁불퉁 못생긴 마디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면 작은 충격에도 쉬이 쓰러지고 만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러한 마디는 마치 삶의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시련을 딛고 끝없이 성장하다가 스스로 멈춤을 결심하는 힘과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리더의 퇴임사는 스스로의 멈춤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 세대를 위한 성장 발판으로써 새로운 역할을 하겠노라 하는 겸손한 다짐처럼 다.


  짧은 퇴임사였음에도 행간이 너무 넓어 이해하는 것에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가치를 가르쳐주시는 선임 연구자의 지혜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우리의 성장 기반에서 '마디'의 역할을 해주실 그분의 또 다른 시작을 기대하고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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