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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일터가 주는 파급력

효과적인 리더십 발현과 구성원의 소명의식의 콜라보

  나는 집 앞에 있는 스타*스에 자주 가는 편이다. 주말이 되면 매장 문을 열자마자 가서 현미 프와 오늘의 커피를 주문하고 점심 즈음에는 샌드위치나 조각 케이크와 허니 자몽 블랙티 등을 먹는다. 한 번은 직원의 세심한 기억력에 놀란 적이 있다. 내가 주문도 하기 전에 "오늘도 프와 오늘의 커피 숏(Short)으로 드리면 될까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커피가 너무 진해서 물을 조금만 부어달라는 나의 요청에는 활짝 웃으며 개인의 취향이 다르니 물 조절을 직접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뜨거운 물 한 잔을 머그컵으로 제공해 주었다. 간간히 방문하는 고객일 뿐이지만 자주 가는 장소에서 누군가가 나의 취향을 기억해주고 환대해주는 경험나에게 기분 좋은 만족감을 선사하였다.  

정서적 만족감까지 주었던 스프

  한 번은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이동하던 지인에게 톡을 받은 적이 있다. 동작역을 지나가는데 안내 방송에서 기관사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구간'이라며 승객들도 잠시 창밖을 보면서 근심, 걱정을 떨쳐버렸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에 자기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카페의 직원 분도, 지하철의 기관사 분도 누군가에 의해서 강요받아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하는 것 이상의 친절함을 베푸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 타고난 기억력과 자상한 성격 때문에 서비스를 응대받는 고객들에게 예상치 못한 감동을 주는 것으로 설명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공통점으로 자신의 직무에 대한 만족과 소명의식을 생각해보았다.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면 즐거운 말과 표정은 자연스럽게 표현되기 어려우며, 자발적인 동기가 없으면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기억해내지도, 그들에게 구조화된 응대 이외의 친절을 베풀기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는 최근 들어 관심이 생긴 '일터에서의 긍정심리', '몰입을 통한 직무만족' 등과 관련한 연구물과 강의를 접하기 시작하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는 아마도 2020년 또 다른 시작을 앞두고 변화에 대한 적응을 위한 내면의 꿈틀거림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와 관련하여 며칠 전 경영학 분야에서 발표된 한 논문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참고논문

  그간 선행된 연구에서는 열정이 직무에 꽤나 높은 성과를 촉진하는 것으로 발표되어 왔는데 이 논문에서는 열정을 다시 강박 열정(obsessive passion)과 조화 열정(harmonious passion)으로 분류하여 직무성과와 번아웃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연구를 통해 저자는 강박 열정이 어떠한 행위를 위한 개인의 통제된 내재화에 관한 열정이라면, 조화 열정은 자신이 좋아하는 행위에 참여하기 위한 자발적인 내재화와 관련된 열정으로 정의를 내렸다.


  연구결과, 쉽게 예측할 수 있을 법한 내용이 도출되었다. 어감부터도 긍정적인 '조화 열정'은 직무에 높은 성과를 내면서도 학습 지향성을 추구하는 것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강박 열정'은 높은 직무성과를 보이면서도 동시에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스트레스를 초래하였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결론에 이르러서 저자는 구조적인 접근에서 구성원들에게 학습에 대한 욕구를 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직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하지만 나의 관점은 조금 다르다. 리더십이 보다 효과적으로 개입하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에게 동일한 환경과 기회를 부여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보다 각자가 지니고 있는 소명의식과 몰입 수준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에 근거하여 개별적 접근을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다.


  해외 연구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강박 열정 수준이 높은 구성원은 일시적 관점에서 직무성과를 높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일 이외의 자신의 삶의 영역과 충돌이 발생할 경우 직무스트레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궁극적으로 번아웃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나 요즘 시대와 같이 워라벨(Work & Life Balance)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개인 사회요구를 반영한다면 후자의 관점이 더 적절할 것으로 사료된다.


  워라밸이라는 개념의 기저에는 일과 삶을 이미 구분 짓고, 다른 것으로 규명함으로써 균형을 맞추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소명의식(Calling)이 있는 사람의 경우 일과 (개인의) 삶은 동일한 것으로 의식적으로 애써 균형을 맞추려 하지 않아도 이미 워라밸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상태이다. 일을 통하여 개인의 소명을 이루고, 그 안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해 나가기 때문이다.  


  일과 직장이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질 때 우리는 Work와 Life를 구분 지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갑과 을의 관계의 성립으로 서로를 불신하며 사람을 인격이 아닌, 도구로 인식하는 비인격적 관계를 지향하게 되는 것 같다.


  개인의 소명의식에 대한 발견과 리더가 구성원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태도를 두고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를 왈가왈부하기는 어렵겠지만 한 명, 한 명의 강점과 그들의 욕구(needs)를 파악하여 인격적으로 관계하는 리더십을 통하여 삶과 일이 다르지 않음을 발견해나갈 수 있다면 나 스스로도 만족하고 이러한 만족감을 통하여 타인에게도 그 선한 영향이 전해질 수 있는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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