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종종 시청하곤 한다. 비록 화제성이 높았던 홍탁집 아들 편은 보지 못하였지만 그 이후부터 몇 차례 관심 있게 본 것 같다. 사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백종원 대표가 저렇게까지 자기만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골목 상권을 위해 애쓰는 이유가 뭐지?' 하는 의문이 계속 남았었다. 무릎팍도사에 나왔던 안철수 교수에게 워낙 배신감을 느꼈던터라 선하고 좋은 이미지를 남겨서 정치라도 하고 싶은 건가 하는 의심 또한 들었었더랬다. 하지만 지난여름,이대백반집에 점검 나가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글썽이던 그의 모습에서 '그의 열심은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백종원 대표가 울먹이며 백반집 사장 내외에게 했던 "내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하는 일"이라는 말이 진정성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솔직히 수많은 프랜차이즈를 가지고 있는 백대표에게 그깟 방송 출연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이 아닐까?만약에 내가 그라면, 시간이 남으면 여행을 즐기거나 사업을 더 확장하지, 지방 곳곳의 골목 식당들을 방문하면서 싫은 소리 해대며 솔루션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던 중 엊그제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그가 그토록 열심을 부리는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에 출연한 가게에 줄을 서고 식사를 맛있게 하고... 이런 분들 때문에 사실은 (나도) 굉장한 에너지를 얻고 사회에 많은 영향력을 주겠구나 하고 더 조심스럽고 더 힘을 냅니다. 지방에서 방송을 하던, 어디서 하던 응원을 해주시는 손님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7년 연예대상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일을 통해서 얻게 되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던 백종원 대표
방송을 통해 백종원 대표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얼마 전 읽은 한 연구 보고서가 기억났다. 학계에서는 이미 "소명을 가지고 있는 것(having a calling)"과 "소명을 살아가는 것(living a calling)"에 대해 명백한 구분을 하고 있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저 길의 끝에 있을 꺼라 바라고 믿고 기대한다. 하지만 또 어떤 이들은 내게 있는 그 소명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에 가치를 둔다. 언젠가 백대표가 대화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야기하던 말이 떠오른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던 학생이 생각지도 못한 요식업에 뛰어들면서 겪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 큰 빚이 생기게 되면서 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아팠던 시련, 그리고 다시 그 시련을 딛고 도전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깨닫게 된 통찰과 배움들..
티비에서 보여지는 만큼만 이해할 수 있어 그에 대한 나의 헤아림들이 정확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간의 삶의 경험들을 통해 백대표가 얻은 가장 귀한 깨달음은 자기 스스로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계속해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발견해내고 그 가치를 실현하는 가운데 성취감을 느끼고, 더 나아가 자기의 일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고무되고 그들로부터 감사의 마음을 되돌려 받음으로써 또다시 사명감을 느끼게 된 것은 아닐까? 더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볼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그의 수상소감에서 한 사람의 소명의식에서 비롯되는 선한 영향력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