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유리문 위,
지나간 시절이 흑백 필름처럼 떠오른다.
누군가 그립지만,
선명한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때가 그립지만,
정확하게 짚을 순 없다.
전차의 소음이 가까워지자, 발걸음들은 바쁘게 움직인다. 밀려드는 인파에, 흐릿한 이미지는 모래성처럼 흩어진다. 그 행렬에 이끌려 몸을 싣는다. 휴대폰에 시선을 꽂은 그을린 얼굴들엔, 같은 사색은 담겨있지 않은 듯하다.
한순간에 땀방울이 마르고, 반팔 소매 아래 줄지어 돋아난 소름을 멍하니 따라간다. 그리운 시절, 인연, 기회, 좋았던 순간들. 작은 모래알이 되어 피부를 쓸었다가, 팔꿈치에 이르러 아래로 떨어진다.
사라진 것들,
더는 닿을 수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따끔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