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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샛별 Aug 03. 2020

살다 보니 깨닫는 ‘층간소음’

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로 성장하기

소리의 부재 가운데 성장한 농인 부부끼리 집 안을 활보했을 때에도 몰랐던 ‘층간소음’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 예준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 느끼기 시작했다. 이웃 간의 소통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요즘인 만큼 ‘층간소음’은 우리에겐 아주 먼 훗날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느꼈다. 조리원에서 퇴소하고 나서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우렁차게 우는 아이를 안고 쩔쩔매는 엄마의 마음은 이랬다. “이웃집에서 민원이 들어오면 어쩌지?” 이 생각도 그 전엔 미처 못했는데 소리를 알려 주는 이 아이가 우리 집에 큰 변화를 안겨다 주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행여나 이웃집에 큰 소리로 와 닿을까 싶어 매번 마음 졸이며 달랬던 그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어느 집에서도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다. 밤낮으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도 갓난아기가 집에서 적응하는 과정이라 하고 이해해 주신 이웃들에게 참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러다 아이가 커가면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이미 몇 달 전부터 매트를 여러 곳에 깔아놓았는데도 소리가 컸는지 아랫집에서 올라왔다. 그땐 퇴근길의 나는 뒤늦게 아랫집에서 올라와서 민원을 제기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난감해하는 돌봄 선생님의 이야기에 너무 마음 놓고 살았구나 싶었다. 그래서 며칠간 고심한 끝에 약소한 선물을 샀다. 밤낮으로 일교차가 있던 터라 따뜻한 찻잎 티백 선물세트로 마련했다. 죄송한 마음을 담아 작은 쪽지도 써서 아랫집으로 내려갔다. 벨을 차마 누르지 못하고, 퇴근하고 돌아오실 시간대에 맞춰 문 손잡이에 걸어두었다. 몇 시간이 지나고 살짝 내려가 보니 걸어둔 선물세트가 없어진 걸 보아 받으셨구나 했다. 그 후 매트를 더 사서 깔아놨다. 아이에겐 너무 뛰지 말라고 신신당부도 했다. 살다 보니까 뉴스에서만 보던 ‘층간소음’을 나도 경험하다니,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웬만하면 하고 싶지도 않던 나로서 무척 조심스러웠다. 살다 보면 소소한 생활소음은 괜찮겠지만 층간소음은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었다는 것을 몸소 꺠달았다.

나도, 남편도 소리를 알지 못하지만 아들 예준이를 통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배려의 또 다른 방법은 서로가 함께 살아가는 데에 지켜야 할 태도로 공동체를 이해하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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