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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샛별 Oct 27. 2020

"오랜만이에요."

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로 성장하는 이야기

“오랜만이네요."


 말 그대로 오랜만에 들른 카페 사장님이 나에게 건넨 인사였다. 코로나 19로 자영업자의 마음은  답답함이 가득했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할수록 매장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내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럼에도 이전부터 단골이라서 이젠 수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먼저 건네는 사장님의 온기가 느껴졌다.


처음엔 스마트폰 메모장 어플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여기서 먹고 갈게요."라고 작성하고 나서 보여주면서 주문을 했었던 기억이 났다. 생전 만나지 못한 청각장애인 손님의 등장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사장님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했다. 나는 그 표정들을 살아오면서 많이 경험했기에 담담했다. 주문이 끝나고 나서 자리를 잡았다. 한동안 SNS를 살펴보던 중에 그림자가 다가오더니 커피 한 잔이 나왔다. 진동벨이 없어서 커피가 나왔는지 살짝살짝 확인하던 내 모습이 신경 쓰였는지 사장님이 직접 내 자리로 와 주셨다.


그런데 커피 옆에 작은 쪽지가 놓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희 카페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커피 맛있게 드시고 편하게 쉬다 가세요. ^^"


편견이었을까. 남자인데도 필기체가 아주 단정했다. 사십 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손님이 누구인가에 상관없이 친절하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카페 사장님과 나의 첫 만남이었다.


몇 번 들락날락하던 카페는 꽤 많이 북적였다. 신기하게도 많은 손님들이 왔다 갔다 하는 공간인데도 사장님과 아르바이트생들은 내가 누구인지를 먼저 알아채었다. 그래서 주문을 할 때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어느 날, 아르바이트생이 새로 들어왔었다. 알고 보니 대학교 동아리에서 수어를 아주 잠깐 배웠다고 했다.


"아이스? 핫?"


'뜨겁다'라는 수어 _ 출처: 한국수어 사전


사장님은 '안녕하세요'라는 수어로 인사해 주시고, 아르바이트생도 주문을 할 때 "아이스, 핫?"라는 수어로 되물어 주니 손님으로서 참 대우받는구나 하는 기분 좋은 기억이 남았다.


이처럼 우리가 함께 살아갈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상생하기 위해서 어떤 태도로 서로를 섬기며 살아갈 수 있을까?


자문하면서 커피를 마시니까 그날따라 커피가 참 맛있었다.

사장님도, 아르바이트생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을 것이다.  대화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며.

나도 그랬다. 어떻게 하면 나를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그래도 살다 보니까 그런 질문은 굳이 해답을 찾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숱한 만남과 헤어짐 사이에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도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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