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샛별 Jan 16. 2022

농인 엄마가 겪은 ‘아이 키즈카페 실종(?) 사건’

“목소리 대신 눈으로 너를 찾아서 다행이다”

코로나 시대에 아이들은 바깥에서 맘껏 뛰놀 수가 없다. 요즘같이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오는 날씨일  아이와 어떻게 놀아줄지  고민이 많다. 확진자 추세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싶으면 조심스럽게 다녀오는 곳이 있다. 바로 키즈 카페다.


아이들이라면 ‘키즈카페’는 세상에서 가장 넓고 재미있는 놀 거리가 많은 곳이다. 그만큼 다치기 쉽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늘 아이를 내 시야 속에서 지켜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집 근처에 새로 생겼다는 키즈카페가 궁금해 아들 예준이를 데리고 직행했다.


이제 다섯 살이 되었으니 스스로 놀 줄 알겠지 하는 마음이 화근이었을까. 아이의 겉옷을 벗기고 나서 아이가 바로 달려가는 곳은 볼풀장이었다. 볼풀장에서 신나게 뛰어놀다 말고 다시 다른 곳으로 가서 소꿉놀이를 하는 것으로 보아 호기심은 참 많구나 싶었다.


그렇게 한참 같이 놀다가 잠깐 목을 축이러 바로 코앞인 매점으로 가 커피를 주문하고 나서 다시 아이가 놀고 있던 놀이터를 둘러보았다. 아직까지는 스스로 블록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빈자리를 찾아 가지고 있던 옷가지를 내려 두었다. 내 눈은 아이에게, 입은 커피로 가까이 댔다.


잠깐 스마트폰을 들어 부재중 메시지를 읽다 말고 고개를 들어 아이가 있던 곳을 봤다. 그런데 있어야 할 아이가 사라졌다. 화들짝 놀라 달려갔다. 분명히 이 자리에 앉아 블록을 쌓고 있었는데 불과 3초 사이에 사라졌다.


건물은 1층과 2층으로 되어 있어 일일이 찾아봐야 했다. 그런데 귀신이 곡할 노릇일 정도로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아이의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찾아 헤맨 적이 없어서 심장은 쿵쾅거렸다.


보통의 엄마라면 아이의 이름을 목소리 내어 찾으며 헤맬 텐데 나는 목소리 대신 눈으로 더 열심히 찾아야 했다. 이럴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애타는 마음을 잠시 추스르며 1층에 있는 안내데스크로 걸음을 옮겼다. 직원에게 아이의 이름과 인상착의를 이야기해주고 다시 1층과 2층을 같이 찾아보았다. 안내방송도 같이 해주신다고 했다.


나는 그때 보청기를 집에다 두고 와서 안내방송이 제대로 나왔을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찾았을까 내 눈앞에서 사라진 지 40여분 만에 아들과 재회했다. 알고 보니 아들 예준이는 자기를 찾는 엄마의 시선을 피해 볼풀장 깊이 숨어 있었다.


그걸 뒤늦게 알고 나니 다리에 힘이 턱 풀려 버렸다. 불과 3초 사이에 사고가 나니까 항상 주시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틀림없었다. 그래도 다치진 않은 것만으로도,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 다행이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농인 엄마가 아이를 찾아 헤맬 때 목소리를 낼 순 없지만 온 힘을 다해 아이를 찾아 뛰어다녔고,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아이를 다시 만나려는 의지가 와닿았던 하루였다.


작가의 이전글 비대면 프로그램에서 소외된 청각장애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