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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핼로군 Oct 04. 2023

축가 이야기와 꿀팁

23.10.04 

[인터콘티넨탈 파르나스 그랜드볼룸 홀]


최근 결혼식 축가가 많다. 벌써 어느새 9번째 결혼식 축가를 하고 있다 보니까 여러 가지 느끼는 점이 많다.

몇몇 가수들의 노래 (성시경, 김동률 등) 들을 주로 하다 보니 선곡이 겹치기도 하고 그래도 지인은 다 다르니까.. 


내가 생각하는 축가의 장점은 일단, 내가 좋아하는 지인의 중대사인 결혼을 가장 앞장서서 축하해 줄 수 있는 자리라서 인 것 같다. 결혼식에서 특수 포지션을 맡는 사람은 사회, 축가, 부캐라고 생각이 드는데, 이 중에 3분 정도를 오롯이 두 사람을 축복할 수 있는 축가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축가의 단점은 결혼식을 즐기지 못한다 이다. 축가는 생각보다 결혼식의 후반부에 위치한다. 내가 했던 결혼식들은 모두 축가 후 양가 인사 (신랑 신부가 각자의 부모님들께 인사드리는 순서) 후 퇴장하며 결혼식이 끝날 정도로 결혼식의 후반부인데 그전까지, 고음이 혹시 안 올라가거나 삑사리가 나서 결혼식을 망치면 어쩌지 (사실 삑사리가 나도 결혼식을 망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는 생각에 결혼식 리허설부터 노래 부르고 내려올 때까지 끊임없는 걱정과 노력의 연속이다.


관종맨으로서, 들어오는 축가는 모두 하려고 한다. 동기 축가면 동기들 앞에서 오랜만에 노래하는 즐거운 경험도 되고, 한 축가를 통해 새로운 축가가 들어오기도 하고 (벌써 동기로는 4번째 축가를 하고 있다) 또한, 큰 무대에 서는 경험이 뮤지컬 무대와는 다른 재밌는 긴장을 주어서 나름 재미있게 축가를 하면서 다니고 있다.


선곡 또한 축가를 할 때 가장 고민되는 것 중 하나이다. 

성시경 '너의 모든 순간' 김동률 '감사' SG워너비 '해바라기' 조정석 '아로하' 겨울왕국 'Love is open door' 영탁 '찐이야' 렌트 'Seasons of love' 올슉업 'Can't help falling in love' 등 여러 가지 곡을 했었는데, 이게 횟수가 거듭될수록 중복하는 노래가 생기기도 해서 민망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레퍼토리 몇 개로 쭉 한다고 해서 그러려니 하기도 하고,,

사실 나는 뮤지컬 노래에서 발성이 득이 된다고 생각하는 타입이지만 축가를 나름 여러 번 해본 경험으로는 무조건 아는 노래, 약간 밝고 맑은류의 노래가 최고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김동률의 감사는 내가 축가로 제일 좋아하는 노래이다.


또, 축가를 하다 보면 가사가 제일 헷갈릴 때가 많다. 처음에는 신랑 신부만 쳐다보면서 가사를 완전히 외워가서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는데, 아무리 많이 연습을 해도 당일에는 너무 중요한 일의 중요한 자리다 보니 떨려서 가사를 가끔씩 실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1절, 2절 가사로 갈아타기) 근데 요런 것보다는 차라리 정말 가끔씩 힐끔힐끔 보더라도 실수하지 않는 것이 신랑 신부를 위해 더 좋은 길이라는 스스로의 다짐을(?) 하고 보면대를 놓고 이쁜 파일철에 악보를 뽑아가 축가를 부르고 있는데, 이걸로 섭섭해하는 친구들은 없었다. 


좋아하는 지인의 가장 중요한 날, 노래로 축복해 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영광이다. 앞으로도 축가를 부를 때 부탁한 친구와 부인의 행복을 빌면서 잘 불러주려고 노력해야겠다. 이렇게 누군가가 인생에서 필요로 찾을 일이 있다는 것도 참 영광이다.


앞으로는 축가 한 뒤에 영상들도 브런치에 올려보려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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